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의 네트워크를 일컬어 기억 엔그램이라고 부릅니다. 기억 엔그램 분야는 특정 뉴런들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들이 고안되면서 획기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한진희 교수님이 포닥 때 편도체 (amygdala)에서 CREB 과발현 뉴런이 기억을 인코딩한다는 것과 그 뉴런만 선택적으로 제거했을 때 공포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로, 다양한 그룹에서 어떤 뉴런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억을 인코딩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여러 뇌 영역에 걸쳐서 CREB이 많이 발현되거나 흥분성이 증가된 몇몇의 뉴런들이 선택적으로 기억을 인코딩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그 뉴런들 사이에 장기 강화 (long-term plasticity; LTP)가 발생한다는 것도 밝혔습니다.
계속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기억 엔그램을 구성하는 시냅스에 집중했습니다. 기억이 시냅스 특이적으로 인코딩 된다는 것, 그 시냅스에 발생한 LTP가 기억 회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등이 밝혀졌습니다. 그 결과 LTP가 기억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습에 의해 발생한 LTP가 기억 엔그램의 형성과정 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었고, 우리의 이번 논문은 그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논문은 학습에 의해 특정 시냅스에 발생한 LTP가 이후 그 시냅스를 포함한 뉴런이 그렇지 않은 뉴런에 비해 기억 엔그램에 더 높은 확률로 참여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학습 직후 시냅스 강도를 조절하더라도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의 숫자가 일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기억 엔그램의 크기가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동일한 크기의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들이 LTP 발생 유무에 따라 선택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1] 참조)
[그림 1] 시냅스 강도 조절 메커니즘에 의한 기억저장 뉴런 선택. 학습 직후 일부 뉴런의 시냅스 강도를 조작하면 기억은 그대로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됨.
나아가 이 결과를 통해서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들이 결정되는 시점이 학습 시점이 아닌 그 이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습 시점 직후 시냅스의 강도를 LTP 혹은 LTD로 조작하면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반대로 학습 시점 당시에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들이 결정되는 것이었다면,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학습 이후에 LTP가 단순히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 사이의 연결로서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엔그램 형성 과정 중에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에 속한 기억생물학 연구실(Memory biology laboratory)은 한진희 교수님의 지도하에서 생쥐의 공포 조건화 모델을 이용하여 기억 엔그램의 생성, 유지, 조절 등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site/neuralcircuitandbehaviorlab/)
[그림 2] 연구실 소개 사진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퍼즐 맞추기’ 인 것 같습니다. 각각의 조각들로는 전체 그림을 유추할 수 없지만, 여러 조각을 맞추었을 때 비로소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연구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 실험의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얻는 것이 각각의 조각이라면, 그런 실험 결과들을 모아서 전체 가설을 검증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전체 그림과 유사합니다. 조각을 찾고 맞출 때는 굉장히 지루하지만, 모아 놓고 전체 그림이 보일 때는 해냈구나 하는 보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논문으로 완성된 전체 그림도 결국은 더 큰 그림의 한 조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첫번째 주저자 논문을 출판한 저에게는 논문이라는 형태로 출판된 연구 결과가 또 다른 사람에 의해서 더 큰 그림의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각자가 한 조각씩 연결하다 보면 보다 진실에 가까운 더 큰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처음엔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연구의 ‘처음’은 다른 분야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실패로 인해 좌절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느끼지 못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소양을 하나씩 체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연구의 길을 가게 되신다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한층 더 연구자로서 지녀야 할 소양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란 믿음을 갖고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미국으로 포닥을 나갈 계획입니다. 지도 교수님의 조언을 따라서 가능한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포닥 자리를 알아보는 중인데, 이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서도 좋은 연구 성과와 연구비 수주를 통해 독립된 연구자로 서길 원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가 결실을 맺게 되기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제일 먼저 저 개인의 삶을 당신의 영광과 나라를 위하여 인도하시며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연구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글을 쓰는 모든 과정에서 세세하게 신경 써주신 한진희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끔 해주셨고, 묵묵히 하다 보면 분명한 결과가 있을 것임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저보다 먼저 연구실에 오셔서 다양한 실험을 세팅하고 잘 알려주셨던 연구실 선배님들, 먼저 미국에 나간 동기, 그리고 연구실 생활과 연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모든 후배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연구실 생활을 끊임없는 기도로 후원해 주신 어머니 김해숙 전도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형이 하는 연구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해준 동생 닛시와 샬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사 후 국내연수’ 사업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해주신 한국연구재단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Memory allocation
#optogenetics
#synaptic plast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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