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자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65세 이상의 노인 중 1/3은 사망 전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받게 되며, 선진국 주요 사망 원인 중 유일하게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병입니다. 여러 실험 모델 및 인간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침착 뿐 아니라 선천 면역계의 병인기전에서의 역할이 점점 더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생체에서, 20여년에 이르는 알츠하이머 발생 및 진행의 과정 (예: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타우 침착, 신경세포사멸, 인지기능 저하) 중 어떤 부분에서 선천 면역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예방적 치료의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는 알츠하이머의 증상 발현 전 단계 (preclinical Alzheimer’s disease)에서의 면역계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저희 연구단 (Center for Alzheimer Research and Treatment at Brigham and Women’s Hospital [BWH] and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Director: Reisa Sperling)은 증상 발현 전 단계의 알츠하이머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Harvard Aging Brain Study (HABS; PI Reisa Sperling and Keith Johnson) 라는 300명 정도의 무증상 노인 추적 관찰 코호트를 10여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HABS 참여자들은 건강한 노인들로, 매년 인지기능 검사 및 매 3년마다 amyloid/tau PET 및 MRI 등으로 추적관찰을 시행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에는 모두 정상 인지기능을 가진 참여자들이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며 인지기능 저하가 시작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PET scan으로 확인되는 초기 알츠하이머 때문이지만, 알츠하이머 뇌 병리가 있는 모든 사람이 인지기능 저하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 과정에서 면역계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하였고 (예: 알츠하이머 병리가 있는 경우 면역계가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는지), 그동안 HABS에서 수집했던 혈장 샘플들에서 사이토카인을 정량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측정한 9개의 사이토카인 (IFN-γ,IL-1β, IL-4, IL-6, IL-8, IL-10, IL-12p70, IL-13, and TNF-α) 중 어떠한 사이토카인이 알츠하이머의 진행에 영향을 주는지 통계분석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 저희는 두 가지 사이토카인이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하나는 IL-12 였는데, 이 사이토카인은 뇌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이 많은 이들에게 특히 영향을 줍니다. IL-12가 높은 분들은 뇌 베타 아밀로이드가 높아도 인지기능저하가 적었습니다. 그리고, IL-12가 높은 분들은 타우 침착도 적었고, hippocampus 용적도 컸습니다. 반면 IL-12는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요. 요약하자면, 추적관찰기간의 시작점에서 IL-12가 높은 사람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이후의 알츠하이머 진행이 느린 것으로 관찰된 것입니다. 다른 사이토카인은 IFN-γ였는데, 이 사이토카인은 아밀로이드 베타 양에 관계 없이 인지기능저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추적관찰기간의 시작점에서 혈장 IFN-γ가 높았던 사람은 인지기능저하가 느렸습니다. 반면, IFN-γ는 아밀로이드, 타우, hippocampus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꼭 알츠하이머 병태생리에 한정되지 않은 IFN-γ 관련 경로의 역할을 시사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IL-12 와 IFN-γ 둘 다 기존에는 “나쁜” 면역반응으로 알려진 M1 경로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즉,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나쁜” 면역반응의 매개체들이 더 높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좋은 인지기능을 유지한다는 결과는 얼핏 보면 이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나쁜” 면역 (M1), “좋은” 면역 (M2)으로 나누는 것은 인간 면역체계의 지나친 단순화이고, IL-12와 IFN-γ의 정상기능은 세포 내 이물질 제거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결과입니다. 알츠하이머 원인 유전자로 알려진 면역 유전자들의 상당수가 포식 작용 및 이물질 처리에 관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지요. 또, 박테리아 등에 대한 반응으로 인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뭉치고 알츠하이머가 진행된다는 이론 (Antimicrobial protection hypothesis of Alzheimer’s disease)도 최근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효과적인 면역 반응이 알츠하이머 진행을 막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희 연구는 단순히 혈액의 사이토카인을 측정하고 전향적 바이오마커 데이터와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보인 것뿐이기에 자세한 기전은 bench에서의 후속연구를 통해 알게 되겠지요. 또, IL-12와 IFN-γ는 통계적으로는 유의하게 인지기능을 예측했지만 그 효과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아서 당장 임상에 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Rudy Tanzi 그룹과 협력연구를 할 수 있어 많이 배우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 건강한 노인들의 경우 혈장 사이토카인이 대부분 낮아서 정확한 측정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IL-12와 IFN-γ의 경우는 정확한 상대적 측정값을 얻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어 논문 리뷰를 잘 마칠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 부연하자면, 이번 연구에서는 낮은 혈중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sample dilution 없이 측정하였는데, 이 경우 matrix effect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어떤 리뷰어분께서 지적해주셨는데, 다행히 저희의 경우 1:1 dilution으로도 측정했던 샘플들이 있어서 그 샘플들을 이용해 저희의 결과가 sample dilution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민감한 검사들이 나오면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연구를 통해 multiplex electrochemiluminescence measurement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좋은 리뷰어를 만나 많이 배우고 논문이 더 발전하는 것은 논문 출판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Brigham and Women’s Hospital (BWH)과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인데요, 두 병원은 Harvard Medical School의 교육병원이자 Mass General Brigham (구 Partners HealthCare) 의 소속 병원들로 과에 따라 제가 속한 신경과처럼 두 병원이 임상 수련프로그램들을 공유하고 교원도 일부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WH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기전을 설명하는 모델인 Amyloid hypothesis의 본가 중 한 곳이며, MGH는 초창기 Alzheimer’s disease genetics 및 tau neuropathology와 관련된 중요한 발견들이 이루어진 곳입니다.
저는 임상 진료(치매 클리닉)는 BWH에서 하고, 연구는 양쪽 병원에 걸쳐있는 Dr. Reisa Sperling의 임상연구단 (Center for Alzheimer Research and Treatment; “CART”)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주로 무증상기 초기 알츠하이머에 대해 영상 및 혈액 바이오마커를 통해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의 진행을 연구합니다. 저희는 300명 정도의 건강한 노인 자원자를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추적관찰하며, 그 분들이 시간이 진행되면서 어떠한 뇌 변화를 겪는지 신경심리 검사 및 뇌 영상 검사로 알츠하이머의 가장 초기 단계 변화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Harvard Aging Brain Study). 이러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는 여러 임상시험들을 디자인하는데 사용되고 있고, Dr. Sperling 주도로 현재 여러 개의 다기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임상시험들이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입니다. 저는 Center for Alzheimer Research and Treatment에서 assiatant professor로 일하면서 유전체 분석 및 혈액/면역 바이오마커 분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예전부터 원하던 삶이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삶이었는데, 지금 참 감사하게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와 신기함, 호기심 충족이 일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또 항상 재미있고 신기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럴 때는 이 연구와 이 일을 하는 이유—이 잔인한 병, 치매를 더 잘 이해해서 예방과 치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를 기억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과학의 발전과 환자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하고, 정확한 분석을 하여 왜곡 없는 글을 써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임상-중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사-과학자에게는 탄탄한 임상 수련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들인 체계적인 연구 수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신경과 임상에서 매주 보게 되는 혼합병리의 문제와 레지던트 때 짧게나마 직접 부검 및 신경병리 판독에 참여했던 경험들이 연구 주제 및 방향성 결정에 도움을 주었고, 그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형태로 다듬고 구체화시키는 데에는 펠로우 때 2년간 수강했던 Harvard Clinical/Translational Research Academy course에서 기초부터 다시 배운 통계학, 그리고 같은 실험실에서 일했던 biostatistics/bioinformatics를 전공한 동료들에게 배운 기초 방법론들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연구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무료 온라인 강좌들도 많아서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떠한 연구/분석 기법을 사용할 때 그 한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신기한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결과가 정말 의미있는 것인지, 혹은 분석 기법의 한계로 인한 잘못된 결과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나의 연구결과를 “죽이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한 후에도 살아남는 결과를 보고해야겠지요.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는 혈액에서 총 10개의 사이토카인만을 측정 (*9개 측정 성공)하였는데, 조금 더 나아가 transcriptome 및 proteome level에서 면역 관련 인자들을 측정하여 알츠하이머 초기에서의 체액 면역인자의 변화 및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10여년 전 의대생 시절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들을 이제는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좋은 임상 및 연구멘토들을 만나서 치매와 싸워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항상 가장 좋은 동료 과학자이자 친구가 되어주는 아내와, 또 항상 지지해주는 한국과 미국의 가족,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질병과 고통의 문제에 직면하고 맞서는 여러 방법 중 의학 연구의 역할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정직하게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Alzheimer’s disease
#Cytokine
#Amyloid-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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