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가장 흔한 부정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심방세동에 대한 치료는 심방세동이 뇌졸중 위험을 4~5배 가량 증가시키기 때문에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요법을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하고 심방세동 리듬을 정상 동 리듬 (normal sinus rhythm) 으로 최대한 전환 및 유지 시키고자 하는 리듬 조절 치료 (rhythm control)와 리듬 전환과 관계 없이 맥박수 만을 적절히 조절하고자 하는 맥박수 조절 치료 (rate control) 두 가지 치료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듬 조절 치료는 리듬 자체를 정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심방세동으로 인한 심혈관계 합병증 (사망, 뇌졸중, 심부전 등)을 예방하는데 맥박수 조절 치료보다 나을 것이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가설을 기반으로 20년 전부터 이를 증명하기 위한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이 수없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연구에서 리듬 조절과 맥박수 조절 간에 심혈관계 합병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지 못하며 패배의 쓴맛을 보았습니다. 2020년 NEJM에 이런 패배의 역사를 뒤집을 만한 EAST-AFNET 4 라는 이름의 무작위대조시험이 발표 되었는데 요약해보면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의 심방세동 환자에서 리듬 조절 치료가 리듬 조절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맥박수 조절 등의 치료에 비해 심혈관계 합병증을 21% 감소시켰다는 내용입니다.
본 연구는 20년 간 지지부진 했던 리듬 조절 치료의 심혈관계 효과가 EAST-AFNET4 trial에서 positive로 전환된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결론적으로는 리듬 조절 치료의 심혈관계 합병증 예방 효과는 심방세동 진단 후 9개월 이내의 이른 타이밍에 리듬 조절을 시작해야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진단 후 1년 이상 경과하면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발표하게 된 the BMJ - British Medical Journal 은 저희 연구팀이 수년 전부터 꿈꿔 온 저널입니다. BMJ에 여러 연구를 submission 해왔는데 한 연구에서 revision 기회 없이 reject이 되긴 했지만 상당히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reviewer comment를 줘서 이를 이용해 논문을 개선시켜서 다른 저널에 accept되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그런 이차적인 이득을 감안해서 논문을 완성 후 첫 submission을 BMJ에 하게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JAMA는 아직까지 100% immediate reject 입니다.) 다행히 major revision을 받게 되었는데 general medical journal 답게 환자 대표 reviewer, 비전문가 reviewer, epidemiologist, clinical cardiologist 등 다양한 조합의 6명의 external reviewer가 제 각각의 시점에서 보는 수십 여개의 comment를 쏟아 부어 주었습니다. 특히 처음 받아 보는 환자 reviewer의 comment를 방어하는 게 은근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submission site 상의 deadline은 4개월로 잡혀 있었지만 decision letter 마지막에 (일괄적으로 복사-붙여넣기 되는 문구로 생각되지만) revision은 1개월 이내로 완료하라는 문구가 있어서 이를 에디터에게 다시 물어보기도 그렇고 무시할 수가 없어 1개월의 deadline을 맞추기 위해 생후 12개월 딸의 육아를 3번의 주말 동안 완전히 내려놨던 기억이 납니다. 지면을 빌어 아내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보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가 진행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내과는 국내에서 심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기관입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 10대 병원에 도달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님과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님이 중심이 되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심방세동 환자의 예후 개선 방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임상 의사들이 부족한 방면인 데이터 분석은 팀 내의 장은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 간에는 심방세동 환자의 혈압 조절, 항응고 요법, 또는 치매 예방과 관련해 미국심장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와 유럽심장학회지 (European Heart Journal)에 5차례 가량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빅데이터 연구는 causal relationship을 검증할 수 없는 후향적 관찰 연구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무시무시한 N수로 항상 positive result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강력한 비판적 시선이 있습니다. 또한, 3~4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 주도의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만 등의 아시아권의 연구가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내의 다양한 빅데이터 들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 되고 major journal에 주로 채택되기 시작되면서 inner circle 밖의 한국 빅데이터 연구가 accept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본 연구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이런 빅데이터를 이용한 후향적 관찰 연구가 갖는 편향 (bias) 가능성을 최소화 해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immortal time bias 및 prevalent user bias를 최소화 할 수 있는 new-user, active-comparator design을 채택했고 앞서 밝힌 대로 본 연구의 동기가 된 EAST-AFNET 4 trial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0)을 target trial로 삼고 전반적인 setting을 동일하게 최대한 emulation 해서 마치 현실 세계에서 진행된 또 하나의 EAST-AFNET4 trial 인 것처럼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결과 역시 EAST-AFNET4 trial과 매우 유사한 양상의 상대 위험도 감소가 나타났고 EAST-AFNET4에서 다루지 못한 심방세동 진단 후 1년 이후의 환자들까지 RCT emulation한 상태에서 분석을 할 수 있었고 1년 이후에 시작된 리듬 조절 치료는 효과가 명확치 않다는 점을 밝힐 수 있어 저널의 에디터 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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