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DNA 메틸화 (DNA methylation) 는 유기화합물인 메틸기가 DNA에 추가되는 생물학적 과정이며, 유전자의 발현과 조절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DNA methylation 은 뇌의 기능 및 진화에 매우 중요하며, 인지 발달과 학습, 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조절 메커니즘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DNA methylation 조절에 문제가 발생하면 암을 비롯한 특정 질병과 정신분열증, 신경퇴행성 질환 등의 발병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한빛사에 소개된 논문은 “인간 두뇌에서 DNA 메틸화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리고 인간과 유연관계가 비슷한 영장류와 비교하여 인간 특이적인 DNA 메틸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에 관한 연구입니다. 인간의 뇌는 너무 재미있는 연구 주제입니다. 인간의 크고 복잡한 뇌는 진화적으로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결과물이며, 다른 영장류의 뇌와 비교해 (예상 크기에 비해) 3배 이상 큰 크기 보입니다. 저같이 뇌를 연구하는 진화 생물학자들은 인간 두뇌의 진화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 변화를 찾는데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저희는 지난 연구에서 대량의 인간 뇌 조직에서 (뇌 세포의 과반을 차지하는) 신경세포 (neuron) 와 희소돌기아교세포 (oligodendrocyte) 를 분리하여 세포 유형 특이적인 전장유전체 DNA 메틸레이션 패턴을 정상인과 조현병 환자와 비교하여 연구하였습니다 (Mendizabal 2019). 하지만 인간의 뇌 특이적 유전자 조절과 질병 감수성에 대한 DNA 메틸화의 기여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뇌가 진화하는 동안 DNA 메틸화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침팬치와 레서스 원숭이의 DNA 메틸레이션 정보를 이용하여 인간의 뇌에서 특이적으로 진화한 DNA 메틸레이션 영역을 밝히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독특한 패턴의 DNA 메틸화를 갖는 일부 위치가 선행 연구들에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 질환과 연관 있는 영역임을 발견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조지아공과대학교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프로그램에서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조지아 공대는 생물학과와 전산학과 교수님들의 다학제 연구가 굉장히 활발하며, 학교 내에 좋은 고성능 컴퓨팅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동안 이수진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희 랩은 대규모 유전체와 후성유전체 (genomics/epigenomics)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유전자 발현 조절의 진화 (regulatory evolution) 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첨부한 연구실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yilab.gatech.edu/research/). 또한 이수진 교수님께서 지난 학기부터 UC Santa Barbara 에 임용되어 연구실을 옮기셨으니 관심 있으신 학생/포스닥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한빛사 인터뷰를 계기로 지난 박사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큰 벽에 막혀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멈춰버린 기분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제 경우 (정신없이 많은걸 배우는) 대학원 초반보다는 오히려 연구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결과들이 나오는 시점에 이런 기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는게 없고, 주위 사람들은 다 잘나가는데 난 왜 이러고 있지. 내가 과연 연구를 할 자격이 있을까? 라는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기억이 납니다. 현재 대학원 생활을 하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친구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걸 imposter syndrome 이라고 부르더군요. 살면서 적어도 82% 의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겪는다고 합니다 (Brevata 2020). 제 경험을 비춰보면 자신만의 루틴을 갖는게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꾸준하게 이 루틴을 지키다 보면 어렵던 연구가 정말 재미있어지고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긴 학위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것입니다. 특히 유학을 준비 중이라면 가족/친구들과 떨어져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도 생깁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고, 돌이켜보면 유학 생활 중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특히나 저는 학위과정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한국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시작했다가 석사로 전환 후 유학을 나왔고, 유학 후 박사 2년차에는 연구주제가 너무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다가 중간에 학교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도 저는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건 (아직까진?)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연구에 열정이 있고 새로운걸 도전하는데 거부감이 없다면 대학원이란 곳은 생각보단 재미있는 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이번 가을학기를 마지막으로 길었던 (하지만 정말 빠르게 지나갔던) 박사학위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부터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 (University of Washington) 에서 박사후연구원 (postdoc) 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저는 postdoc 기간 동안 Evan Eichler 교수님과 함께 인간-특이적인 중복 유전자 (duplicate gene) 와 유전체의 구조 변이 (structural variation) 가 영장류의 뇌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계속하여 한빛사를 통해 제 연구를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과정동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연구에 참여한 많은 동료 과학자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와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동료과학자이자 사랑하는 아내인 최정문, 그리고 한국에 있는 우리 가족에게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또한 배고픈 유학생활동안 딴생각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목암장학재단’과 ‘아산장학재단’의 지원과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파이펫팅/코딩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대학원생 분들께 응원한다는 말을 전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genomics
#evolution
#neuro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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