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졸중과 같은 뇌 손상은 다양한 정신/행동적 장애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장애들은 영구적으로 지속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일부 회복되기도 하며 신경학적 치료 및 재활훈련을 통해 손의 움직임과 같은 운동능력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손상된 뇌 조직 자체가 회복되기 보다는 ‘시냅스 (synapse)’라는 신경 연결이 손상되었다가 다시 연결 (synaptic reorganization)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광화학적 허혈성 뇌경색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여 뇌 손상 후 시냅스가 회복되는 기전을 해명한 연구입니다. 성상교세포에서 분비된 헤빈 (hevin)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시냅스 막 단백질인 칼시온 (calcyon)에 결합하여 시냅스의 재 연결을 촉진한다는 것을 유전자 넉다운 동물 모델 및 전기생리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밝혔습니다. 또한 뇌 손상 초기에는 헤빈이 급성 뇌염증 분비 단백질 중 하나인 MMP3에 의해 분해되어 시냅스 연결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뇌조직이 손상된 환경에서 비 정상적인 시냅스의 연결이 억제되는 현상이며 뇌조직이 회복된 후에는 MMP3의 발현이 거의 사라짐으로써 헤빈이 칼시온을 통해 시냅스 연결 및 기능적 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만성 뇌손상 환자의 뇌조직에서는 이와 같은 헤빈과 칼시온의 상호 결합이 낮은 것을 관찰했습니다. 즉, 시냅스의 재 연결이 신경세포끼리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세포 (glia)와 뇌염증에 의해 정밀하게 조절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본 연구는 박재용 교수님 (고려대학교) 과 황은미 박사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께서 진행하신 막 단백질 결합 단백질 스크리닝을 통해 헤빈을 발굴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연구가 시작될 무렵, 공교롭게도 뇌 발달 과정 중 시냅스연결에 있어 헤빈의 중요성에 대해 PNAS 및 Cell 등 권위있는 논문에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연구자들이 헤빈의 수용체를 궁금해하고 있던 터라 저희 연구팀은 칼시온과 헤빈의 결합을 발견하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나아가 시냅스의 형성이 뇌 발달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뇌 손상 후 회복 시기에도 일어나며 이 시기의 시냅스 형성 기전 연구가 뇌질환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신경세포의 성장과 성숙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진 헤빈의 새로운 기능과 헤빈과 칼시온이 주로 성체에서 분비량이 높고, 뇌 손상에 의한 염증반응이 유도되면 두 단백질 사이의 결합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서 성인에서 뇌 손상이 쉽게 복구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해당 연구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을 계기로 석경호 교수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및 뇌과학연구소), 박재용 교수님 (고려대학교), 황은미 박사님 및 류훈 교수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박재용 교수님과 황은미 박사님 팀에서 본 연구의 시작과 단백질 결합 및 동정 연구를 진행하셨고 석경호 교수님 팀에서는 뇌염증 세포 및 동물 모델을 이용한 기능 연구, 류훈 교수님 팀에서는 인간 뇌조직에서의 검증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각 기관의 여러 교수님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협업과 분업이 매우 잘 이루어져 공동 연구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수행 기간 동안 화상 미팅 및 자체적인 정기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여 주기적인 정보 교환 및 성과 교류 등을 통해 연구팀 간의 협업과 분업 방향에 대한 많은 토론을 나누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본 연구팀의 지속적인 소통 및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진정한 공동연구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공통된 과학적 호기심과 관심이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에 있어 협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비슷한 분야의 많은 연구자 분들을 알게 되어 국내 과학자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연구였습니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연구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말자입니다. 자신이 연구한 결과와 유사한 내용이 권위있는 논문에 먼저 보고 될 경우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해당 연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이신 혼조 다스쿠 교수는 “연구는 알고 싶다는 호기심, 여기에 또 하나는 간단히 믿지 않는 것이다.”라는 연구 모토를 전했습니다. 흔히 네이처나 사이언스 나온 논문의 내용을 불변의 진리처럼 믿는 경우가 있는데 그가 말한 바로는 90%는 부정확하며 10년이 지나 남는 것은 10% 정도만 맞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즉, 논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믿지 않고 내 눈으로 확신이 들 때까지 실험하고 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 이해가 될 때까지 연구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먼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분석과 전략, 그리고 연구결과에 대한 확신으로 결국 우수한 논문에 연구결과를 발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위에서 언급한 혼조 교수는 연구함에 있어 중요한 여섯 가지 ‘Curiosity (호기심), Courage (용기), Challenge (도전), Confidence (확신), Concentration (집중), Coninuaion (지속)’ 를 강조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연구에 대한 즐거움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연구란 이해하지 못한 진실에 다가가는 노력 자체이기 때문에 항상 정해놓은 답이 없으며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내용을 참고하며 스스로 찾아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누구나 고통과 위기가 따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연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적성 및 마음가짐을 잘 살펴보고 연구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된 뒤 진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사회는 산업 및 교통 발달과 자살시도률의 증가로 두부 외상 및 뇌 손상이 국내 10대 사인에 포함될 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며,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 삶의 질 저하 및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밝혀낸 시냅스 재 연결의 기전을 응용하여 뇌 손상 회복 및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 기술 개발의 실용화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흔쾌히 도와 주신 여러 공동 연구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직접적으로 참여하신 여러 교수님들 뿐만 아니라 전기 생리학 실험 및 분석을 도맡아 진행해 주신 이재광 박사님 (한국식품연구원)과 논문 마무리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신 김아정 박사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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