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 등록2021-03-04
- 조회2,449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곤충은 폐를 가지지 않고, “기관 (trachea)”을 통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교환하여 호흡합니다. 기관은 큐티클로 구성된 튜브 모양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은 곤충의 장기 전체에 연결되어 있고 최종적으로 모든 기관은 곤충의 몸 표면의 기문 (spiracle)으로 통합니다. 기관은 아가미 호흡을 하던 곤충의 조상이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공기 호흡을 하기 위해 진화시킨 기관이며, 이를 이용해 육상에서도 효율적으로 산소를 이용할 수 있어 비상 (flight)과 같은 민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고 여겨집니다. 이처럼 기관의 발달은 곤충의 육상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이것의 형성 메커니즘, 특히 구조적 견고함을 유지해주는 경화 (hardening)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거의 규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모델 곤충을 이용하여 Dual oxidase (Duox)라는 효소에 의한 활성 산소 (ROS)의 생성이 기관의 경화와 형성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더 나아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는 중장 (midgut)의 후반부에는 Burkholderia라는 단일 종의 호기성 공생 세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공생 세균을 장내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Duox 효소 매개의 기관의 경화와 발달”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유전자 억제 기술인 RNA 간섭 (RNA interference)을 통해 duox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 기관의 경화가 일어나지 않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공생 기관으로의 산소 전달 결핍으로 이어졌습니다. 기관 발달의 저하로 인해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호기성 공생 세균은 결국 장내의 산소 부족으로 인해 죽게 되고,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와 Burkholderia 공생 세균의 공생 관계는 결국 붕괴됩니다. 많은 곤충이 공생 세균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기 때문에 (예: 영양소 공급, 성장 속도 촉진, 생식 능력 및 면역력 증진 등), Duox 효소에 의한 기관 발달은 공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숙주 곤충에게 필수적이며, 그러므로 다른 곤충에서도 Duox에 의한 기관 발달이 매우 중요 할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향후 곤충 이외에 기관을 발달 시켜 살아가는 거미류와 같은 육상 절지동물의 Duox의 기능에 대해 분석을 한다면, 절지동물이 육상 환경에 진출할 때 어떻게 진화가 일어났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이번 발견은 기관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해충을 사멸시키는 새로운 방제 기술의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Duox의 기능을 저해하는 화합물 및 항산화 물질의 연구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위치한 AIST (일본 산업 기술 종합 연구소) 홋카이도 센터에서 수행됐습니다. AIST 홋카이도 센터에는 공생 세균, 미생물학, 식물 유전학, 구조 생물학, 생물 정보학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그룹이 존재하는데, 저는 현재 미생물 생태 공학 연구 그룹에서 공생 세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그룹에서는, 본 연구에서 소개한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이외에도 다양한 노린재 해충의 공생 세균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양 생물의 공생 미생물이나 토양 미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 미생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HP : https://unit.aist.go.jp/bpri/bpri-metr/index_e.html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무엇보다도 긴 실패 끝에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때가 기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들을 축적하여 “논문화”를 시킨 후 저널에 출판되었을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한국에는 인간이나 포유류의 공생 세균을 연구하시는 분은 꽤 계시지만, 아쉽게도 곤충의 공생 세균에 관해서 연구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생물이나 곤충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곤충의 공생 세균의 세계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곤충이 생태계에 있어서 하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곤충-공생 세균에 대한 기초 과학 연구는 빼놓을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곤충의 공생 세균에 대해 연구하시는 과학자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유학을 추천해 드립니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시기가 좋지 않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제 박사를 졸업하고, 일본의 JSPS Postdoctoral Fellowship을 취득하여 올해부터는 박사 후 연구원으로써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박사과정 때부터 진행해 오던 남아 있는 연구도 마무리하겠지만, 더이상 학생이 아닌 만큼 현재의 지도 교수님이 하던 연구가 아닌, 저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거지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2018년 3월에 일본에 도착해서,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던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정말 많은 도움 준 지도 교수님을 비롯해 AIST와 홋카이도 대학교 응용미생물학 연구실의 모든 멤버들, 박카스 멤버들, 여자친구,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Symbiosis
#Microbiology
#Entom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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