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과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용한 기술입니다. 광유전학 초기에 개발된 광섬유를 이용한 유선 방식은 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고, 뇌에 삽입되는 단단한 구조물이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근 무선 방식의 디바이스가 개발되어 동물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지만, 주기적인 배터리 교체 혹은 외부의 무선 전력공급 장치가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존재했습니다.
카이스트 정재웅 교수님 연구팀은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무선 충전 및 완전 이식 가능한 광유전학 디바이스를 개발했습니다.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체내에 이식된 디바이스의 무선 충전 및 무선 제어가 가능하고, 생체친화적이며 부드러운 소재로 코팅하여 조직 손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였습니다. 배터리 교체 없이 장기간 다양한 동물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속한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님 팀에서는 이 디바이스가 동물에게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였습니다. 디바이스는 쥐(rat)의 두피 아래로 완전히 이식될 수 있었고, 수술 후 쥐들은 매우 건강했으며 특별한 장애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X-ray 및 CT 촬영을 통해 이식된 디바이스의 위치를 확인하였으며, 쥐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체내 이식된 디바이스가 실제로 무선 충전되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디바이스 무선 제어 역시 문제없이 작동함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코카인 민감화 모델에서 바이러스를 통해 채널로돕신을 발현시킨 prelimbic cortex-nucleus accumbens (PL-NAcc) 신경회로에 빛자극을 준 결과, 빛자극을 받은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과 달리 코카인 민감화가 억제되는 행동결과를 얻음으로써 이 디바이스가 중독과 같은 고등한 인지기능을 제어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디바이스를 감싸고 있는 피부조직의 손상이 최소화되었음을 조직학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디바이스의 생체친화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디바이스를 이식한 쥐를 무선충전 챔버에 넣고 디바이스를 충전하면서 배터리 잔량이 실시간으로 올라가던 순간과, 스마트폰 앱으로 디바이스의 LED 를 작동시켜 쥐의 머리에서 파란색 불빛이 반짝이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카인에 의해 형성된 행동민감화 반응이 빛자극에 의해 정말로 눈앞에서 현저히 감소되던 순간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동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있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며 마침내 결과를 얻어낸 순간의 짜릿함이기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 교수님 연구팀과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님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연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김정훈 교수님 연구실(KARL)은 대뇌 보상회로를 중심으로 약물 및 행위 중독의 생물심리학적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적 연구를 위해 행동민감화, 조건장소선호, 도박성게임 등 다양한 중독관련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동물의 행동을 정교하게 측정, 분석하고, 신경생물학적 연구를 위해 대뇌 보상회로 내 신경회로의 활성, 시냅스 가소성, 분자적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전통적인 약물 중독 연구에서 최근 도박 및 게임 중독과 같은 행위 중독으로 영역을 넓혀, 국내 최초로 터치스크린 챔버를 이용하여 쥐들에게 도박성게임을 학습시키고 기질에 따른 위험회피 및 위험추구 성향을 분리해냈습니다. 여러 훌륭한 연구팀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광유전학 기술, 새로운 약물전달 시스템을 도입하여 중독질환의 핵심 행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우리가 뇌를 통해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기억함으로써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뇌라는 기관은 참 신비롭고 놀랍습니다.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고, 뇌과학 분야는 그만큼 더욱 도전적이고 매력적이라 느껴집니다.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이따금 실험이나 데이터 분석 등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직후에 정말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몰입의 순간은 훌륭한 연구결과를 얻은 순간만큼이나 보람되고, 길고 긴 학위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충실함으로써 몰입의 순간을 자주 맞이하려 노력하고 있고, 이번 논문을 통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위과정은 원하는 분야를 맘껏 공부하고 배우며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때때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드물어 지치기 쉬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결과는 한 번에 나오는 법이 없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번의 반복 실험이 필요하지요. 그럼에도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근본적인 질문을 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위과정을 그 질문에 다가가고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한다면 한결 즐겁게 연구에 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도박성게임 동물모델에 광유전학 기술을 도입하여 충동적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신경회로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쥐들에게 도박성게임을 학습시키고 위험추구 성향을 분리한 후,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하여 도박성게임의 특정 타이밍에 특정 신경회로의 활성을 조절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지도교수님이신 김정훈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위과정이라는 마라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제가 보지 못한 저의 모습들을 일깨워 주시며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조언해주셔서 많은 부분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긴 호흡의 학위과정에도 계속 힘을 낼 수 있도록 항상 격려해주시고 실험 전반을 세세하게 검토해주시는 김화영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기꺼이 도움을 주고,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KARL 연구실 선후배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또한, 멋진 디바이스를 제작하여 공급해주신 카이스트 정재웅 교수님과 김충연 예비 박사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선택한 길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시는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KARL, Sm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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