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COVID-19)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으로 RNA 백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RNA 백신은 세포 안에서 짧은 기간 활성화돼 타겟 단백질을 발현하고, 수일 안에 리보핵산 분해효소 반응으로 파괴됩니다. 자연 상태에서의 RNA는 금방 분해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주입된 RNA가 체내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면역 반응을 안정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RNA 안정화기술 및 RNA 분해기전 연구가 RNA백신 및 치료제의 핵심 기술입니다. 세포 내 RNA 분해 기전은 복잡하고 많은 효소 및 경로와 관련되어 있으며, 생체 내에서 매우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치료제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RNA를 소재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NA가 생체 내에서 리보핵산 분해효소에 의해 어떤 기전으로 어떻게 선별적으로 분해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장균 및 기타 여러 세균에서 RNA 분해 및 가공에 필수적인 효소인 리보핵산 내부분해효소 RNase E(Rne)가 어떻게 RNA를 인식하고 결합하여 절단하는지, 또 이때 필요한 인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과 같은 분자적 기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본 연구팀은 대장균에서 선별적으로 RNA의 안정성을 조절하기 위한 RNA 내부분해효소 RNase E의 효소활성 조절 전략으로 단백질 4차구조 형성을 통한 다중화 (multimerizaion)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또한 단백질 구조분석 실험 등을 통하여 RNase E 효소 활성 증대 돌연변이 (NTH-Rne-E429G)를 발굴하였으며, RNase E의 다중화를 증대시킴으로써 짧은 RNA가 아닌 길이가 긴 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데 필요한 인자 (Amidase C, AmiC)를 발굴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에 알지 못했던 RNA 분해효소에 의한 RNA의 길이에 따른 선택적 안정성 조절 기전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는 RNA백신과 같은 RNA 기반 바이오 의료기술의 개발과 감염성 질환 및 유전 질환 치료 전략 연구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산하 미생물학 연구실과, DNA 클로닝 기술을 처음 개발한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스탠리 코헨(Stanley N. Cohen)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저의 지도 교수님이신 중앙대학교 이강석 교수님께서는 원핵 세포의 모델 시스템인 대장균을 대상으로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핵심 생체물질인 “라이보솜 RNA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Ribosome, Ribonuclease, tRNA, microRNA에 이르기까지 RNA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RNA world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효율의 핵산 및 단백질 전달용 나노복합체를 개발하여 기술이전 및 회사 설립을 진행하였고, 다양한 질환의 표적치료제 및 진단용 분자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 연구실은 해외 거대 연구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이 무색할 만큼 매년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는 랩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끊임없이 의논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연구 환경이 크게 기여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요 저널에 논문들을 투고하면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작은 연구실에서 나온 연구성과들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뷰어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한 논문을 5년이 넘는 시간동안 20 군데가 넘는 저널에 리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연구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동원하여 설득하고 출간까지 하였습니다. 교과서에 쓰일 한 줄의 문장을 추가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저에게 큰 자부심으로 남아있으며 아마 평생 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많은 학생들이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큰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아마 “내가 하는 이 연구가 인류에 그리고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 일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연구를 하다 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실험들만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 와도 점점 격리되는 것 같고, 이 실험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이 연구가 오랜 시간 사실로 받아들여졌던 패러다임을 바꾸고, 난치병을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하며,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COVID-19의 종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RNA백신 개발의 기초가 되는 등 유의미하게 활용되는 것을 보면 정말로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미래는 많은 분야가 AI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이미 사라지고 있는 직업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미래를 계획하고 삶을 발전시키는 과학기술이야 말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 감사하게도 여러 편의 논문이 한꺼번에 발표되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학위과정동안 생명과학과에서 미생물을 전공하면서 RNA에 대한 기본을 다졌고, 박사후연구원 과정동안 약학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및 Cancer Biology에서의 RNA쪽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들을 빠르게 진단하고 타겟-특이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drug delivery system 및 targeted therapy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배운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험이 인류에 도움이 되게 끔 활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10년만에 논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먼 길을 돌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저를 이끌어 주신 이강석 교수님께 가장 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먼 타지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고 마무리해준 고하영 박사님과 수많은 메일 주고받으면서 논문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신 스탠포드 대학의 Christopher, 그리고 Stanley Cohen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동료분들께 무한한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저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료이자 멘토인 염지현 박사님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다는 말씀 남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저의 꿈을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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