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만성 B형간염의 초기 단계인 ‘면역관용기부터 항바이러스 약물치료’ vs ‘활동기 간염으로 이행된 시기부터 약물치료’를 비교하여 비용효과성을 평가한 연구입니다. 경제성평가는 기존의 대안에 비해 새로운 치료법(혹은 검사)의 개선된 임상적 효과가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는지, 즉 비용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가지는지(Value for money) 평가하는 것입니다.
B형간염의 자연경과는 수십년에 걸쳐 면역관용기, e항원 양성 면역활동기(면역제거기), 비활동성 간염, e항원 음성 면역활동기(면역억제기)로 진행되는데 현재 대부분의 진료지침에서 활동기 간염 시기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권고하고 있고, 보험급여도 이들 환자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논문들에서 진료지침 치료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하였을 때 간세포암 발생 등 장기 예후가 호전되었다는 결과를 제시함에 따라 치료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습니다.
초기 단계인 면역관용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장기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약제비용의 부담이 높아지게 되는 반면,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고 높은 치료비용이 드는 간암 및 그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본 연구에서는 면역관용기에서의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대한 장기간의 성과를 평가하고자, 서울아산병원의 만성 B형간염 후향적 코호트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경제성평가 모델을 구축하고 20년간 시뮬레이션 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임계값(질보정수명 1년 당 $20,000) 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되어 면역관용기부터 조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비용효과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민감도분석을 통해 간세포암 발생위험이 높을수록 그리고 약품비가 저렴해질수록 비용효과적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임상전문가의 약제치료 시기 선택 및 보험급여기준 설정에 좋은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교신저자이신 임영석 교수님께서 ‘B형간염 환자는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 젊은 연령대입니다. 이들을 건강하게 하여 간암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을 줄이는 것은 사회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것인데, 의료비용 뿐 아니라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질병으로 인한 조기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액을 추계하여 사회적 관점의 분석을 수행한 결과 더욱 비용효과적임을 보였던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임상전문가와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관심이 높은 주제를 다루게 되고, 이 연구결과가 다시 임상(혹은 보험급여)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아주 뿌듯하고도 짜릿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성균관대 약대 사회약학연구실에서 이의경 교수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고, 동 연구실에서 다양한 경제성평가 및 약무정책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사회약학연구실은 기업의뢰 과제뿐 아니라 식약처, 심평원, 공단 등 정부 및 공공기관 출연과제가 끊임없이 있어서 경제성평가 분석기법이나 정책의 흐름을 다양한 시각으로 연구하고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경제성평가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체계적 문헌고찰, 건강보험 자료 빅데이터 분석, 비용분석 연구, 효용가중치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보건통계학, 약물역학, 계량경제학 등 연관 학문의 전문가와 원활한 협력, 자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진 연구실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삼육대학교 약학대학에 재직하면서 경제성평가 및 약무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경제성평가 연구팀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님) 연구팀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간질환 관련 선도적인 임상연구들을 수행하시고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시는 임상전문가와 협업하였기에 임상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경제성평가 모형을 구축하고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경제성평가는 새로운 치료대안의 임상적 성과를 타당하게 반영하여 실직적인 비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모형을 구축하고 시뮬레이션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치료대안의 경제적 가치가 충실히 평가되는 것을 확인하게 될 때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인구고령화, 고가의 신의료기술 도입으로 환자 및 보험재정 부담의 증가를 고민하고 있으며, 한정된 재정의 효율적인 배분방법으로서 경제성평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수행하는 경제성평가 연구가 건강보험 급여 관련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경제성평가 연구를 수행에 있어 근간이 되는 연구방법들(체계적 문헌고찰, 메타분석, 건강보험자료와 같은 빅데이터 분석 및 통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질병의 자연사를 기반으로 모델링을 해야하므로 연구대상 질환 및 치료법에 대한 임상적인 측면의 이해도 중요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임상주제에 비용효과성 평가를 포함하여 과제 RFP를 내는 경우도 많아지고,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외국에서 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평가 연구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간질환과 관련된 경제성평가 과제를 해왔는데 이렇게 동일한 질환의 경제성평가 연구를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경험을 축적하면서, 과거연구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들에 대해 보강하고자 합니다. 또한 transmission을 다룰 수 있는 다양한 모델링 기법 및 경제성평가에 수반되는 의료비용과 의료이용과 관련하여 real world data 분석에도 욕심을 내보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도교수님이신 이의경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Lab을 떠난 제자가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의 임영석 교수님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조언과 판단 뿐 아니라 이따금 연구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도 주시는 따뜻한 스승이자 멘토이십니다.
같이 연구해주신 김기애 교수님, 그리고 박재아 선생님을 포함한 연구실 모든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는 길을 지지해주시는 부모님과, 바쁜 아내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큰 힘이 되어주는 남편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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