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은 전 세계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식량과 자원을 제공하며, 환경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식물병리학은 식물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병원체에 대해 다학제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본 연구는 주요 식량 작물 중 하나인 벼의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열병균을 다루고 있으며, 기주 식물과 병원성 곰팡이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밝혀낸 내용입니다.
식물병원체는 기주 식물의 면역체계에 대항하기 위해 이펙터(effector)라는 병원성 인자를 분비하여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발견된 벼 도열병균의 핵 이펙터 MoHTR1과 MoHTR2는 침입균사로부터 분비된 후 식물 세포 내부로 이동하고, 핵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이펙터 결합 인자(effector binding element)를 지니고 있는 벼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에 결합하여 목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전사체 수준에서 식물 면역 유전자들의 발현에 영향을 줍니다. MoHTR1과 MoHTR2를 발현하도록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벼는 반활물기생 병원체인 도열병균과 흰잎마름병균(Xanthomonas oryzae pv. oryzae)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며, 반대로 사물기생 병원체인 깨씨무늬병균(Cochliobolus miyabeanus)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합니다. 병원체의 생활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기주 식물의 병 저항성은 양가 면역 (ambivalent immunity)의 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본 연구 결과는 벼와 도열병균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병원체 핵 이펙터에 의한 식물 면역 조절이 다른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식물과 병원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목적으로 이펙터 작동 기작을 밝히는데 유용한 연구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연구 그룹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추후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쌓여 친환경적인 식물 병 방제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균병학 연구실에서 이용환 교수님의 지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벼 도열병을 대상으로 식물와 병원성 곰팡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공생과 마이크로바이옴까지 영역을 확장하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년간 축적된 분자생물학적/생물정보학적 연구기법을 융합하여 자유도 높은 연구가 가능하며, 타 연구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연구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연구실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논문을 정리하면서 다른 연구그룹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여러 가지 한계점 때문에 모델 생물을 이용한 연구들이 많았는데,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모델이 아닌 생물에서도 연구가 가능한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학술 커뮤니티에서도 식량 작물과 같이 실생활에 중요한 생물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모델 생물체에서 이뤄낸 연구성과들을 실생활에 도입할 수 있도록 작물에서 재현해보는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지향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중요한 식량 작물인 벼에 병을 일으키는 도열병균이 기주 식물의 면역체계를 변형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성공적인 학위 과정을 위해 다른 많은 요소들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방향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을 너무 급하게 진행하려고만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잘 생각해보고 계획을 세워 진행한다면 좋은 성과와 함께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문을 마무리하며 느꼈던 것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시행착오를 참아내야 한다는 것, 당장은 해석하기 어려운 것들도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하다 보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성과를 얻으려면 어떤 연구를 수행해야 할지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평생에 걸쳐 도전해 볼 만한 연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논문이 마무리되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지도해주신 이용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강석찬 교수님, University of Georgia의 강창현 교수님, 순천대학교 박숙영 교수님, 영남대학교 전준현 교수님, 서울대학교 식물균병학 연구실 구성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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