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은 Wnt 신호전달의 보조 수용체인 LRP6와 조절자 Sclerostin 단백질 (SOST)에 관한 연구입니다. Wnt 리간드가 세포 밖에 존재하게 되면 수용체 Frizzled와 보조 수용체인 LRP6와 상호작용하여 ternary complex를 이루고 canonical Wnt 신호전달이 활성화됩니다. 이때 SOST는 LRP6와 결합하여 ternary complex 형성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SOST 단백질은 주로 골세포에서 분비되면서 조골세포의 Wnt 신호전달을 억제, 분화를 억제하여 뼈의 항상성을 조절합니다. 뼈 밀도가 저하되어 골절에 취약한 골다공증은 전통적으로 골흡수 억제제를 투여하는 치료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이 SOST를 억제하여 골생성을 촉진하는 치료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SOST의 구조는 단일 NMR 구조와 loop2의 일부 아미노산이 LRP6의 세포 밖 첫 번째 도메인 (E1)에 결합한 결정구조가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LRP6 E1 도메인만으로는 SOST에 강하게 결합하지 못하고, 반대로 SOST loop 부분만으로는 LRP6에 대한 결합력이 약하다는 실험결과가 있어 E1 이외에 새로운 결합위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결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LRP6 E1E2 도메인과 SOST가 결합한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규명하고 두 결합 site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구조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두 단백질 간의 결합력 측정, Wnt 신호전달 분석, XL-MS, 단백질 모델링 그리고 Xenopus laevis 배아를 이용한 발생과정 관찰 등 다양한 생화학적, 기능적 분석을 통해 추가로 검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SOST의 작용 기전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SOST의 Wnt 신호저해 메커니즘을 새롭게 제안하였고, 이로부터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제가 실험실에 입학하고 6개월 정도 후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저의 대학원 생활과 함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량정제에 처음 성공한 단백질이며 크리스탈 셋업 이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연구 방법과 과정을 처음 겪었던 단백질이네요. 그 만큼 서로를 많이 괴롭히며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습니다.
그 중 단백질 결정 연구 분야에서 많이 전해지는 에피소드를 저도 겪게 되었습니다. 한창 단백질 정제 과정을 최적화하여 크리스탈 셋업을 여러 판 하는 것은 좋았는데 3일 뒤, 일주일 뒤 보름 뒤 어떤 조건에서도 이렇다 할 결정을 관찰할 수 없었습니다. 더 오랜 시간 후에 생겨나는 결정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 사이 더 다양한 조건에서 셋업 플레이트들이 쌓였고 오래된 플레이트들일수록 보는 빈도가 낮아졌지요. 그러는 도중 envelope이라도 먼저 보기 위해서 SAXS 실험 준비와 공부 등으로 반쯤 잊혀진 플레이트가 제법 있을 때 쯤 SAXS 빔타임이 다가와 포항으로 출장을 갔었습니다. 그 사이 교수님께서 구석에 오래된 플레이트들을 확인 해보셨고 그 중 하나의 drop에서 바늘 형태의 작은 결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더 늦어질 뻔했거나 어쩌면 미쳐 놓칠 뻔한 initial 결정을 만나게 되었고 최적화 단계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 얻은 초기 조건을 기반으로 24 well 로 scale-up을 하면서 여러 최적화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결정 탐색용으로 만든 HEPES pH 7.0 버퍼로 조건을 바꿔보니 개선된 크리스탈 drop이 생겨 이것을 기준으로 또 여러 조건을 찾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버퍼를 한번 다시 만든 일이 있었는데 뭔가 예전만큼 결정 모양이 예쁘지 않더라고요. 버퍼도 다시 만들어보고 여러 테스트도 해보았지만 개선되지 않았는데 혹시 하는 생각에 남아 있던 예전 버퍼의 pH를 측정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예전 버퍼가 0.1 ~ 0.2 정도 벗어난 수치였다는 것을 확인했고 같은 pH로 새로 버퍼를 만들었더니 다시 개선된 결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처음 만들었던 버퍼가 pH가 정확하지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 있네요. 마무리가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후 실험에서도 겪었던 많은 실수와 우연의 에피소드들이 어딘가 쓰일 수 있었던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구조생물학 연구실에서 최희정 교수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구조생물학 연구실은 X-ray 결정학을 기본으로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고 각종 생화학적 assay를 통해 단백질의 기능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현재 실험실에서는 분비/세포내 단백질이나 GPCR 막단백질 등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다루고 있으며 각 단백질 특성에 적합한 대량 발현 시스템 (E.coli, sf9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발현된 단백질들을 고순도 정제 및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각종 필요한 장비 (f-SEC, MALS, ITC, LCP 등)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결정화 및 회절패턴 분석 외에도 최근 주요한 기술로 자리잡은 cryoEM 분석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또한 Loop 모델링이나 Docking과 시뮬레이션, XL-MS, HDX-MS, SAXS, in vivo assay 등의 다양한 분석법을 보유한 실험실과 협업하면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분석을 진행하고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단백질 정제와 결정화 등을 진행하면서 교과서나 논문에서 보던 작업들에 숨겨진 고된 작업들이 무엇인지 하나 둘 몸으로 느꼈습니다. 결정화 탐색을 위해서 많은 양의 순수 단백질이 필요한데 LRP6와 SOST 단백질 복합체의 경우 수득률이 그리 좋지는 못했고 분비 단백질 특성상 매주 수 리터씩 수 개월을 단백질이 필요할 때 마다 발현과 정제를 진행했습니다. 단백질 복합체로 이뤄진 결정 조건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수 많은 시도에서 얻은 결정은 70%가 넘는 solvent contents로 바늘 형태의 결정이었습니다. 일반 빔으로는 신호가 약해 포항 가속기 연구소와 미국 SSRL의 microfocus beam으로 회절 패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SOST의 전자밀도 분석이 까다로워 매 단계에서 높은 허들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코 실험은 쉽지 않고 논문에 적힌 한 줄 한 줄에 많은 노력과 스토리가 담겨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12년 가을 최희정 교수님께서 서울대학교에 구조생물학 연구실을 open하시고 저는 2014년 겨울 인턴으로 실험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306호에 자리잡았던 실험실이 현재 309호로 이전하였고 각종 장비와 실험체계가 추가로 셋팅 되어가는 모습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제 연구주제도 2015년 2학기부터 시작하여 실험실이 성장해가면서 연구에 도움이 되고 또 연구에 필요한 것을 새로 도입하면서 실험실이 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뿌듯함이 느껴지네요. 특히 초기 연구원분들과 함께 셋팅에 고생했던 혹은 하고 있는 insect 세포 시스템, HEK293 시스템, 해리 상수 측정법, 전자현미경법 등이 기억에 남네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학생때와는 다르게 현재 정립된 내용들을 공부하면서 가장 학문의 경계에 있는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성과를 빠르게 쟁취하고자 오버페이스로 달렸고 처음에는 그에 따른 결과도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문의 벽은 높았고 긴 시간동안 비슷한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면서 반복되는 실험들에 지치는 순간도 많아졌습니다. 이내 혼자 정체되고 고립된 기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저에겐 조금이라도 성취감을 느끼고 시각을 돌릴 수 있는 일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본 연구 도중 시작한 cryoEM 프로젝트나 전자현미경 스터디 등을 하면서 일이 진행되고 새로운 분야로 머릿속을 환기되는 등의 프로세스가 다시 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 같네요. 그 밖에도 스트레스 발산 겸 시작한 헬스에서 조금씩 증량되는 무게에 재미가 들려 하루 일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이 시간만큼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른 무거운 짐을 들며) 지친 정신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노력 중이지만, 많은 경우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인만큼 긴 호흡을 가지면서 집중과 환기의 균형을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제는 구조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핵심기술로 자리잡은 cryoEM 분석법을 실험실에 셋팅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설비와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뜯어보고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제 연구에도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네요. 실험실에서 다루던 단백질들은 200 kDa 이하 크기 단백질이 많아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 보유하고 있는 120 kV 현미경으로 노이즈인지 단백질 파티클인지 구분이 안 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현미경 다루는데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몰라 답답한 부분도 많았지만 스킬이 조금씩 늘면서 꽤 작은 단백질들도 dot으로나마 관찰했던 날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 노성훈 교수님 실험실, 오창 KBSI, 카이스트 KARA 등을 다니며 여러 cryoEM 장비들에 접근하고 논문을 읽으며 프로세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주제를 길게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주위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올바른 길로 지도해주시고 늘 활발한 디스커션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신 저의 지도교수님 최희정 교수님께 크나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에겐 다소 생소한 Xenopus 실험에 친절히 설명해주시고 주요한 결과를 제공해주신 한진관 교수님 실험실 한원희 박사님, 여러 조건에서 모델링을 수행하면서 활발히 실험을 진행해주신 석차옥 교수님과 박태용 연구원님, 초기 SOST 프로젝트를 시작하시고 제가 참여하여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김은진 박사님, 입학부터 여러 실험을 배우고 함께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방인진 박사님, 한창 정신 없을 시절 제 연구실 옆 자리에서 실험을 도와주고 지지해준 이현식 연구원님, 세포주 구매처가 없어 곤란하던 차에 빠르게 제작해주신 강찬희 교수님과 노경환 연구원님, 단백질 특성상 어려운 분석이었던 HDX-MS 실험을 수행해주신 정가영 교수님과 정예진 연구원님, 리비전때 까다로운 리뷰에 답할 수 있도록 XL-MS을 수행해주신 김종서 교수님과 김지수 연구원님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많은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했던 실험실 식구들, 각자의 위치에서 어려운 길을 함께 걸으며 의지가 되었던 선배님 후배님 그리고 친구들, 마지막으로 고향에서 항상 걱정이 많으셨던 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격려와 지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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