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다양한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으로 SMC 단백질이 어떻게 Chromosome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지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SMC 단백질 연구는 염색체 구조를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고, 아주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논문은 기존 AFM 이미징 기법과 HS AFM 이미징 기법을 이용했는데, HS AFM 이미징을 이용하면 마치 영화를 보듯,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용액에서 1 nm 해상도와 50 ms 의 시간 분해능으로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이 기법으로 Condensin 이라는 SMC 단백질이 O 모양과 B 모양의 두 가지 state 를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구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구조 생물학 기법(X-ray 결정학, EM, 등) 들이 이 단백질 연구에 적용이 되었지만,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그 기법들이 보이는 구조들이 일치 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고, 여전히 이 단백질의 구조 연구는 mystery 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정지상태의 단백질 구조의 한계가 이 단백질에 적용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고 있는 HS AFM 이미징을 하면 이 단백질의 긴 arm 이 아주 flexible 하다는 것을 알수가 있는데, 이 flexibility 때문에 그 동안의 구조 연구의 불일치가 관찰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연구 덕분에, 기존에 establish 되었다는 방법론도 어쩌면 일반화의 오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 과정 중에서도 저희 공동 연구 팀과도 다른 결과가 나와서 애를 많이 먹었고, 그 공동 연구 교수님도 제 결과를 좀 공격적으로 코멘트를 하셔서 오랜 기간을 걸쳐 만들어 낸 결과들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학적으로 그 분과 저의 결과의 차이와 그 차이가 일어난 이유들을 데커 교수님께 리포트 했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더라고요. “So what?” “You did not observe something that they did not observe. Then, I don’t care. Let’s submit it.” 그리고는 교수님과 함께 밀어 부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공동 연구 교수님께서 본인이 예전에 너무 공격적으로 이야기를 했고, AFM 이미징으로 이렇게 systematic 하게 연구한 경우를 못 봤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경험도 저의 연구 철학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경험 통해서, 자신의 손에서 나오게 된 데이터에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 어떤 것도 완벽한 방법론이 없기에 철저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결과를 얻었더라면 다른 결과와 다르더라도, 과학적으로 보고하는 것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누가 맞는지는 더 기술이 발전하고, 더 지식이 생기면 알게 되는 것이니깐요. 또한, 뭔가 종지부를 찍는 연구를 하기 원하지만, 하나의 논문은 하나의 퍼즐 조각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것 같습니다. 퍼즐을 혼자 다 맞출수는 없고,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그 퍼즐 조각 하나를 제 연구 분야에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퍼즐 조각은 다른 퍼즐 조각과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겠죠. 결국 그것은 모든 그림이 완성 되었을 때, 이 분야가 완성이 되었을 때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Cees Dekker 교수님 연구실에 있습니다. Cees Dekker 교수님은 원래는 탄소나노튜브로 유명하신 분이시고, 탄소나노튜브로 노벨상 후보까지 오르셨죠. 아마 Graphene이 개발이 되지 않았더라면 탄소나노튜브에서 노벨상이 나오고 데커 교수님께서 받으셨을 것이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2000 년대 중반 때 바이오가 더 재미있는 숙제가 많다고 생각을 하시고는 Biophysics 로 분야를 바꾸시고, 이 분야에서도 확실한 leader 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또 저희 KAVLI INSTITUTE 와 저희 학과는 데커 교수님께서 만드신 연구소이기도 합니다. 만든지 십여년 지났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네이쳐가 7편이나 쏟아지는 등 아주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포스닥 생활하면서, “사회성이 좋다” 라는 기준은 어떤 문화속에서 내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기 생각을 소신있게 마구 말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우리 나라 문화와 달리, 여기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실용적 문화 속에서 처음에는 문화 충격을 많이 느꼈습니다. 아주 극단적으로 직설적인 교수님과 토론을 하다가 처음에는 이 사람이 지금 내 말이 틀렸다고 하나 라는 오해와 함께 대화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나중에는 문화라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직설적이고, 저의 소신을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대화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처음 2년 동안은 내내 교수님께서 communication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견 불일치가 생겼을 때에는 Table 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오가고, Email 로도 거침없는 의견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아 이 사람들 왜 나를 배려를 안해 라는 생각을 하며 아주 놀랬던 적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는 용기있게 소신있게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communication 문제를 잘 극복했다고 교수님이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런 토론문화에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교수님이 내 상관이라는 것을 까먹고, 과학에 대해서만 Yes No 를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네요.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포스닥을 오면서 연구 분야와 기법을 바꾸면서, 참 연구가 쉽지 않았습니다. 늘 이미징을 하면 괴물 같은 현상이 나타나서, 시간도 많이 낭비를 하고, 연구 동기도 많이 떨어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AFM 으로 이 단백질을 연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포스닥에서 연구 주제를 잘못 정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회의감과 떨어지는 동기부여와 싸우는 것이 너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꿈만 같은 결과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 했을 때, 결국 그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고,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훌륭한 연구자란, 잘 될 때 동기부여가 되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좋겠지만, 계속 낙심되는 결과가 나올 때, 인내하면서,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포기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며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잘 하는 사람이 진짜 과학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FM 이미징을 하면서, 제가 조각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밤새도록 실험을 하고는, 이탈리아 로마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밤새도록 이미징을 했고, 가장 좋은 이미지를 그 때 얻어서, 머리속에서는 계속 그 이미지가 여행 할 때에도 멤돌았죠. 그리고는 성베드로 성당의 미켈란젤로의 삐에따를 보는데, 내가 마치 미켈란젤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FM 이미징은 아주 미세한 탐침을 아주 정교하게 제어를 해서, 그 탐침이 단백질 표면을 긁어가면서 그 표면에 따른 구조를 민감하게 읽어들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예민하게 다른 이미지가 나옵니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망치와 정을 들어서 저 삐에따를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니, 갑자기 그렇게 지루한 AFM 이미징 과정과, 조금 잘못하면 괴물처럼 나타나는 AFM 이미지에 대해 이상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버퍼 조성, NaCl 농도, 단백질의 quality 조절, 그리고 좋은 탐침 고르고, 그 탐침을 아주 정교하게 제어하는 것… 미켈란젤로가 정교하게 조각을 하는 과정과 비교를 하니 많은 에너지와 기다림이 필요한 이 연구가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느껴지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한 가치와 보람이 갑자기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융합이라, 어떤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단분자 생물물리라는 분야로 생각을 할 때에는, 그 전의 이 분야는 테크닉 개발에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이 이미 개발된 테크닉으로 어떤 생물학적으로 의미있는 과제를 풀어 낼지, 아니면 이것으로 뭔가 의미있는 적용 사례를 만들어낼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욱더 자기가 연구하고 있는 Molecular Biology 에서 있는 가장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제가 연구했던 SMC 단백질은 가장 기본적인 chromosome organization 을 구성하는 building block 이 무엇이냐가 지난 20 년 동안의 질문이었고, 이 문제는, 2018 년 저희 연구실 Science 지와 제 이번 논문에서 해결이 되었죠. 이런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18 년에는 단순하게 side flow 를 적용시키는 것이 20 년 동안 이 분야의 핵심 질문을 해결을 했었고, 저의 AFM 도 역시 아주 긴 DNA 를 사용했던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파악을 하면, 결국 아이디어는 언젠가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그 아이디어가 엄청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fashion 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의 Science Nature 가 나왔더라, 그리고 뭐가 뜨는 분야더라 라고 하면서 그 분야를 찾는데, 이미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숙제가 그 분야에서 풀렸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포스닥 가기 전에는 어떤 분야가 대세이고, 사람을 찾는데,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다고 했지만, 결국 제가 이 연구를 마무리 했을 때는 온통 그 분야 사람들로 발을 딛일 틈이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대학하나 이 기법 연구를 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죠. 이미 떴다는 분야는 곧 saturation 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그 분야로 포스닥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또한, 우리 한국은 이제 Fast follower 에서 창조적 연구를 선도해야 하는 나라로 바뀌는 전환점에 있는데, 오히려, 지금 떴다고 생각드는 분야보다는, 좀 모험 같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숙제와 분야를 생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포스닥을 갈 때, 이미 뜬 분야는 자리 잡으려고 할 때, 이미 자리가 찾던지, 아니면 가장 중요한 숙제가 풀렸다던지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럴 때 더 한국의 과학이 대박을 건질 아이템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도, 이제는 뜬 분야보다는, 앞으로 전망이 큰 분야의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는 시스템이 우리 나라에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그렇게 될 때, 선도적인 연구를 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의사나 변호사 등의 “사”자 직업과 달리, 우리는 연구자로 포스닥 길을 선택했다면, 보장받을 수 없는 우리의 여정에 대해, 어짜피 모험을 선택한 인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왕에 모험할 것, 제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가는 길 보다는, 제대로 도전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자는 롤러 코스터 같은 모험을 즐기게 될 때, 제대로 연구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가족들은 많은 피곤함을 느껴야 하지만요… )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 자기집게 법으로 condensin 이 다른 ATPase 모터 단백질과는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논문을 submit 하는 중이고, 또 제 AFM 에서 얻은 결과를 이 결과와 아주 잘 일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Step size 가 40 nm 정도로 되고, 얼마나 힘을 인가하느냐 따라서 DNA 를 600 bp 까지 한 step 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step size 는 다른 모터 단백질에서 관찰되지 않은 크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또한, 이 SMC 단백질이 DNA loop extrusion 뿐만 아니라 Phase separation 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서, 이 쪽으로 계속 연구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포스닥으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 가족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내의 직장이 시립 교향악단이어서 아내는 한국에서 저는 네덜란드에서 지내면서 아주 폭풍 성장하고 있는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년 이상 매일같이 언제오냐고 물어보는 아이와 아내에게 참 미안하다는 마음이 많이 듭니다. 이 문제는 비단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연구와 가정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지만, 포스닥 계약직이라는 신분이 그러기에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의 기쁨을 아들과 아내와 함께 나누고 싶고요. 나중에 꼭 아들이 컸을 때 이 글을 읽게 하고도 싶네요.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아픔을 이기고, 해외에서 보장 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도전을 하고 계시는 수많은 연구자분들과 그 연구자분들을 지지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 가족분들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나의 결과를 얻기 까지 거의 천번은 시도를 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었던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결과의 보고가 나올 때마다 놀라지 않고, 지속적으로 과학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도전하게 도와주셨던 Cees Dekker 교수님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 장인 장모님, 형 형수님, 사랑하는 작은 아버지들, 외삼촌 이모님들, SRM 지체들, 이준 기념 교회 최영묵 목사님과 성도님들, 지원호 목사님과 최영희 사모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홀로 이 연구와 함께 씨름하고 있을 때, 늘 함께 해주셨던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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