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식물 종자가 발아하려면 적절한 수분과 온도, 빛이 필요합니다. 발아가 된 식물은 빛을 받아들여 광합성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게 됩니다. 이처럼 빛은 식물의 발아 및 생장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 환경요소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식물종자들은 적절한 빛이 있는 상태에서만 발아를 진행합니다. 현재까지는 분자수준에서 빛이 발아과정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빛 신호전달과정에서 PIL5라고 명명된 전사인자가 종자발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하였었습니다 (Oh et al., 2004; Oh et al., 2006). 이 PIL5는 빛을 인지하는 광수용체 PHYTOCHROME과 직접 결합함으로 하위단계로 빛 신호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발아에 적절한 빛 조건이 아닌 상태에서는 PIL5 단백질이 발아를 강하게 억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발아에 적절한 빛(적색광)이 인지되면, 이 빛 신호를 광수용체 PHYTOCHROME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PHYTOCHROME이 빛신호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 구조가 변화되어서, active form으로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PHYTOCHROME은 PIL5 단백질과 직접 결합하여, PIL5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발아를 억제하고 있던 PIL5단백질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빛을 매개로하는 발아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PIL5가 분해되어 없어질 경우, 하위단계에 있는 지베렐린 (GA; 발아 촉진 호르몬), 앱식산 (ABA; 발아억제 호르몬)과 GA negative components (RGA and GAI)에 관여하는 하위유전자들이 조절된다는 것을 또한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빛이 어떠한 신호전달과정을 거쳐 발아과정에 관여하는지, 어떠한 components들은 그 기능을 담당하는지는 많은 부분 알려져 있지 않은 가운데 있었습니다.
이번 논문은 빛이 없는 암상태에서도 발아를 하는 돌연변이체를 선발, 해당 유전자를 규명, 기능을 밝힌 내용입니다. SOMNUS라고 명명된 이 유전자는 C3H-type zinc finger로서 종자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되고 있으며 이전까지 그 기능이 전혀 분석되거나 밝혀져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SOMNUS는 앞에서 언급한 PIL5 단백질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현이 조절되는 Target downstream gene으로서, 발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호르몬인 지베렐린 (GA)과 앱식산 (ABA) 생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까지 씨앗 내 지베렐린(GA)과 앱식산 (ABA)호르몬이 종자의 휴면과 발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구체적인 조절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이번 연구는 종자 발아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겠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KAIST 생명과학과에는 동물과 식물, 미생물 생물학 전분야에 걸쳐 매우 우수한 교수님들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 식물을 하는 연구실은 두 곳인데, 그 중의 하나가 제가 연구를 진행한 최길주 교수님의 식물발달생물학실험실(PDBL)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주로 모델식물인 애기장대에서 빛을 인지하는 광수용체인 PHYTOCHROME 이 식물의 여러 발달단계, 즉 발아, 생장, 개화 등의 과정에서 어떻게 관여하며, 어떤 component들이 이런 빛 신호전달 과정에 관여하는지를 연구,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PHYTOCHROME과 직접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PIFs (Phytochrome Interacting Factors) family의 기능을 규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빛에 의한 발아과정 연구에 대해 국가지정연구실 (NRL)로 지정되어 발아 조절 기작에 대해서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는 post-doc 3명, 대학원생 12명이 열심히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무엇보다 실험에 있어서 적정한 실험조건과 적정한 샘플의 중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희와 동일한 PIL5단백질을 연구하는 경쟁그룹에서도 마찬가지의 전략으로 실험을 진행했었는데, 그들은 발아를 위한 빛 조건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의 실험을 지도해 주신 최길주 교수님은 여러 학문 분야에 있어 박학다식한 소양을 겸비하고 있는 분입니다. 실험을 진행하다가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 그때 정말 적절하고 필요한 방향들을 저에게 제시해 주시고 끈기를 갖고 지켜봐 주셨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재, 저는 KAIST에서의 포닥생활을 마치고,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새롭게 포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와서, 영어로 인해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미국 post-doc으로 계신 어떤 분의 글을 읽었는데, 미국에서 그분도 처음에 영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그 분이 깨달은 결론은 "연구자로서의 중요한 것은 영어능력의 탁월함에 있지 않고, 그가 얼마나 자신이 하는 연구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가가 아닐까 한다"는 논지의 글이었습니다. 영어가 유창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배워나가면 되는 것이고, 중요한 본질은 자신이 속한 Research community (연구환경과 조건, 동료연구원들) 속에서 얼마나 자신의 연구에 보람을 느끼고, 열정을 가지고 생활하느냐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열정으로 살다 보면, 자연히 언어를 포함한 다른 부수적인 문제들은 차츰 나아지리라 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여기서는 개화에 관련된 돌연변이체를 고전적인 mapping방법을 통해 screening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기장대는 게놈 분석이 끝나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map-based cloning 전략이 어느 식물보다 mapping technique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예전 서울대 대학원에 있을 때, 실험실이 고추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용형질에 대한 분자마커를 개발하는 게 주된 연구테마였는데, 그때 보고 듣고 실험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층 더 체계적이고 잘 정립된 mapping을 배우게 되어 좋은 계기인 것 같습니다. 또한, 실험실이 Plant epigenetics 분야를 다루는 만큼, 현재 분자생물학분야에서 많이 관심을 받고 있는 생물학의 최신 동향과 연구지식들을 많이 습득하고, 나아가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고자 걸어가는 이 길에서 힘든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저의 든든한 지원자요, 후원자로 저의 옆에 있어준 저의 아내 박상혜씨와 예쁜 소망, 소현이 두 딸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의 기초를 다져주신 서울대 김병동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KAIST에 처음 갔을 때,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이연 씨를 비롯한 PDBL 실험실멤버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향에서 저의 길을 든든히 지원해주신 부모님, 부족한 사위를 어여삐 봐주시는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삶의 반석이요 저의 주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Received for article May 28,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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