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RNA-의존적 RNA 중합 효소 (RNA-dependent RNA polymerse, RdRp) 는 다수의 RNA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바이러스 특이적 효소입니다. RdRp의 활성부위 (active site) 는 유전적 돌연변이율이 낮아 여러 다른 바이러스들 사이에서 보존된 서열이 발견되고, 또한 RdRp가 바이러스의 생활사에 필수적인 효소라는 점에서 범용적 항바이러스 연구의 표적으로 적합한 물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당 효소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시키는 전략을 통해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 제재 (Direct-acting antiviral agent)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산화그래핀 (Graphene oxide, GO)의 특성을 이용하여 형광 기반의 바이러스 특이적 효소 활성 분석 시스템을 제작하고, 이를 활용한 고효율 스크리닝을 통해 항바이러스 약물 후보군을 도출하여 그 효능을 세포 및 동물 감염 모델에서 확인한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산화그래핀 (Graphene oxide, GO) 은 2차원 탄소 단층 구조인 그래핀에 산화제를 처리하여 제작한 물질로, 그래핀 고유의 전기적, 화학적 특성을 다수 가짐과 동시에 산소 원자가 포함된 다양한 작용기들로 인해 각종 생체분자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산화그래핀의 특성을 활용해 RdRp 의 기질인 단일 가닥 RNA 대비 그 생성물인 이중 가닥 RNA 의 생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RdRp 의 활성을 시험관 수준에서 측정할 수 있는 형광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RNA nano-graphene oxide system (RANGO)). 이후 z’-factor 등의 검증을 통해 고효율 스크리닝에 적합함을 확인하고, 해당 시스템을 기반으로 FDA 승인 화합물 라이브러리로부터 중규모 스크리닝을 실시하여 RdRp 저해제 후보군을 선별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이 중 가장 효소 활성 저해 수준이 높았던 화합물 1종을 선정하여, 세포 및 동물 바이러스 감염 모델에서의 추가 실험을 통해 해당 약물 후보군이 실질적인 바이러스 효능을 보이는 direct-acting antiviral agent 후보군임을 입증했습니다.
초창기 나노시스템을 구현하는 단계에서 산화그래핀과 함께 사용 가능한 조건을 갖는 핵산을 디자인하고, 효소 활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선행 연구논문들을 참고하여 여러 금속 이온들 및 염의 농도와 pH 등 완충용액의 조건을 바꾸어 가며 매일같이 반복해서 실험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실험 노트에는 지금 와서 보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생각될 정도로 사소한 요인들까지 고려해서 거듭했던 실험들이 수 페이지에 걸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 시행 착오를 거쳐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최적화된 조건을 잡았을 때의 뿌듯한 기분이 함께 떠오릅니다. 사실 해당 과정은 이 연구의 전체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이제 갓 시작한 단계에 불과한 것이어서, 모든 연구가 마무리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사소한 일에도 기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그 때 처음으로 저 스스로 무언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던 덕분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화학부 생기능성나노물질 연구실에서 석박통합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나노물질을 기반으로 하여 분석 플랫폼 및 세포 내 물질 전달 시스템 등으로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나노물질의 합성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 기법들을 배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훈련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연구 태도를 기를 수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실에 아직 구비되어 있지 않은 실험 장비들을 셋업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바이러스 벤치워크 및 세포/동물 바이러스 감염 모델 구축과 관련해 외부 기관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한 적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화학 기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인지라 알아가는 과정은 고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때 자발적으로 습득한 경험적 지식이 가장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이때 함께 해 주고 같이 공부하며 고민해 준 실험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체분자 분석 플랫폼 개발과 같은 다학제적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지식을 두루두루 습득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 때 화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했는데, 이 때 배웠던 기초 지식들이 연구 초반에 새로운 이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사실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들과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처음 공부할 때에는 질병원으로 분류되는 바이러스들로 시작했지만, 학위과정 이후 기회가 된다면 보다 넓은 분류 체계에서의 바이러스로 눈을 돌려 이들의 작용 기전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그동안 제가 흔들릴 때마다 저를 모든 방면에서 지지하고 잡아 주신 제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인 부모님과,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 응원해주는 동생들, 그리고 제 인생의 롤모델이신 할머니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가 마무리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도움 주신 많은 분들이 떠오르네요. 바이러스 효소 단백질의 발현부터 정제에 이르는 모든 분자생물학적 실험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시고 연구 전반에 걸쳐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우재성 교수님과 연구원분들, 바이러스 감염 세포주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바이러스 은행 문광미 연구원님, 바이러스 감염 동물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 및 실험 데이터 분석에 아낌없이 조언해 주신 전북대학교 장용석 교수님과 박지상 연구원님, 그리고 각 연구 단계에 필요한 실험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준 김정호 연구원, 신호정 연구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를 믿고 이 연구 주제를 맡겨 주신 민달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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