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노인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년기 인지기능저하와 치매가 점점 더 중요한 의학적 및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1/3 정도가 결국은 치매를 앓으며 죽게 되지만, 아직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병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진행을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치료법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노년기 치매에서 아주 흔하게 발견되는 혼합 병리 (mixed pathology) 에 대한 이해 부족은 성공적 임상시험에 있어서 큰 걸림돌입니다. 최근 10여년간 대규모 부검병리 연구들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교과서적인 단일 질병 – 단일 증후군 중심의 이해와는 다르게 대다수의 노년기 치매 환자들의 경우 여러 병리소견이 혼합되어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병리소견과 뇌혈관 질환, 그리고 루이소체가 한 환자에서 모두 관찰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하며, 실제로 임상 및 병리소견을 종합하여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된 경우에도 95% 정도에서 다른 병리소견도 함께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치매는 혼합병리로 인해 생긴다는 것이지요. 특히 2019년에 명명된 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 (LATE; 노년기에 관찰되는 TDP-43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전두엽 치매 및 루게릭 병 등 다른 TDP-43 질환과는 구분되는 질병)의 경우 80세 이상 노인의 20% 이상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할 뿐 아니라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50% 이상에서 함께 발견되고, 또 알츠하이머와 LATE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 뇌 위축과 인지기능 저하도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LATE은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는데 꼭 함께 고려되어야 되는 병리소견 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혼합 병리의 경우 동물 모델이 아직 존재하지 않고 또 부검을 거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에게서는 추적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왜 이렇게 혼합병리가 흔한 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제게는 이러한 혼합병리의 문제가 참 신기하고 중요하게 느껴졌고, 신경과 레지던트와 행동신경학 펠로우를 거치면서 만난 두 분의 멘토, Dr. Philip L. De Jager (Harvard/Columbia) & Dr. Reisa A. Sperling (Harvard)과 함께 혼합병리의 유전적 및 환경적 위험 인자들에 대한 연구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e.g., White*, Yang*, et. al., PLOS Med 2017; Yang, et. al., Lancet Neurol 2018; Rabin*, Yang*, et al Ann Neurol 2019).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인자를 찾아 혼합병리의 기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 목적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 개의 부검 코호트(Religious Orders Study, Rush Memory and Aging Project, Mayo RNAseq)를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를 통해 분석한 결과 TMEM106B와 RBFOX1이라는 유전자의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이 뇌 유전자 co-expression module (*같이 조절되는 유전자 그룹)의 발현 양상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중 특히 TMEM106B에서 관찰된 SNP은 기존에 알려진 TDP-43 전두엽 치매 및 LATE (노년기 TDP-43)의 risk SNP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이 TMEM106B SNP과 연관된 유전자 발현 및 mRNA splicing의 변화 양상이 그 동안 보고된 TDP-43 모델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기존에 잘 밝혀지지 않았던 TMEM106B risk gene과 TDP-43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lysosomal/myelination gene module이 알츠하이머 병리소견(Amyloid-beta)과 LATE (TDP-43) 사이의 연결고리임을 관찰하였는데, 이는 알츠하이머와 LATE의 밀접한 연관이 우연이 아니라 연결된 기전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는,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은 47개의 aging human brain gene module에 대한 GWAS였는데, 수 천만개의 회귀분석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결국엔 평소에 임상의사로서 많이 궁금했던 LATE의 분자적 기전 및 알츠하이머와 LATE간의 관계에 대한 의미있는 발견으로 귀결되어 참 신기하고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분석기법들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진행하느라 첫 GWAS 결과를 알고 출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또 그 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저희의 출판이 늦어지는 동안 다른 경쟁 그룹들에서 TMEM106B가 많은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해석한 내용들을 출판해서 조금 긴장한 적도 있지만, 유전자 발현 양상의 통계적 해석에 그치지 않고 사람 뇌 병리표본에서 얻어진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종합해 TMEM106B와 연관된 현상들을 LATE 병리소견 및 LATE과 알츠하이머의 관계까지 연결시키기 위해 묵묵히 들인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Brigham and Women’s Hospital/Harvard Medical School, 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Rush University Medical Center, 그리고 Mayo Clinic (Jacksonville)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소속된 Brigham and Women’s Hospital/Harvard Medical School 연구단에서 주로 하는 프로젝트와는 사실 조금 거리가 있는 다기관 협력 프로젝트였고, 예전에 BWH에 계시다 지금은 Columbias의 neuroimmunology chief로 자리를 옮기신 Dr. Philip De Jager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Rush University에서 꾸준히 1990년대부터 노인 코호트를 추적관찰하고 부검, 정량적 병리검사, 및 유전제/전사체 분석까지 해서 모아놓은 천여명 규모의 잘 관리된 연구 데이터였습니다. 노년기 치매처럼 복잡한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오랜 기간 진행되는 질병은 이러한 장기간의 투자와 연구 코호트 참여자 및 연구자들의 헌신을 통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Rush University data는 많은 타 기관 연구자들에게도 널리 공개되어 있어서 세계 어디에서나 이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Rush University data (Religious Orders Study, Rush Memory and Aging Project)에서 발견한 연관성을 재현하는데 사용한 Mayo RNAseq data 또한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에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Brigham and Women’s Hospital (BWH)과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인데요, 두 병원은 Harvard Medical School의 교육병원이자 Mass General Brigham (구 Partners HealthCare) 의 소속 병원들로 과에 따라 신경과처럼 두 병원이 임상 수련프로그램들을 공유하고 교원도 일부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BWH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기전을 설명하는 모델인 Amyloid hypothesis의 본가 중 한 곳이며, MGH는 초창기 Alzheimer’s disease genetics 및 tau neuropathology와 관련된 중요한 발견들이 이루어진 곳입니다. 저는 임상 진료(치매 클리닉)는 BWH에서 하고, 연구는 양쪽 병원에 걸쳐있는 Dr. Reisa Sperling의 임상연구단 (Center for Alzheimer Research and Treatment; “CART”) 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주로 무증상기 초기 알츠하이머에 대해 영상 및 혈액 바이오마커를 통해 아밀로이드와 타우 등의 진행을 연구합니다. 저희는 300명 정도의 건강한 노인 자원자를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추적관찰하며, 그 분들이 시간이 진행되면서 어떠한 뇌 변화를 겪는지 신경심리 검사 및 뇌 영상 검사로 알츠하이머의 가장 초기 단계 변화들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Harvard Aging Brain Study). 이러한 연구에서 얻어진 결과는 여러 임상시험들을 디자인하는데 사용되고 있고, Dr. Sperling 주도로 현재 여러 개의 다기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임상시험들이 진행중이거나 계획 중입니다. 저는 2018년에 펠로우 수련을 마친 뒤 Center for Alzheimer Research and Treatment에서 junior faculty로 일하면서 유전체 분석 및 혈액/면역 바이오마커 분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예전부터 원하던 삶이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삶이었는데, 지금 참 감사하게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와 신기함, 호기심 충족이 일의 중요한 한 축이지만 또 항상 재미있고 신기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럴 때는 이 연구와 이 일을 하는 이유 "이 잔인한 병, 치매를 더 잘 이해해서 예방과 치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를 기억하려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연구 경험이 짧아 감히 조언드리기가 민망합니다만, 임상-중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의사-과학자에게는 탄탄한 임상 수련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들인 체계적인 연구 수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신경과 임상에서 매주 보게 되는 혼합병리의 문제와 레지던트 때 짧게나마 직접 부검 및 신경병리 판독에 참여했던 경험들이 연구 주제 및 방향성 결정에 도움을 주었고, 그 아이디어를 검증 가능한 형태로 다듬고 구체화시키는 데에는 펠로우 때 2년간 수강했던 Harvard Clinical/Translational Research Academy course에서 기초부터 다시 배운 통계학, 그리고 같은 실험실에서 일했던 biostatistics/bioinformatics를 전공한 동료들에게 배운 기초 방법론들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연구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무료 온라인 강좌들도 많아서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Limbic-predominant Age-related TDP-43 Encephalopathy (LATE)는 정말 흔하고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앞으로도 이 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구들은 계속 진행하고 싶습니다. 그에 더해 작년에 받은 NIH Career Development Award grant의 주제인 초기 알츠하이머 진행에서의 면역체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을 동원해 계속 연구하여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임상-중개 연구들을 계속 하면서 독립된 연구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나가고 노년기 치매의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10여년 전 의대생 시절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들을 이제는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좋은 임상 및 연구멘토들을 만나서 치매와 싸워나가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항상 가장 좋은 동료 과학자이자 친구가 되어주는 아내와, 또 항상 지지해주는 한국과 미국의 가족,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질병과 고통의 문제에 직면하고 맞서는 여러 방법 중 의학 연구의 역할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정직하게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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