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완화 치료(Palliative Care)는 중증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보통 치료 목적은 고통스러운 신체적 증상을 치료하고 심리 · 사회적 · 영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고통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완화 치료 전문가는 환자의 삶의 목표 및 가치가 치료 선호도와 일치하도록 의사 소통하는 전문가입니다.
COVID-19 전염병이 뉴욕시 전체에 퍼졌을 때, 사망 직전의 중환자 수는 누구도 준비하지 못할 만큼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CUIMC: 컬럼비아 대학 병원)에서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치료목적에(goals of care)대한 대화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응급실 기반 COVID-19 완화 치료 대응팀을 구현했습니다. 저는 이 완화치료를 제공받은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결과를 조사했습니다.
우리의 후향적 관찰 연구는 응급실에서 COVID-19전염병을 진단 받고 완화 치료 팀과 상담 된 110명의 환자를 포함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적어도 2개의 동반 질환이 있고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한 지역 사회 거주 노인(community-dwelling “elderly”, 75세 이상)이었습니다. Documented advanced care planning 또는 Medical Orders of Life Sustaining Treatment (MOLST) form이 있는 환자는 거의 없었으므로 대부분 Full Code로 가정하고 연구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인구 통계 학적 특성은 이전에 보고 된 COVID-19를 가진 중환자 및 COVID-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된 환자의 특성과 일치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응급실에서 완화 치료팀 개입 후, 대부분의 환자와 그들의 가족/대리결정자들은 기관내 삽관(intubation) 또는 심폐 소생술(CPR)은 원하지 않았으며, 그 경향은 사망 혹은 퇴원에 가까워 질수록 더 증가했습니다.
사전 치료 목적/계획 대화가 없으면 중증 환자가 수명이 다한 후 연명 의료(life sustaining treatment)를 선호하지 않더라도 원치 않는 치료를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완화 치료 팀의 치료 목적(goals of care) 대화가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의 원치 않는 연명 의료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컬럼비아 대학 병원의 완화 치료 학과(CUIMC Department of Palliative Care)는 중환자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처하는 환자 및 가족을 돌보는 환자 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완화 치료는 특별히 훈련 된 의사, 간호사, 영양사, 성직자, 사회 복지사 등이 제공되어 추가 지원을 제공합니다.
COVID-19 사태가 발생하자, 저희 완화 치료 팀은 상담 요청이 평소보다 7배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늘어난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적 변화를 해왔습니다. 우선 일반 병동 및 중환자실 팀 외에도 응급실, 준중환자실에 중점을 둔 팀을 추가했습니다. 늘어난 수요 때문에 타 지역 병원과 정신과 같은 완화치료과 외 팀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교육을 실시한 후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하도록 원격 및 직접 환자 치료에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원격 상담을 지원하는 타 지역 병원에서의 완화 치료 전문의도 다수 있었습니다. COVID-19감염 우려로 뉴욕 시 모든 병원에서는 가족 방문이 일제히 금지되었고, 직접 환자의 상태를 보지 못하면서 치료 목표를 세우는 것은 한계가 많았습니다. 저희는 환자분들과의가족 회의를 위해 화상통화 같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왔습니다. 자연적으로 많은 의료진들이 중증 COVID-19 환자들을 초기에 완화 치료에 참여시킨 결과를 궁금해왔고, 이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미국에서 COVID-19 사태는 뉴욕 시에 타격이 제일 심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의료진, 환자들, 특히 그 분들의 가족들에게 정말 힘든 기간 이었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져 죽어가는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기억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기침 소리로 가득 찬 응급실에 첫 발을 디뎠을 때 느낀 공포, 화상 통화로 울부짖으며 환자와 이별하는 가족들, 더 이상 이세상에 함께 하지 못한 환자들과 나눈 대화들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며, 눈에 아른거립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는 말도 있듯이 , COVID19 사태를 통해 palliative care과 advanced care planning의 중요성을 대중과 의료진에게 깨닫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Palliative care의 개념은 특별한 게 아니라, 모든 의료진들이 배우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무엇보다 평소 익숙한 생각들을 보다 상자 밖에서 생각하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 (Think outside of the box).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본다면 모든 성장은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All progress happens outside of your comfort zone).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한 쪽 문이 열리지 않으면 다른 문을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공부하기를 택했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그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더 말하자면, 주로 의과대학 진학 준비를 앞둔 학생들은 사람(환자)들을 도와주고 싶고 살리고 싶은 마음이고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부딪혀 보면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 환자의 경우 또한 많다는 것을 깨닫았습니다. 발달된 의료 기술 덕분에 예전보다 생명이 오래 연장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항상 치료 방법들의 장점이 있지만 상당한 단점과 위험성은 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치료 방법들이 실패하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환자들이 어떠한 삶을 추구하고 선호하는 치료 방법들이 무엇인지 대화 해보시길 권합니다. 시간이 짧다면 환자들의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원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지, 지금 받는 치료 옵션들이 그들의 원하는 삶과 일치하는지 등을 대화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대화 기술(effective communication)에 대한 가르침은 medical training에서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환자들과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 기술에 대해서 일찍부터 배우고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노인의학(Geriatrics)과 완화치료(Palliative Care)는 다른 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과다 보니 아직은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개념일 수 도 있습니다. 완화치료 전문의로서, 계속해서 치료 목적 대화법 (goals of care communication)에 대해서 연구하고 여러 의료진들이 배울 수 있게 같이 고민하고 가르치기를 소망합니다. 제 꿈은 노인의학과 완화치료분야에서 전문의로서 advanced care planning에 대해 더 알리고 일찍 적용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갖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원합니다. 따라서 한국이나 한인사회 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대중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제 곧 저의 medical training을 마무리를 짓게 되네요. 여기까지 올 수 있게 지지해주신 분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항상 옆에서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친동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옆을 지켜주는 남편, 저를 딸로 받아주신 시부모님 그리고 언니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했지만 한국에 계신 가족 분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기도해주시는 친할머니 감사하고 보고싶습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과 동료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조용히 저의 기도를 들으시고 일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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