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균을 감염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파지)는 바다, 호수, 토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며 지구에서 가장 많은 수로 존재하는 생물학적 개체입니다. 파지는 미생물 생태계 내에서 숙주 감염을 통한 세균 생물량 조절자의 역할과 더불어 세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의 매개자로도 기능합니다. 하지만 파지는 숙주 세균의 배양이 없이는 분리가 불가능하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세균이 난배양성인 까닭에 파지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분리가 되지 않아 연구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비배양법인 바이러스 메타유전체(Viral metagenome, virome, 바이롬) 분석을 통해 여러 생태계에서 파지 유전체를 직접 분석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antibiotic resistance gene, ARG)는 접합과 형질전환에 의해 서로 다른 세균으로 전파되는 대표적인 유전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바이러스 메타유전체 분석을 통해 다양한 환경의 바이러스 분획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바이롬의 파지 유전체 내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며, 몇몇 발견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하였을 때 그 기능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실제 파지에서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한강의 여러 지점에서 채취한 표층수를 이용한 바이롬 분석을 통해 총25개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중 4개의 신규 β-lactamase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대장균 발현 실험을 통해 이 유전자 산물이 광범위 베타락탐분해효소(extended spectrum β-lactamase, ESBL)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계통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β-lactamase 분기군과는 다른 독특한 분기군을 구성함에 따라 이 유전자들을 한강 바이러스 메타유전체의 이름을 따서 HRV-1(Han River Virome β-lactamase-1)과 HRVM-1(Han River Virome metallo-β-lactamase-1)으로 명명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에 존재하는 파지에 의해 분해활성을 내포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세균 군집으로 운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따라서 하수처리장과 도심 하천 등 여러 주요 환경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모니터링 할 때, 세균과 더불어 파지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해야 하는 정책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저희의 모든 연구는 환경 시료의 채취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서도 저희는 한강의 여러 지점을 선정하여 한강의 표층수를 채취하였고 이 때 최대한 샘플링 에러를 줄이고 한강 시료의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한강의 가운데 정점에서 시료를 채취하고자 하였습니다. 한강 일부 정점은 배를 타고 접근할 수 없기에 저희는 한강 교각의 중앙까지 걸어간 후 안전장치를 갖추고 간이 도르레를 설치한 뒤 교각에서 줄에 매단 버킷을 내려 물을 채취하는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특히, 유난히 높았던 팔당대교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일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어서 그 이후로는 근처를 지나칠 때 마다 함께 고생한 실험실 식구들과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 몸담고 있는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분자환경미생물 연구실 (Lab of Molecular Environmental microbial Biology)은 조장천 교수님의 지도 하에 다양한 환경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해양, 호소, 지하수와 같은 물 환경에 서식하는 난배양성 미생물을 배양하고 이들의 분포와 역할, 유전체 기능을 밝혀 이들의 생태학적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계의 호수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지만 배양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던 Actinobacteria acI clade의 균주를 배양하는데 성공하였고 우리 실험실에서 사용한 방법을 사용하여 유럽의 연구진들도 이들 세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하여 담수 미생물생태학 연구에 큰 디딤돌을 마련하였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를 통해 이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음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파지를 발견해서 배양한 후 신규 생물학적 단위임을 확인하여 이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여 세상에 알릴 때 가장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새로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찾아내어 활성을 확인하고 유전자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아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물 환경을 비롯한 많은 자연 환경 내에는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미생물들과 기능을 알 수 없는 유전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배양 성공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실패가 잇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고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연구에 임한다면 보람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파지 유전체 안에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있으며 이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전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파지의 메타유전체에는 더 많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보고 연구 범위를 넓혀, 항생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하수처리장과 양식장 등 다양한 환경의 바이롬 분석을 통해 더 많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한편 바이러스 메타유전체에서 발견되는 파지의 유전체를 통해 파지의 계통과 숙주 세균에 대한 계통 정보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향후 미생물 유전체와 파지 유전체 대한 공부, 생물정보학적 공부를 통해 이들의 계통학적 근원을 밝혀내어 파지 유래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과정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한결같은 꼼꼼함과 통찰력으로 지도해주신 조장천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은 질문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항상 깊은 디스커션을 이끌어 주시는 강일남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늘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실험실 식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특히 너무나도 큰 챌린지였던 한강 샘플링을 함께 해주고 도와준 임연정과 남기균 학생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믿어 주셨던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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