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NAFL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은 단순 지방간, 지방간염 (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질환군을 칭하는 용어이며,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을 포함하는 대사성 증후군이 간에서 나타내는 표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 (5% 이상의 간세포에서 lipid droplet이 발견)로 30% 정도의 인구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지만, 이 상태로는 간기능에 큰 이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 지방간 환자는 NASH로 진행이 되는데, 이 상태는 지방축적 뿐 아니라 간손상, 염증, 섬유화를 동반한 병적 상황이며, NASH에서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하는 과정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NASH의 발병기전을 표적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방간이 NASH로 진행되는 기전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NAFLD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구현하는 실험 동물모델 역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FDA의 허가를 받은 NASH 치료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의 NASH 동물모델은 지방간을 일으키는 식이유도성 비만 (diet-induced obesity) 모델을 기본으로 하되, 동물의 식이에 다양한 물질 (cholesterol, fructose 등)을 추가하여 지방 축적뿐 아니라, NASH의 특징인 간손상, 염증, 섬유화를 함께 초래하는 식이 조합을 찾는 방법을 기반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이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독성 물질이 간손상을 일으키는 기전이 실제 NASH환자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환자에서 보이는 NASH의 분자적 발병기전을 토대로 한 마우스 모델을 확립하고자, 단순 지방간 대비, NASH 환자의 간에서 (1) neutrophil의 침윤이 현저하고, (2) neutrophil의 chemotaxis를 유발하는 chemokine인 CXCL1과 CXCL8의 발현이 증가되어 있음에 착안하여, 고지방사료를 3개월간 섭취한 마우스의 간 (단순 지방간 상태)에 CXCL1 또는 CXCL8을 2주간 과발현시킴으로써 NASH 환자의 현저한 간내 neutrophil 침윤 상태를 마우스에서 구현했고, 침윤된 neutrophil이 초래한 산화적 스트레스가 출발점이 되어 NASH의 특징인 간손상, 염증, 섬유화가 발생함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약효평가 모델로서의 활용가치를 보이고자, 염증시 손상된 조직의 복구를 담당하는 interleukin인 IL-22 의 투여를 통해 NASH의 진행을 막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2019년 11월 Hepatology 발표). 이 연구의 후속으로 이번 2020년 5월 Hepatology에 발표한 논문은 neutrophil에 의해 유도된 산화적 스트레스가 간세포 내의 어떠한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간세포의 손상 및 염증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습니다. 과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산화적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되는 p38α MAPK가 NASH의 발병에 기여하는 정도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흥미롭게도 NASH의 이전 단계인 단순 지방간의 발병에 있어서는 p38α MAPK가 오히려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방어기제를 가짐을 알게 되어, p38α MAPK는 NAFLD의 진행정도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지닌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 세운 가설처럼 예상하기 쉬운 결과가 나왔다면 해석은 수월했겠지만 논문이 제공할 정보는 줄었을텐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NIAAA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는 그 이름이 시사하듯 미국 NIH 산하 30여개의 기관 중 알코올 오남용 및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질환을 연구하는 국립연구소입니다. NIAAA의 관내 연구 프로그램에는 약 25명의 책임연구자가 있으며, 저는 2017년 6월부터 Laboratory of Liver Diseases에서 박사후 연수과정 중입니다. 책임자이신 Dr. Bin Gao는 2000년대 초부터 면역학을 기반으로 한 알코올성 간질환의 병태생리학, 약리학, 및 독성학적 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정부연구소의 특성상 공공성이 높은 알코올 관련 연구를 주로 담당하지만, 최근에는 대사성 증후군의 증가로 인해 간이식의 원인 질환에서도 비알코올성 (대사성) 간질환이 큰 주목을 받고 있어, 현재는 NASH와 같은 비알코올성 간질환의 연구 및 음주와 대사성 질환간의 시너지즘에 관한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약대를 졸업하고 같은 과에서 석사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막연히 pharmacology의 연구만 하게 될 것이라고 착각했었는데, 갈수록 생명과학 연구는 분과간의 벽이 사라져감을 느끼게 됩니다. 다학제적 지식과 기술의 습득을 위해 편견없이 공부하고 생각하는 자세를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주변의 선배 연구자 및 교수님들께서 연구와 진로에 관한 조언들을 많이 해 주시리라 생각되어, 아직 실력을 더 키워야 하는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따라서 연구 외적으로 한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신체 및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연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생명과학 분야는 투자한 시간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만큼 길 수 밖에 없는 업무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 짧게나마 확보되는 여가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후 연수과정동안 NASH의 발병 기전 및 약물 표적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경험이 대사/염증성 질환 전반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 나가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번 연구의 책임자이신 Bin Gao 박사님과 대학원 지도교수이신 김상건 교수님 (석사과정), Russell DeBose-Boyd 교수님 (박사과정)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와 관련해 현 소속 연구실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김승진, 서원효, 박설희 박사님과 서울대, UT Southwestern, NIH에서 틈틈이 시간내어 즐거움을 공유해 주신 선/후배 연구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한국에 계신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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