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Type 4B Secretion System (T4BSS)은 병원균들이 host cell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용하는 system으로, 병원균들은 이 system을 이용해서 host cell 내로 단백질들을 분비해 host cell이 phagocytosis를 진행하는 것을 막고 병원균의 성공적인 증식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최근 들어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Legionella pneumophila (레지오넬라증 원인균)가 T4BSS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병원균으로,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병원균들이 이 system을 이용해 숙주 세포의 면역 체계를 회피하고 병을 유발합니다. 병원균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중 host cell로 분비되는 단백질을 effector protein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단백질 중 effector protein만을 인지하고 host cell로 분비하기 위해 Type 4B Coupling Protein (T4CP)과 거기에 결합하는 accessary protein들이 이용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T4CP subcomplex—effector complex의 구조를 X-ray crystallography로 규명하고, 해당 구조를 생화학적, 세포생물학적 실험 기법들로 검증해 T4CP complex가 어떻게 effector 단백질을 인지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X-ray crystallography의 관문 중 하나는 원하는 단백질의 결정 조건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Complex 구조를 얻기 위해 다양한 effector 단백질들과 construct를 제작하고 조합하여 결정 조건 스크리닝을 진행했는데 아무리 시도해도 결정 조건이 나오지 않던 기억들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꽉 막혀옵니다. 오랜 시간 결정이 나오지 않던 plate를 버리려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생긴 단 한 종류의 결정을 본 순간 이게 정말 원하던 complex 결정이 맞는지 얼떨떨해 마냥 기뻐하지도 못했는데, 지난 후에 생각하니 감격적인 순간이었네요.
공동 연구를 진행하던 일본 기후 대학교에 리비젼을 위해 마지막으로 방문해 cell 실험을 진행하던 때 COVID-19가 창궐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을 때에는 체감하지 못했고 곧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험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오자 곧 한국인 입국 제한조치가 발효되어 조금만 실험 일정을 늦게 잡았어도 곤란해졌을 상황이 되어 내심 안도했던 기억 또한 쉬이 겪기 힘들 경험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학위 과정을 보낸 KAIST 오병하 교수님 실험실에서는 X-ray crystallography를 이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이 구조를 바탕으로 추가 실험들을 진행하여 해당 단백질의 역할과 기능을 규명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computational protein design에 관심을 갖고 원하는 단백질을 디자인한 후 X-ray crystallography와 생화학적 실험 기법들을 이용해 디자인을 validation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단백질 관련 실험을 진행해온 만큼, 단백질 발현 및 정제에 필요한 장비들과 분석 장비, 결정 조건 스크리닝 기계, 홈 소스 X-ray generator 등 실험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들이 매우 잘 갖춰져 있고, 교수님께서도 경험과 노하우가 매우 풍부하셔서 연구 과정 동안 관련된 실험들을 마음껏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실험실 역사가 오래 되어 각계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고 계신 훌륭한 선배들이 많은데, 이 선배들께도 연구적으로나 실험실 생활에 대해서나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실험실은 KAIST Institute (KI)라고 명명된 연구소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융합과학을 모토로 설립된 연구소이기 때문에 여러 실험실들이 벽으로 구분되지 않고 개방된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저희도 다른 실험실에 있는 장비나 재료를 서로 빌려 쓰기도 하고, 사람들과 보다 수월하게 교류할 수 있으며 실험 관련 discuss나 각자의 고충을 얘기할 수 있어 실험적으로나 생활 면에서나 서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진행하며 나의 정신적인 단단함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실험은 실패가 디폴트라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았는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원래의 페이스로 빠르게 돌아올 수 있는 나만의 방법과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정신력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실패했다는 생각 대신 하면 안 되는 옵션을 하나 더 찾아냈다고 생각해야 하고, 결과가 가설에 부합하지 않게 나온 이유가 다양한 시도를 덜 해서인지, 가설 자체가 틀려서 인지를 잘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 적어 놓으니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실험에 매몰되어 있을 때에는 생각이 잘 미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연구 과정을 많이 둘러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빨리 이를 깨닫고 실천했다면 조금이나마 덜 둘러가고,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눈에 밟히는 부분들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주변에 계신 다른 연구자들께서 훌륭한 조언을 많이 해 주시리라 생각되고, 이제 겨우 연구에 발을 들인 제가 언급하기에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내용 같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많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명과학은 경쟁도 심하고, 머리와 몸을 동시에 써야 하는데,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도 비교적 오래 걸리는 분야입니다. 적절한 완급 조절을 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긴 과정을 완주할 때 기대하시던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학위과정 동안 단백질과 구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를 바탕으로 protein engineering이나 drug design 등 단백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면서도 조금 더 practical한 분야 연구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의 책임자이시자 제 학위 과정 지도교수님이신 오병하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늘 진심으로 연구를 대하시는 모습에서 연구자의 자세를 많이 배웠습니다. 본 연구의 시작을 함께 해 주신 김동근 박사님과 곽미정 박사님, cell 실험을 가르쳐 주시고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신 기후 대학교의 공동연구자 Hiroki Nagai 교수님과 Tomoko Kubori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늘 곁에 있었던 실험실 식구들과, 의지할 수 있었던 친구들 그리고 묵묵한 지지를 보내준 사랑하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부족한 제 연구 결과를 알릴 수 있는 지면을 마련해 주신 BRIC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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