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Aβ)와 타우(tau) 단백질의 응집현상이 진단을 위한 핵심 바이오마커이자 치료를 위한 발병 원인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만, 단백질 응집체의 구조적인 정보가 부족하여 신약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임상 시험 단계에 진입했던 후보물질의 실패 원인 중 상당수가 이러한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β의 경우 insoluble plaque 보다 soluble oligomer가 뇌세포 사멸에 연관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속적으로 응집되는 Aβ의 oligomer를 monomer와 plaque로 부터 분리하여 신약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합성신약이 항체를 포함하는 단백질신약보다 뇌질환 치료에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구조정보와 타겟 단백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Biogen의 aducanumab 처럼 항체신약의 개발로 제약사가 방향을 잡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버드 의대 Dennis Selkoe 교수님께서 2008년 Nature Medicine (doi:10.1038/nm1782)에 보고하신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뇌에서 추출된 Aβ oligomer 중 가작 작은 크기인 dimer가 더 큰 크기의 oligomer보다 활발히 시냅스 가소성과 인지기능의 저하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본 논문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 규명에 기반한 치료제와 영상진단조영제 개발 전략에 대한 19년 간의 장황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단계로, Solid-phase peptide synthesis로 Aβ의 dimer를 평행성(parallel)과 역평행성(anti-parallel) 구조로 설계 및 합성한 후, 단백질, 세포, 동물 단위에서 단백질 응집 현상, 뇌세포사멸, 인지기능변화를 관찰 한 결과, 두가지 dimer 모두 oligomer와 fibril로 응집하지만 역평행성 구조만 독성이 유발되고 학습기억 행동시험에서 인지저하가 확인되었습니다(김혜연 교수, 김현진 대학원생, 양승훈 교수 등). 2단계에서는 역평행성 dimer를 96-well plate에 고정하여 drug screening kit를 제작하였습니다. Kit에 고정된 dimer가 응집력은 유지하되 dimer 형태로 남아 있다는 점을 확인 한후 FDA-approved drug library와 fluorescence chemical library를 사용하여 high throughput screening을 통해 dimer 특이적인 화합물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이세진 박사, Jinny Lee 연구원 등). 3단계에서는 dimer 특이적 형광 물질인 astrophloxine이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마우스의 뇌조직과 뇌척수액에서 Aβ dimer, oligomer, plaque를 염색한다는 결과(Jinny Lee 연구원, 이세진 박사, 김경환 대학원생 등)와 항생제 oxytetracycline과 항암제 sunitinib이 마우스 모델에 투약 되었을 때 Aβ oligomer와 plaque를 monomer 상태로 풀어준다는 신약재창출의 결과(신지수, 이동희, 전한나 대학원생 등)를 얻었습니다.
<이미지1. 연구의 흐름도>
제가 2002년 Scripps Research Institute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 저희 지도 교수님(Kim D. Janda 공동저자)께서 주셨던 프로젝트가 이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항체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되기 전이였는데, 교수님께서 Aβ dimer를 합성해서 scFv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을 해보자는 목표를 두고 계셨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Aβ monomer의 합성(당시 판매가 약 150만원/mg)도 어렵던 시기라 다른 프로젝트와 병행하면서 졸업할 때 겨우 monomer의 합성 프로토콜을 완성했습니다. 귀국한 후 PI가 되어 제 연구를 시작할 때 지도교수님께 허락을 받고 이 연구를 지속해보기로 했습니다. 워낙 합성 과정 중에 응집이 되고 수율이 떨어져서 두가지 Aβ dimer 합성에만 2년이 걸렸고 동물실험을 포함한 1단계를 완료한 시기가 2013년 초였습니다. 그 후, dimer screening kit를 제작하는데 다시 3년, library screening에 2년 보내고 올해초 3단계(in vivo 약효 평가)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논문 심사 위원분들께서 “The reported work is quite extensive compared to most individual papers in this field.”와 “I think such tedious experiments are overkill for this manuscript”라는 말씀을 해주실 정도로 워낙 내용이 많고 장황해서 논문의 전체적인 흐름과 강조포인트를 정하는 데 고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Aβ dimer 자체에 촛점을 맞추고 싶었는데 심사위원들은 약물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그래서, revision을 할 때 제목을 포함해서 논문 전체를 screening을 통해 얻어낸 약물을 중심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미지2.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에 결합한 oxytetracycline>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제자들과 공동연구자들이 거쳐간 논문이라 그런지 Angewandte Chemie에서 Acceptance Letter를 받았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연구를 제가 자주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Kim D. Janda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특이점은 본 논문의 주저자 중 한명인 이진희(Jinny Lee) 학생은 학부 3학년 때 저희 연구실에 합류하여 이 연구 주제에 뛰어들었고 논문이 submission 되기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논문이 게재된 현재 Scripps의 제 지도교수님 지도하에 박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는 시작과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연구를 현 소속인 연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마무리 하였습니다만, 제가 이 연구를 하면서 거쳐온 Scripps Research Institute,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소개를 안할 수 없습니다. Scripp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지역 중 라호야(La Jolla)에 위치한 대학원 기반 연구소입니다. US News Education Ranking에서 대학원 화학, 분자생물학, 면역학 등의 분야에서 늘 미국 top 5안에 드는 우수한 기관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관련 인프라가 집중되어있는 종합연구기관이며 국내 最古이자 最高의 정부출연연구소입니다. 인천 송도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위치한 저희 연구실(http://chembio.yonsei.ac.kr)은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신약후보물질개발, 진단기술개발, 기전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약학과, 제약산업협동과정, 바이오융합협동과정, 생명공학과의 대학원생들, 연구교수, 연구원과, 약학과 및 언더우드국제대학 바이오융합전공 학부생들이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미지3. (왼쪽부터) 이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2006년), 다시 시작한 사람들(2012년), 이어간 사람들(2016년), 끝낸 사람들(2019년)>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 연구실은 펩타이드유기합성, 분자세포실험, 동물실험, 임상시료연구 등을 다학제적으로 융합하여 알츠하이머병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In-house로 해볼 수 있는게 많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러 분야의 인프라와 인력이 동시에 운영 되어야해서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번 Angewendte Chemie 논문은 19년이라는 시간도 의미가 있지만 저희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큽니다. 저희 연구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논문이 한편 탄생해서 매우 기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남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 연구를 장기간 동안 깊이 있게 파니까 뭔가 나오긴 나오네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Aβ 응집체의 구조가 밝혀져 있지 않아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합성신약개발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합성신약이 항체를 포함하는 단백질신약보다 뇌질환 치료에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Aβ 중에서 독성이 낮은 Aβ(1-40)으로 연구를 했었습니다. 가능성을 보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Aβ(1-42)의 다형체를 연구해 알츠하이머병의 병인구조체를 모두 찾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희 연구실의 전통인 논문 케익 사진 보여드립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관심있는 분들 대환영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4. 논문 케익>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