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중독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은 잘못 형성된 습관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못 형성된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 (버릇)은 치료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번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동물 행동 실험 경험을 바탕으로 성상세포(astrocyte)의 아데노신 수송체(ENT1)가 습관성/목표지향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기생리실험과 화학 유전학(chemogenetics)에 경험이 많으신 강승우 박사님께서 조인하게 되시면서 프로젝트가 커질 수 있었습니다. 2019년에 강 박사님과 함께 발표한 Journal of Neuroscience (Hong SI, Kang S et al., 2019)와 올해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Hong SI et al, 2020)의 연구를 바탕으로, 아데노신 수송체가 양방향으로 아데노신을 흡수하고 분비하므로 성상세포가 활성화될 때 아데노신 수송체가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의 통로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이때 습관성/목표지향 행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어 병렬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고, 매 순간 자주 토론하면서 연구 방향을 수렴하여 연구를 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기관은 Mayo Clinic입니다. 미네소타를 주축으로, 플로리다, 애리조나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습니다. 자연과학 하시는 한국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병원으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수년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연구중심 병원입니다. 게다가 병원의 수익을 연구 및 교육에 재투자하는 비영리기관으로서 매우 좋은 연구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 분야별 다양한 코어 집단 연구실이 조성되어 있어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힘든 실험일지라도 의뢰를 통하여 학제 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활발한 연구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전임상, 임상, 중개 연구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소속되어 있는 미네소타 Mayo Clinic 의과대학 최두섭 교수님 연구실은 신경과학, 동물 행동, 약물학 분야에서 최신 기술들을 활용하여 알코올 중독의 치료타깃 발굴 및 치료법 개발과 관련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여기 연구실에서 제가 항상 느끼는 감격스러움은 두 테크니션께서 연구행정 관련 잡무와 여러 종류의 유전자조작 마우스를 관리해주셔서 마음껏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디어의 문제이지 연구 방법 측면에서는 방해될 것이 없습니다. 최두섭 교수님은 네이처 자매지인 Neuropsychopharmacology 저널을 편집하는 미국 신경 정신 약리학회 (Americ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내 유일한 한국인 정회원이십니다. 그리고 Mayo Clinic 의과대학 정신의학 및 심리학과 교수님으로서 심리학, 약학, 정신의학을 아우르시는 배경을 가지고 계십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약사 면허를 취득한 후에 대부분의 약학 전공자와는 다르게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이익을 뒤로하고 연구에 오롯이 정진하고자 하는 저 자신을 보며 자기 객관화 과정과 자기 점검을 하게 됩니다. 학부 연구생의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들을 반추하여, 초심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더 나은 연구에 매진하며 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연구는 마치 중독과 같습니다. 새로운 연구 결과를 얻으면 신이 나지만, 며칠 동안 이렇다 할 결과가 없으면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점이 제가 연구를 계속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저의 이러한 작은 발자국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1) 먼저는 본인의 실험 적성을 찾아 실험 방법별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행동실험, 전기생리실험, 세포 이미징, 유전자/단백질 분석실험 등 다양한 분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여 최소 한 분야만큼은 확실히 아시고 언제 어디서든 그동안 해오신 실험과는 다른 세부 실험 방법이어도 하실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그리고 항상 새로운 생각,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의 한계를 깨뜨리셔야 합니다. 처하신 환경이 새로운 생각과 질문을 용납하지 않을지라도 계속 시도하셔야 합니다. 실험을 아무리 잘하실지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 힘들다면, 많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영향력이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많은 과학적인 대화를 나누시다 보면 자기 생각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깨뜨리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3) 뇌과학 중 특별히 정신, 마음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학문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자세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트렌드인 인공지능의 개발은 정신과학 연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많이 있습니다. 코딩 및 수학에 능통하시다면 향후 뇌과학 연구에 더 유리해지실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도 이에 발맞춰 계산신경과학(computational neuroscience)을 접목하고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토대로 습관성/목표지향 행동을 조절하는 선조체 내 세부 부위들의 신경회로들이 수렴되는 뇌 부위에 대한 연구로서 fiber-photometry를 이용한 in vivo 칼슘이미징을 활용하여 행동실험과 신경생리학적 실험을 결합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생물학적 결과들을 계산신경과학에 접목하여 수학적 결과물로 도출해내고자 합니다. 본 연구는 새로운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최근 신경정신 질환의 치료 방법으로써 사용되고 있는 rTMS (repetitive transcranial stimulation)이나 DBS (deep brain stimulation)와 접목되어 좀 더 나은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자의 삶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포기할만한 시점이 숱하게 많았었지만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인내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약사 자녀를 두었음에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셨지만, 연구자로서의 삶을 응원하시고 격려하시며 때에 따라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고 기도하시며 함께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 능력도 확인된 것이 없던 시절에 잠재력을 보며 믿음을 가지고 저와 함께 이 길을 동행하고자 결단하여, 어머니께서 싸주셨던 점심 도시락을 바통 터치하듯 받아 매일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아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삶을 허락하여 항상 기도해주시는 처가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연구자의 삶을 살도록 꿈을 불어넣어 주신 충북대학교 약학과 홍진태 교수님, 제 연구 전문성을 계발시켜주시고 연구자의 삶을 포괄적이고 다양한 방면으로 알려주시며 지도해주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장춘곤 교수님, 그리고 미국에서의 정착, 연구, 삶, 향후 진로에 관한 모든 것들을 도우시며 지도해주시는 Mayo Clinic 의과대학 최두섭 교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참 나이 어린 사람이 물어보고, 실험을 의뢰 드리고 때로는 과학적으로 논쟁하여도 항상 친절함과 인정 많음, 관용으로 연구를 함께 수행하셔서 덕분에 좋은 논문들을 발표할 수 있게 해주신 강승우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항상 도와주시는 최선 그리고 김현정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서로서로 돕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 주변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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