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PNAS에 발표된 “Landscape analysis of adjacent gene rearrangements reveals BCL2L14-ETV6 gene fusions in more aggressive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논문은 International Cancer Genome Consortium (ICGC)에서 내려 받은 유방암 환자의 체세포 구조 돌연변이 데이터를 분석하여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전자 융합 돌연변이를 정리하였고, 전체 융합 돌연변이의 약 57%는 같은 chromosome에서 서로 500 kb 이내에 위치하는 두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발견되는 돌연변이중에서, 유방암 환자의 10~20%를 차지하며 생리학적으로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치료가 힘들다는 삼중음성유방암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환자에서 특히 높은 비율로 발견되는 BCL2L14-ETV6 라는 융합 돌연변이를 선별하였습니다. 만약 환자가 BCL2L14-ETV6 융합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면 암 진행을 촉진 시키고 약물 치료에 저항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세포주 실험과 약물 반응 실험으로 검증하였습니다. BCL2L14-ETV6 융합 돌연변이는 앞으로 표적 치료제 개발에 활용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습니다.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서는 유전자 융합 돌연변이의 DNA 교정 및 환자 유래 암조직과 관련 기능을 밝히는데 부족했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절했는데, 고형암에서 새로운 유전자 융합을 발견하고 생물학적, 임상적 의미를 밝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아쉬움은 있습니다.
BCL2L14-ETV6 처럼 서로 500 kb 이내에 위치하는 두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융합 돌연변이를 ‘adjacent gene rearrangement (AGR)’ 이라 명명하였고, 실험실에서는 유방암 뿐만 아니라 방광암이나 신장암 등 다른 암 환자에서 발생하는 AGR을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AGR은 암 발생과 진행뿐만 아니라 약물 치료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도교수이신 Dr. Xiaosong Wang은 분자생물학과 생물정보학 두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며 많은 논문을 발표하신 분으로서 두 분야 모두 높은 이해력과 지도력을 갖고 계십니다. Lab meeting 발표시 생물정보학 연구자와 분자생물학 연구자는 서로 본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 실험실 연구자들은 본인의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의 연구 내용 발표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Wang 교수님은 항상 활발하게 질문을 하십니다. Wang 교수님의 강조 사항은 “두 분야 모두 잘 알아야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 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University of Pittsburgh, Department of Biomedical Informatics (DBMI) 소속 학생으로 Biomedical Informatics Training Program에서 Bioinformatics와 Genomics 교육을 받았습니다. DBMI는 1987년 설립되었으며 생물정보학 (Bioinformatics), 임상정보학 (Clinical Informatics) 그리고 중개연구정보학 (Translational Informatics)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를 양성하고자 수준 높은 training program과 연구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University of Pittsburgh Medical Center (UPMC), Hillman Cancer Center에 위치 한 Computational Genomics & Translational Cancer Biology (CGTCB) 실험실에서 생물정보학 분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연구는 유방암 환자의 전사체 (Transcriptomic, RNA-seq)와 유전체 (whole genome sequencing) 데이터를 분석하여 유전자 융합 돌연변이 (gene fusion). 체세포 돌연변이 (somatic mutation). 구조 변이(structural variation)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유방암 환자에서 암 진행에 중요 역할을 하는 돌연변이 후보를 발견하면, 실험실의 다른 동료들이 세포주 실험과 약물 치료 반응 실험을 통해 돌연변이의 영향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처음 석사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의생명정보학 (Biomedical Informatics) 분야로 미국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의생명정보학이라든가 생물정보학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수업과 연구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했습니다. 다행히 생물정보학이 재미있었고, 저에게 지도를 해줄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지도해 주신 두 분의 은인을 만나 생물정보학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논문을 하나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부터는 생물정보학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얻고 다른 연구 기회도 생기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길을 돌아간 듯한 기분도 들고, 처음부터 하나만 집중해서 잘 했다면 더 좋은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하고 앞을 보려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물정보학은 분자 생물학과 유전체학 지식과 연구 경험 뿐만 아니라, 통계학과 컴퓨터과학 (코딩, 데이터 과학, 슈퍼 컴퓨터 활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쪽 분야로 들어오시려는 분들은 조금 어려워 할 수도 있겠습니다. 생물정보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얘기하면서 많이 들었던 걱정은, 분자 생물학을 공부하신 분은 ‘코딩은 하나도 모르겠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신 분이야 실험실 나와서 내게 며칠 배우면 PCR이나 유전자 발현 (gene expression)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지. 나는 코딩은 몇 년은 배워야 생물정보학 연구 할 수 있을 껄.’ 라고 하시거나, 컴퓨터과학 공부하신 분은 ‘DNA와 유전자 발현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하신 분이야 내가 한 두 시간 코딩 설명해 드리면 어느정도 이해하실 수 있을껄’ 였습니다. 두 분의 말씀처럼 DNA나 유전자 발현을 며칠에 배우고, 코딩을 몇 시간에 배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연구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타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하여 표현하다 보니, 자신은 영역은 상대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씀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생물정보학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으시면,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시듯, 생물정보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에 인턴 또는 대학원생으로 들어가 실험실의 선배에게 배우는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내 자신이 분자생물학, 암 생물학 (Cancer Biology), 암 유전체학 (Cancer Genomics) 뿐만 아니라 컴퓨터과학에 대한 이해도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입니다.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하지 않고 넓게 이것 저것 해서 학문의 깊이가 얕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들고, 때로는 반대로, 어떻게 하면 몇가지 관련 학문에 대한 이해를 높여 관련 지식을 잘 융합해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분자생물학과 생물정보학을 함께 공부하며 제가 걸어 온 연구자로서의 길을 돌아봤을 때, 이 두 학문에 대한 지식과 많은 이해를 쌓아 좋은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논문이 발표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Wang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 실험실에서 토론하고 발표하고 공부한 공저저 Yiheng Hu와 Suet Kee Loo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생물정보학의 분석 기법을 분자생물학 연구에 활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 경력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공동연구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전주홍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전주홍 교수님과 연구에 대해 토론하는 중간 중간, 외국에서 공부하는 연구자로서 힘든 부분에 대해 상의할 때 제 얘기 들어주시고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연구자 선배로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신 부분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저를 항상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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