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못한 질병으로 아직까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암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예 암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지만 암을 조기에 진단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암에 의한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폐암의 경우 대다수의 환자가 치료가 어려운 3, 4기에 진단되는 경향이 있어 비교적 치료가 쉽고 예후가 좋은 초기에 폐암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최근 혈액, 소변 등 체액에 포함된 질병 바이오마커 (Biomarker)를 찾아 질병을 진단하는 액체 생검 (Liquid biopsy) 기법들에 큰 발전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바이오마커들 중에 엑소좀 (Exosome)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는 몸 안의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소포로 모세포의 유전적, 분자적 정보를 간직한 채로 혈액에 떠다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 속에 포함된 폐암 엑소좀은 폐암 액체 생검을 위한 좋은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나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혈액 속의 폐암 엑소좀을 분석하여 폐암 1, 2기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폐암 엑소좀은 폐암세포 특이적인 단백질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세포와는 다른 분자 지문 신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분자지문 신호를 표면 증강 라만 분광학 (SERS; 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기법을 통해 검출하였고 환자 혈액 속에 포함된 엑소좀들의 신호와 배양한 폐암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의 신호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실험 결과 43명의 폐암 환자와 20명의 정상인 간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높은 정확도로 조기에 폐암을 진단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간 암세포 엑소좀에 대한 분광학적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였지만 대부분 배양 세포 단계에 머물러 실제 진단을 위한 기술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혈액 속에는 암세포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들이 혼재되어 있고, 이들에 의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분자 지문 신호를 해석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실제 임상적으로 확인된 폐암 환자들의 엑소좀 분자지문을 해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나노바이오포토닉스 연구실은 최연호 교수님을 필두로 플라즈모닉스 기반 나노바이오센서, 의료기기를 위한 나노소재, 바이러스 진단을 위한 나노센서 등 다양한 나노바이오 기술들을 10년 넘게 연구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폐암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엑소좀 진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혈액 의료기기를 위한 발수유성 표면 연구, 실시간 세포 및 단백질 모니터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나노물질 예측 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석박통합 과정으로 재직 중에 있으며 저를 포함해 6명의 대학원생이 활발히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플라즈모닉스 기반의 나노센서를 이용해 생물학적 물질인 엑소좀을 검출하고 이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노센서를 만들기 위해 나노 입자의 광학적/화학적 성질을 응용해야 했고, 엑소좀을 분리하고 검출하기 위해 세포 외 소포에 대한 생물학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또한 동시에 검출된 분자지문 신호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분석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연구를 위해 나노 공학적, 생물학적, 데이터 사이언스적인 요소들에 대해 모두 공부하고 연구해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 이원화 되어있는 기술들을 한데 엮어 기존에 넘어서지 못했던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나노센서를 기반으로 생물학적인 물질들을 분석하는 연구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특정 질병이 가진 특이적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찾고자 하는 연구는 다방면에서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질병을 특정할 수 있는 특이적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이러한 ‘오믹스 (Omics)’ 기반의 연구의 한계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와 같이 물질의 분자 ‘지문 (Fingerprint)’을 이용하는 접근법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아미노산, 지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진 생물학적 물질들은 인간이 해석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이질적인 신호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주성분분석법 (PCA)과 같은 통계적 기법들이 기본적으로 응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많은 연구그룹들이 기계학습 기법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컴퓨터언어로 이루어진 코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저는 학부과정에서부터 C언어, 파이썬, 매트랩 기반의 프로그래밍에 대해 쉽게 접해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노공학적인 검출 기법을 인공지능 기술과 엮는데 수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서는 다량의 데이터가 요구되는데 일반적인 실험실 인프라에서 자동으로 여러 샘플의 신호를 다량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장비는 제한적입니다. 이를 위해 실험실의 현미경, 분광기 셋업에 맞춘 기계적 장비 그리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연구실 후배들과 함께 개발하여 다량의 신호 획득에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나노바이오센서를 새롭게 연구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본인의 전공 분야가 될 나노공학 및 생물학을 넘어 프로그래밍, 데이터사이언스 등 생소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 학위를 받기 전까지 엑소좀에 대한 나노센서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 특정 질병을 위한 것이 아닌 엑소좀 분석 전반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이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는데 이 의문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 과정을 하면서 항상 좋은 조언을 해주시고 논문의 방향성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해주시는 지도교수님 이신 최연호 교수님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또 이번 연구는 다양한 연구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임상 환자 샘플 분석과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현구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엑소좀 연구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홍성회 교수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박용 교수님, 카이스트 박지호 교수님 및 각 연구실 연구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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