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식물의 발달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라면 발아(germination)와 개화(flowering)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개화는 종(species)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자손번식을 위해 주위환경을 인지하고, 모체의 발달상태나 영양상태 등의 종합적인 신호를 인지, 처리하여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장일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모델로 지금까지 몇 가지 개화 경로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먹이 피라미드의 최고층에 위치한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도 식물의 개화 기작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훗날 예상되는 식량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더불어 화훼 시장이나 곡물 시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경제적 효용성을 고려했을 때, 큰 영향력과 매력을 지닌 연구 분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식물이 가지는 몇 가지 개화 경로들 가운데 우리는 광주기 의존 경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광주기 의존 개화 경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CONSTANS (CO)는 zinc-finger 단백질을 암호화 유전자로서 일장(day length)에 의해서 그 활성이 조절받는데, circadian clock에 의한 transcriptional regulation (특정시간대의 발현증가)과 광 조건 하에서는 안정화되고 암 상태에서는 빠른 분해가 이루어지는, CO단백질의 post-translational regulation의 두가지 기작을 통해, 결국 CO단백질이 장일 조건에서만 하위 유전자들의 발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화를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4년에 우리 실험실에서 Science에 발표한 내용은 CO단백질이 광수용체인 phytochrome의 영향을 받는 사실인데 blue light과 far-red light은 CO단백질을 안정화시키고 red light은 그 반대 기능을 한다는 사실로, 이는 cry혹은 phyA 돌연변이체가 꽃을 늦게 피우는 반면 phyB 돌연변이가 조기 개화를 보이는 것과 일치합니다. 하지만 CO단백질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다이나믹한 fluctuation을 보이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proteasome inhibitor처리 실험을 통해 proteasome dependent한 과정을 통한 단백질 분해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 과정에 관련된 돌연변이체들 가운데 일장 조건에 관계없이 조기 개화를 보이는 cop1 돌연변이체의 표현형을 근거로, CO와 COP1 단백질이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또한 cop1 co 의 double mutant가 cop1의 조기 개화를 억제시키는 유전학적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cop1돌연변이체에서 많은 양의 CO단백질이 축적되어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cop1의 조기 개화가 CO단백질의 축적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는 CO가 발현되는 장소에 특이적으로 COP1을 발현시킨 결과 CO의 하위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고, 결국 꽃이 늦게 피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경우 그러하듯이, 과학도 사람이 하는지라 본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하는데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으나 외국에서 부단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많은 한국 과학자 분들께 응원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구 서독의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인 쾰른에 소재한 막스 플랑크 식물 육종 연구소는 올해로 개소 80주년이 되는 식물학 연구소로, 4개의 연구부서와 1개의 행정부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계 90 여 개국에서 온 400 여명의 연구원들 및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각 연구부서는 George Coupland, Paul Schulz-Lefert, Heinz Saedler, Marteen Koorneef 박사들이 이끌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George Coupland 연구실은 애기장대의 광주기 의존 경로에서 핵심 유전자인 CONSTANS를 분리, 보고한 실험실로서 약 17여 개국에서 온 20여명의 post-doc과 10여명의 대학원생 및 연구원으로 구성된 큰 실험실입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장단점이 있지요)
연구 주제도 광주기 의존 개화 기작 뿐만 아니라 - 실제 개화 경로들이 상호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 circadian clock관련, 다년생 식물의 개화기작, 개화 과정 상호간의 network 등, 개화 연구의 leading edge에 속하는 연구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고 이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설립 취지와도 잘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 (좌)Max-Planck-Institute for Plant breeding research in Cologne, (우)라인강과 쾰른 대성당의 야경
3.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비록 식물의 개화가 흥미롭고 앞으로 많은 일들이 진행되어야겠지만, 너무 많은 인력들이 모여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학자분들이 식물의 개화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미래 지향적이고 impact가 큰 연구분야에 대한 탐색과 연구결과에 대해 항상 여러가지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는 open mind를 유지시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CO의 하위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단자엽이자 단일식물인 벼에 대한 제 관심은, 벼를 이용한 연구로 저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 현재까지 진행된 결과들로 보아서 벼의 경우, 개화기작이 애기장대와는 많이 다른 점들이 보고되었고, 연구 결과들도 실제 농부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포항의 안진흥 교수님, 서울의 이호준, 오승은, 김수영, 조명환 교수님 등 여러 선생님들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특히,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계신 아버지), 아내 그리고 진……낯선 쾰른 생활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 주었던 MuK가족들……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Received for article April 15,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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