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의 생장과 발달에 있어서 온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식물 온도 반응성 연구는 주로 식물이 죽어가는 극심한 고온이나 극심한 저온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식물의 생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지방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자연적으로 극심한 온도 변화보다는 작은 온도 변화 (ambient temperature)가 더욱 자주 나타납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여름 평균 기온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식물의 ambient temperature 반응성에 대한 연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연구의 경쟁도 세계적으로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에서는 따뜻한 환경에서 생장이 촉진되는 온도 형태 형성 (thermomorphogenesis) 현상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논문에 따라서 thermomorphogenesis 가 낮에 일어나는지 밤에 일어나는지에 대한 서술이 다르기도 하였고, 데이터의 해석에 있어서도 비슷한 현상에 대해 정반대로 이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2017년에 낸 논문 (Park et al., Net Phytol., 2017) 에서 낮의 길이에 따라서 고온에 의한 생장 리듬이 낮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고 밤에 잘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선 논문에서는 어떻게 낮의 길이에 따라 생장 리듬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원리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GIGANTEA 라고 하는 샤페론 단백질이 낮의 길이와 고온 신호를 받아 식물의 생장을 저해하는 DELLA 단백질을 안정화시켜 식물의 생장리듬을 조절한다는 것을 새롭게 밝혔습니다.
저널의 IF와 상관없이 모든 논문이 연구자에게 소중합니다. 그래도 이 논문은 돌이켜보았을 때 여러 특별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제가 대학원 1년차에 우연히 돌연변이체의 표현형을 발견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초기 단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GI 단백질의 메커니즘을 찾지 못해 약 1년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과 함께 작은 논문으로 정리를 하기 이전에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여러 실험을 해보던 도중 GI 단백질과 DELLA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확인하여 다시 열심히 진행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1년 동안은 풀리지 않던 것이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실험을 하니 풀리는 것을 보고 연구라는 것이 정말 얄밉기도 하고,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구가 그 이후 순탄한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 2개월 전 해외 그룹에서 약간 비슷한 내용이 다른 저널에 publication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저는 Molecular Plant 에서 심사 중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reject 되면 잘못하다가 scoop 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잠을 자다가도 새벽에 깨서 컴퓨터를 켠 후 저널 서브미션 페이지에 접속해서 새로 고침을 눌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합니다. 이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니 실험과 연구 진행을 최대한 빠르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했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분자 신호 전달 연구실은 박충모 교수님의 지도 하에 식물의 환경 적응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10명 이상의 연구실을 구성하다가 현재는 5명의 소수 정예(?) 실험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연구실 선배님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졸업하셨고 현재 independent career 로 멋진 모습을 모여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있는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연구실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지도 교수님의 배려로 연구실 구성원 개개인이 원하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mbient temperature 에 관심이 많은 반면 다른 연구원들은 DNA repair, plant hormone, flowering 등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실 내에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지만 그만큼 연구 주제의 확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정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귀찮다고 해서 불편한 것들을 제 마음대로 제외하고 쉬워 보이는 길로 갔을 때 결국은 그 동안의 시간을 다 날리고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했습니다. 과학적 논리 있는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 연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다 보니 어느새 쌓여있는 데이터와 탄탄한 논리 구성들을 보면서 연구의 보람을 느낄 때 연구의 길을 선택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또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유학을 고민하고 있으며 한빛사에 나오는 훨씬 훌륭한 분들의 인터뷰들을 통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점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연구라는 과정이 쉽지 않다 보니 연구라는 것이 나에게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지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얻어가고 논문을 쓰는 것 못지 않게 나에게 연구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었을 때 대학원에서의 연구활동의 동기부여도 가능하고 그 이후 삶을 그리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전문연구요원이기 때문에 약 1년간 지금 있는 연구실에서 포닥으로 연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전문연구요원이 끝난 이후는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했지만 계속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 여러 현실적인 상황과 꿈을 같이 고려하여 그 다음 과정을 도전을 하고자 차근차근 알아보고 생각해보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실에서는 식물의 온도 반응성과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너무 머지 않은 시기에 한빛사에 다시 좋은 논문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글로 기록을 남겨두었으니 부끄럽지 않도록 저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보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연구에 열정을 가지시고 논문 지도를 해주시는 지도 교수님이신 박충모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대학원 들어와서 잘 모를 때 실험을 알려주었던 이효준 박사님, 그리고 연구실에서 디스커션 및 실험을 같이 진행하였던 모든 선배, 후배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연구 관련 중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셨던 정재훈 교수님께도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면서 현실적인 걱정을 덜어주었던 장학금을 지원해준 관정 이종학 장학재단과 한국연구재단에게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원 멀리서 매일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며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늦은 밤 연구실을 나와 힘들게 걸어가는 퇴근길을 매일 전화로 함께해 주는 여자친구 건희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더 멋진 아들, 더 멋진 남자친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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