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전통적인 시스템 신경과학 (systems neuroscience)은 피험자의 머리를 고정시킨 채 지각 혹은 인지에 관한 단 한 가지의 변수만 조절하는 실험패러다임을 통해 발전해왔습니다. 설치류, 영장류, 인간에게 모두 시도되고 있는 random-dot-motion실험, color discrimination실험 혹은 orientation discrimination실험 등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하지만 최근 영향력이 큰 논문들이 virtual reality (VR) 에서 mouse나 rat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중요한 결과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실험과 가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변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피험체가 걷거나 뛰면 시각 자극과 동시에 2차원 지도상의 피험체 위치가 변하고, 추가적으로 동일한 걸음 속도로 걸어도 landmark가 변하는 속도가 달라지는 변화를 주는 등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Western University의 Julio-Martinez교수의 연구팀은 최초로 영장류에서 VR관련 실험결과를 출판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최근의 방향성에서 살짝 다른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실시간 위치정보를 업데이트하며 공간 상에서 이동을 할 때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실험 패러다임을 넘어서 피험체의 결정에 따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다양한 대상 (게임 상의 피식자, 포식자)을 추적하는 실험 패러다임을 도입하였습니다. 사냥을 모사한 이런 패러다임은 지리정보와 동시에 대상과의 관계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인식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실험에 대비되는 이런 자연스러운 실험(Naturalistic experimental task)은 100~10,000개의 신경세포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 각광받는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해당 논문은 행동실험 패러다임도 기존 실험 패러다임과 전혀 다르기에 훈련 방식도 완전히 새롭게 개발해야 했습니다. 또한, 총 320 채널에 달하는 floating microarray를 심는 시도는 위험부담이 큰 실험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수치모델을 고안하고 신경세포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과정까지 매우 긴 기간을 요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인 Benjamin Hayden교수님은 지속적으로 지지를 보내주시며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주셨습니다. 공동저자인 Steven Piantadosi교수님은 지속적인 수치모델에 대한 조언을 해주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연구자에게 본 연구를 많이 홍보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긴 여정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미네소타 대학교의 Benjamin Hayden교수님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https://www.haydenlab.com/). 저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구성한 후, 전기생리학 신호를 측정하고 수치모델을 만들어 가치 기반 의사결정을 연구합니다. 연구실에서 모사하는 환경은 수렵(foraging), 사냥(hunting), 도박(gambling) 등이 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제가 처음 박사과정을 시작했던 로체스터 대학교의 뇌인지과학과에서 수집되었습니다. 로체스터 대학교는 뇌인지과학과는 교수진과 대학원생의 구성원수는 매우 적지만 협력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활발한 협력연구의 예가 이번 연구 결과입니다. 수치모델은 과거 로체스터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던Steven Piantadosi교수님(현 UC Berkeley)과, 신경세포를 위한 Floating Microarray을 심는 수술은 로체스터 대학교의 Marc Scheiber교수님과 협력연구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Benjamin Hayden 교수님께서는 제가 박사 1년차에 불과할 때부터 동등한 독립적 연구자로 대해 주셨고, 그 기대에 부응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위의 연구 외에도 여러 대학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 다른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즐거운 과학을 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처음 본 연구 행동실험의 수치모델을 만들 때, 제법 복잡한 수치모델을 만들어서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래야만 학계 내에서 무시를 당하지 않고, 기술력 있는 과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Benjamin Hayden교수님 및 Steven Piantadosi교수님께서 '너는 남에게 수치 모델 기술 자랑하려고 과학을 하냐? 데이터를 얻을 때 너가 답하고자 하는 과학적 질문은 뭐였는데?'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2016년 봄에 받았던 그 질문은 제가 과학자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학계 내에서 수치모델로 상당한 인정을 받는 Steven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 지금까지 가슴깊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기술보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답하고 싶은 과학적 질문에 초점을 맞추신다면 더욱 즐거운 과학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프로젝트는 다양한 대학의 연구팀의 흥미를 끌어, 대형 공동연구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 중 2개의 프로젝트가 논문으로 작성 중입니다. 그것들을 마무리한 후, 6월에 졸업 후 9월에 박사 후 과정을 Massachusetts Institution of Technology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박사 후 과정에서는 영장류의 뇌를 통해 일반적인 인지과정(예: generalization, compositionality, few-shot learning) 등을 주제로 관심을 돌려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항상 즐겁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저의 상황과 상관없이 지지를 보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 김초롱에게 고맙습니다. 과거의 논문(2018년 Neuron, 2019년 Neuron)과 본 논문에 디자이너인 아내가 그려준 그림이 논문과 구두발표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그 공을 돌립니다. 제가 선택한 길을 응원해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장인어르신, 그리고 장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학문적으로, 언제나 과학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게 지도해 주셨을 뿐 아니라 친구같은 우정과 신뢰를 보여준 Benjamin Hayden교수님, 항상 적극적인 디스커션을 통해 저의 논문작성과 구두발표를 다듬어준 Haydenlab 멤버들, 그리고 저의 부족한 부분을 지도해주시고 언제나 지지를 아끼지 않는 Duke대학교의 John Pearson교수님, UC Berkeley의 Steven Piantadosi교수님, 그리고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도와주신 Rochester대학의 Marc Scheiber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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