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지난 수십 년 간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되어 임상에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암은 전 세계적으로 제 1의 사망 요인으로 남아있습니다. 암의 사망 요인이 높은 가장 큰 원인으로 암의 재발, 전이, 항암제 내성 및 부작용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암줄기세포 (cancer stem cell)의 plasticity에 기인하는 암은 예후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암 치료제는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최소한의 영향을 나타내며, 암세포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생체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항암제 대부분은 세포막 혹인 신호전달 단백질을 표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특정 수식화 혹인 상호작용을 통한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며 근본적인 유전자 발현조절에 관여하는 transcription factor 및 epigenetic factor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도 태동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자들 역시 생체 내 정상세포의 유지에도 필요하기에 유효성 있는 표적을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단백질의 비구조 영역(intrinsically disordered protein region)은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체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비구조 영역을 가진 단백질은 암세포에서 많이 존재하며, 신약 개발의 중요한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구조 단백질 영역은 정형화된 3차원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조 기반 신약 개발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는 비구조 단백질 영역의 비구조-구조 변형 성질에 착안해 이를 예측,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여 암 전이 단백질인 MBD2를 저해하는 신규 약물을 동정하였습니다.
먼저 컴퓨터를 활용한 생물학적 분석 방법으로 Mi-2/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 (Nucleosome Remodeling Deacetylase complex는 ATP dependent chromatin remodeling activity와 Histone deacetylase activity를 지니고 있는 복합체로, 7개의 구성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음. Methyl-CpG binding domain 단백질인 MBD2 혹은 MBD3의 포함 여부에 따라 MBD2-NuRD와 MBD3-NuRD 복합체로 구분됨.) 중 악성 종양세포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하나 정상세포에서는 필수적이지 않은 MBD2-NuRD 복합체의 MBD2를 대상으로 복합체 형성에 중요한 비구조-구조 변형을 나타내는 단백질 표적부위를 선정하였습니다. 선정된 단백질 표적부위를 대상으로 결합 가능성이 있는 선도물질들을 chemical library로 부터 선별하고, 표적부위에 대한 선도물질의 결합능과 표적능 분석을 통해 MBD2-NuRD 복합체의 작용을 제어할 수 있는 2가지 후보물질을 최종적으로 동정하였습니다.
또한 선별한 2가지 후보물질에 대한 다양한 in vitro 및 in cell 분석을 통해 후보물질의 분자기전 (Mode of Action)을 규명하였으며, 다양한 암세포에서 암 전이 특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lung metastatic breast cancer cell 이식 생쥐모델에서 선별한 2가지 후보물질이 부작용 없이 암 전이를 효율적으로 억제함을 검증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여하는 transcription factor 및 epigenetic factor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선도적 사례라고 생각되며, MBD2를 매개로 한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가 암 전이 억제제 개발에서 유용한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후보물질들은 정상 세포에서는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아 암 전이 제어 물질로써 임상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 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확립한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암 이외의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 연구에도 활용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대학원 생활을 보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철근 교수님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학생들 모두를 한 사람의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시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열정적인 지도교수님 아래 1명의 박사후 연구원과 4명의 대학원생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연구실 내에서 기초부터 응용까지 어우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연구실 구성원 각자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자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바로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지금처럼 좋은 논문으로 나왔을 때, 학회에서 누군가가 관심있게 들어주고 질문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기쁨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하나의 연구를 맺는 경험을 통해 제가 한 사람의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굉장히 감격스러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학위과정은 생명과학 분야가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 그리고 열정을 필요로 하는지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저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모든 대학원생분들이나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생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패에 많이 부딪치고 몸과 마음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좌절하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그려보시면서 다시 힘을 내서 연구에 정진하시면 나중에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물로 합쳐져 발표가 되면 그 기쁨을 알게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University of Florida의 Cancer and Genome Research Center에서 Yi Qiu 교수님 지도하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갈 길이 멀지만, 학위 과정 동안 배우고 터득한 것들을 이용해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어느정도 이곳 연구가 궤도에 오르면 다양한 Department 연구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그들의 관점과 제 관점을 융합하여 연구해 보는것이 제 목표 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활동은 혼자 해 낼 수는 없고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본 연구가 발표 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김철근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더불어, 연구를 마무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Vladimir N. Uversky 교수님, 원형식 교수님, 나인성 박사님 및 참여 연구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냈던 우리 분자유전학 연구실 식구들에게 언젠가 한 턱 크게 쏜다는 약속과 함께 고맙단 말은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는 길을 믿고 뒤에서 지켜봐 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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