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마이크로 RNA(miRNA)는 동, 식물에 모두 존재하는 20~24nt의 작은 RNA로서 messenger RNA(mRNA)에 상보 결합하여 단백질로의 번역을 억제하거나 mRNA를 분해합니다. 식물에서 miRNA는 식물의 생장과 발달, 생존, 개화 등 전반적인 식물의 삶을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애기장대의 씨앗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아하게 되면 hypocotyl이 길고 cotyledon이 닫힌 형태의 암형태 발생(skotomorphogenesis)를 하게 되는데 이는 땅을 뚫고 나와서 빛을 흡수하기 위한 유묘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묘가 빛에 노출이 되면 hypocotyl의 성장이 멈추고 cotyledon이 닫힌 광형태 발생(photomorphogenesis)으로 전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우리 연구팀은 땅 속에서 올라와 막 빛을 본, 암형태 발생에서 명형태 발생으로 전환된 바로 이 지점에서 miRNA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우선 miRNA의 processing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들이 모두 빛을 받은 이후에 급격하게 쌓이는 것을 알 수 있었고 miRNA의 primary transcript들도 모두 빛을 받은 이후에 발현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숙한 형태의 miRNA(mature miRNA)는 빛을 받기 전과 후에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현상의 이유를 밝히고자 여러 실험을 진행하였고 3가지 이유로 빛을 받은 이후 miRNA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miRNA 생합성의 핵심 핵산분해효소인 Dicer Like 1(DCL1)의 활성이 빛을 받으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빛을 받으면 활성이 증가하는 miRNA 생합성의 suppressor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성숙한 형태의 miRNA를 직접적으로 분해하는 효소가 빛을 받으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식물이 빛에 처음 노출되었을 때, 다양한 방법으로 miRNA의 발현을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miRNA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많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miRNA의 발현이 증가된 애기장대 모델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델을 사용하여 암실에서 씨앗을 발아해 영양을 모두 소진시킨 후 빛에 노출시켰더니 빛에 의한 적응이 늦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생존율이 다소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종합해서 판단해보면, 정상적으로 표면에서 발아한 씨앗은 광형태 발생을 하며 씨앗에 있는 양분을 소모하여 광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등의 빛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씨앗이 땅 속 깊은 곳에서 발아하게 되면, 빛에 노출되기 위해 씨앗의 양분을 소모하며 땅에 닿을 때까지 hypocotyl이 길어지는 암형태 발생을 하게 됩니다. 이 때 빛에 노출되게 되면 씨앗에 남은 양분을 소모해서 빛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식물이 처음 빛에 노출되면 약 60%의 transcript들이 크게 증가를 하게 되는데 이 transcript들에서 결국 빛에 적응하기 위한 단백질들이 만들어 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miRNA의 primary transcript들도 덩달아 크게 증가되게 됩니다. 이 transcript들에서 miRNA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타겟 mRNA에 결합하여 빛에 적응하기 위한 단백질이 만들어 지는 것을 저해하게 됩니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바라보면 이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결론은 식물이 빛에 처음 노출되면 miRNA 생합성에 필요한 단백질과 miRNA의 재료가 되는 primary transcript들은 크게 증가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miRNA의 생성을 미세 조정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빛에 적응할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며 광신호 전달의 대가인 헝가리의 Ferenc Nagy 교수님 연구팀과 긴밀한 협조를 하였고 한 달 동안 헝가리 생명연구센터에 방문하여 광 신호전달 실험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6년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저는 4년 전부터 투입이 되어 많은 실험을 하였고 이 논문이 가지는 생리학적 의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자 감사함입니다. 제 학위 과정 거의 전부를 아우르는 논문이라 유독 정이 갑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식물 RNA 생물학 연구실은 식물의 전반적인 RNA 조절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실입니다. 특히 miRNA에 관심이 많아서 miRNA의 생합성이 조절되는 요인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인 양성욱 교수님께서 2014년 식물의 광 신호전달의 핵심 조절자인 COP1 단백질이 miRNA 생합성의 핵심 단백질인 HYL1을 보호함으로써 miRNA 생합성을 조절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논문을 시작으로 광 신호전달과 miRNA의 조절의 연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이번에 Molecular Plant에 출간한 논문도 그때 파생된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애기장대에서 광 신호전달과 miRNA 생합성간의 crosstalk, abiotic stress 상황에서 miRNA의 기능에 관한 프로젝트를 곧 마무리 하려고 준비 중이며, 차세대 모델식물로 각광받는 우산이끼(marchantia polymorpha)를 사용하여 수상에서 육상 식물로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물뿐 아니라 생명과학과 나노테크놀로지의 융합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결과가 나오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molecular biology를 바탕으로 genetics, cell biology, informatics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정통 식물 분자 생물학을 두 명의 지극히 다른 선생님들께 숲을 보는 방법과 나무를 보는 방법으로 다르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큰 자랑입니다. 재능이 넘치는 인성 좋은 동료들과 함께 같은 목표를 보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남들이 아무도 모르는 길을 걸어가고 있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우리 연구실이 하는 일이 식물 연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루하루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더블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셔서 많은 국제공동연구 기회와 해외 트레이닝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마우스 질환모델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전문 연구 요원으로서 나노 테크놀로지를 연구하였으며, 박사 학위는 식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전공에 대한 경험이 있는 편입니다. 아마 연구실에 들어가시기 전에는 어떤 것을 전공으로 선택을 할까 많이 고민을 하실 텐데 하나의 전공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전공으로 무엇을 선택했느냐 보다 그 선택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질문을 하며, 어떻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나온 논문의 후속 논문으로 miRNA 생합성의 suppressor를 찾아내어 내년 초 투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 신호전달과 miRNA 생합성간의 crosstalk에 관련된 내용으로 동료들과 함께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하나는 논문 발표를 준비 중이며, 다른 하나는 열심히 찌르는 실험을 하는 단계입니다. 또한 졸업 후 어떤 분야에서 제 꿈을 펼쳐나갈 지 고민하며 탐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분자생물학에 대한 기초도 없이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다시 시작한 겁 없는 저를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올라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신 제 지도교수님, 양성욱 교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김지은 선생님, 정현주 박사님, 김구민 학생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방대한 내용을 함께 연구하며 결론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남편 열심히 연구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많이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항상 제 건강과 성공을 빌어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늦게 다시 시작한 박사과정에 걱정도 많으셨지요? 저 잘 하고 있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특히 제 공부하는 것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던 하늘에 계신 장인어른께 꿈에서라도 꼭 좋은 소식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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