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치매(Dementia)는 라틴어로 '정신이 부재한 상태(out of mind)'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하여 지적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2018년 기준 약 70만명이 고통 받고 있고 2050년에는 환자수가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점차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써 뇌의 신경세포들이 소실되어 부피가 줄어들고 신경세포 사이에서 오가는 복잡한 신호들을 전달해 주는데 필요한 화학물질의 양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심각한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뇌 내의 베타 아밀로이드(Amyloid beta, Aβ)와 타우 단백질(Tau)의 축적이라는 병리학적 특징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었고 실제로 효과적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장에는 약 1000 종류에 이르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의 미생물이 공생하면서 면역기능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부산물들은 다양한 대사 조절에 관여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총의 불균형은 감염질환, 비만, 당뇨병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최근에는 장과 뇌가 신호를 주고 받을 때 장내 미생물이 소통을 직접 매개하여 뇌의 발생과정, 감정 그리고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자폐증, 파킨슨병과 같은 정신 신경계 질환에서 밝혀지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는 장에서 멀리 위치하고 있는 기관인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보고 된 이후, 알츠하이머병에서 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환자의 장내 미생물 조성과 다양성이 정상인과 차이가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로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 총의 균형이 깨진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를 이용하여 장내 미생물과 알츠하이머병 증상의 연관성 및 그 기전을 새롭게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였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알츠하이머성 치매 쥐의 장내 환경을 살펴보니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과 장 조직 염증의 증가를 관찰할 수 있었고 이 현상이 장 누수현상을 유도하여 장내의 독소가 혈액으로 새어나가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건강한 개체의 장내 미생물과 그의 대사산물을 포함하는 분변을 이식하여 장내 환경에 변화를 유도하는 분변 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 FMT) 수행하였더니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었고 뇌 내의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과 신경교세포의 염증반응이 감소하였습니다. 더불어 장 조직 세포의 퇴화와 혈액 내 염증성 면역세포의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들을 바탕으로 장내 미생물을 통한 장-뇌 축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표적으로 제시하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및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2번의 revision 과정을 거치면서 총 3번의 FMT를 진행하였습니다. 되돌아보니 시작할 때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었는데요, 첫 번째 투여는 결과에 대한 궁금한 마음으로 2번째 투여를 시작할 때는 결과가 동일하게 재현될까 하는 두려움과 '언제 끝나지' 라는 아득한 기분이었다면 3번째 투여 실험을 진행하여야 했을 때는 오히려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모든 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무사히 revision 과정을 헤쳐나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4개월간 매일 FMT를 진행해야 하는 과정을 3번이나 반복했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화학교실과 의과학과 소속 묵인희 교수님 실험실에서 알츠하이머 병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http://www.alzlab.co.kr).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는 500명이 넘는 교수님이 있고 병원과 기초 연구동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교수님들이 서로 긴밀하게 실시간 협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환자의 혈액과 조직들을 당일 받아서 실험이 가능하고 매일 다양한 세미나들이 진행됩니다. 또한 6개가 넘는 연구동에 최신 실험 장비들이 가득하고 3개의 대규모 동물실을 갖추고 있어서 in vivo 실험에도 용이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중앙연구지원실 : https://medcorelab.snu.ac.kr:40025).
실험을 진행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실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의 개발은 물론 진단, 기전연구, 치료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iPSC기반 오가노이드, two-photon과 live cell imaging 현미경, tissue clarity, microfluidics system, seahorse XF analyzer. biacore 등의 최신 실험 기법,들을 이용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외 학회와 연수를 통해서 최신 실험 동향을 파악하고 기술을 습득 할 수 있고 논문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특허출원과 기술이전 같이 실제적으로 연구 결과를 실용화 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15명의 연구원들이 각자 몇 가지의 프로젝트를 개인 혹은 협업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기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여 논문까지 완성할 수 있는 실력을 빨리 갖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랩미팅 시간은 미니 학회를 방불할 정도로 다양한 주제와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저희 실험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새로운 연구의 시작이 그렇겠지만 장내 미생물이라는 생소한 분야와 질병의 연관성을 탐구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평소 쥐들이 서로의 분변을 먹는 cohousing effect를 몰랐기 때문에 유전자 형질에 따라 쥐를 분리한 후 다시 실험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고 저의 과학적 역량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과 기술들이 발표되는 다이나믹한 생명과학 분야를 공부하는 덕분에 계속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면서 계속 저를 발전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창조적인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또 서로의 연구를 위해 국적과 소속을 넘어서 서로 돕는 연구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한가지 목표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협력하여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부심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실 긴 학위 과정 동안 연구 결과는 잘 나올 때 보다 잘 나오지 않을 때가 훨씬 많고 수없이 해결해 나가야 할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공대로 입학을 하여서 공부하다가 뒤늦게 3학년부터 복수전공으로 생물학 공부를 시작하였는데요, 처음에는 실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슬럼프가 왔을 때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다시 심기일전 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님들도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 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 많겠지만 초심을 생각하며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몸에 대해 연구하는 정말 매력적인 학문, 그리고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약간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사명감을 가진다면 조금 더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연구도 첫 투여기간 동안 실험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걱정이 더 컸겠지요. 하지만 예상보다 더 드라마틱한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평소에 우리 몸 속에 있는 것 조차 잊고 있었던 장내 미생물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수행한 연구자 입장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처음 실험 결과들을 마주하였을 때 느끼는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나만 알고 있다는 건 정말 짜릿하지 않나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치매로 인해 고통 받고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들은 병의 증상을 평균 2년 정도 지연시킬 뿐이고 새로 개발된 많은 치료제 후보들은 임상시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연구자로서의 목표는 그 고통을 덜 수 있는 치료법의 개발일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장내 미생물을 통한 면역 조절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이번 연구에서 얻은 단서들로 장-뇌 축의 인과 관계와 장내 환경 조절을 통해 실제적으로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박사과정부터 현재까지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며 큰 힘이 되어주신 저의 멘토 묵인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여성 과학자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교수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이신 경희대 배진우 교수님과 공동 제1저자인 충남대 김민수 박사님, 최현정 학생 및 다른 저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실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찾아간 학부생을 지도해주시고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르쳐주신 연세대학교 이한웅 교수님과 성영훈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동물실을 함께 출입했던 동준이도 정말 수고 많이 했어!! 가족 같은 알츠하이머 실험실의 선, 후배님들, 우애 깊은 의과학과 대학원 동기들에게도 모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바쁜 엄마라서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딸내미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부모님, 시부모님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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