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 연구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키워드로 시작되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유전체연구가 개인정보 보호와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을 수 있지만 2013년 콜롬비아 대학교의 Yaniv Erlich가 개인의 유전자 정보로 그 사람의 성(Surname)을 유추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유전자 정보가 가지는 재식별(re-identification)의 문제가 대두되어 왔습니다. 2018년 샌디에고에서 열린 ASHG에서는 유전자 데이터 공유와 개인정보보호를 주제로 한 세션을 편성했을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다수의 기관은 협력 연구를 요청하는 기관에게 원 유전자 정보 대신 각 마커들에 대한 요약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암호화하여 마커들에 대한 요약 정보만으로는 진행할 수 없었던 분석들을 가능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암호화를 위하여 자동차나 항공 네비게이션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다변측정'이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GPS네비게이션에서는 사물과 인공위성 간의 거리를 측정하여 사물의 위치를 특정합니다. 이 개념을 사람의 유전자정보에 도입하여 사람 간 유전적 거리를 측정하여 거리 정보로 암호화를 하고 이 암호화된 정보만을 공유하도록 하여 다기관 협력 연구를 촉진 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알고리즘을 실제 유전체 데이터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로 기관 간에 공유했을 때 다양한 유전체 연구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암호화 된 거리 정보를 이용해 데이터 간에 중복되는 샘플을 찾아내고, 가까운 친척관계에 있는 샘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혼혈인의 혼혈 비율을 유추하거나, 유럽인들의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등의 인류유전학적 연구 결과에서도 암호화된 정보는 비암호화된 정보와 거의 비슷한 정확도를 보여주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 소속 유전체 생물정보학 연구실에서는 주로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데 기존의 방법이 가지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통계 모델 기반 알고리즘 개발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상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환자의 데이터에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해보면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병의 생물학적 이해하고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전체 생물정보학 연구실에는 석사급 연구원 1명, 대학원생 4명, 인턴 3명이 한범 교수님의 세심한 지도를 받으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수님의 자랑을 좀 하자면, 한범 교수님은 연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시며 학생 개개인을 정말 존중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정말 바쁘신 와중에도 미팅을 요청 드리면 거절하신적이 없으시고 학생과 연구원의 장점에 맞게 연구 방향성을 제시해주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미숙한 단계에서 시작한 저희들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노력하시는 교수님이세요. 연구주제를 비롯해 연구실에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싶으신 분들은 서울대학교 유전체 생물정보학 연구실 홈페이지(http://hanlab.snu.ac.kr/)를 방문해주세요.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서울아산병원/울산의대(현 AMIST;아산융합의학원)에서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학위과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는 지도교수님이셨던 한범 교수님께서 기관을 이전하시면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나머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처음 학위과정을 시작했을 때부터 진행해 오던 주제로 꼬박 3년이 걸려 나온 논문입니다. 수도 없이 엎어질 뻔 하고,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고... 이러다 논문은 커녕 졸업은 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교수님이 해결해 주시기를 바라던 초반에 비해 스스로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고 이제 나름 저의 의견도 제시하며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결과가 잘 나왔을 때의 희열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대의 연구는 점점 더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로 하며 융합학문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생물정보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주로 생물학(의학), 통계학, 그리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맨땅에 헤딩을 하듯 생물정보학을 하겠다고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 뒤늦게 생물학과 프로그래밍언어 등을 공부하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학부에서 폭넓게 수업을 들으며 기본적인 공부를 미리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얻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허둥대던 이전에 비해 독립적인 연구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살짝 감만 잡은 새내기 연구자입니다. 거창한 조언보다는 제가 3년간의 남들보다는 좀 긴 석사 생활 동안 깨달은 몇가지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들은 유머 중에 석사는 이제 무엇을 모르는지 깨달은 상태라고 했는데 저는 이제서야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에게 석사는 탐색전과 같았습니다. 이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대략 어떤 세부 분야가 있는지, 어느 분야가 특히 흥미로운 지, 내가 과연 이 분야의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논문을 게재하면서 깨달은 것이 연구라는 게 열심히 해서 결과만 내면 끝이 아니라는 것이였습니다. 논문을 출판한다는 것은 어떻게 결과를 보여주는지,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무슨 뉘앙스로 글을 전개할 것인지 아주 전략적인 심리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을 생각중인 학부생이라면 연구실에서 인턴 또는 논문을 써볼 기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연구에 적합한 사람인지 또는 연구를 지속한다면 어느 분야를 더 알아보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게 기회를 주시고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신 한범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이번 학기로 석사를 마무리하고 박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endelian Randomization을 비롯한 genetic epidemiology에서의 causal inference방법론에 대해 더 깊은 연구를 계속해 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게 지지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울산의대 노진경 교수님, 송규영교수님, 그리고 서울대의대의 한범 교수님께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밑바닥부터 쌓을 수 있게 지도해 주시고 언제나 이상적인 연구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한범교수님, 존경합니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렸지만 흔쾌히 큰 도움을 주신 카이스트의 백형렬 교수님께도 감사합니다. 연구실 생활 초반에 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셨던 제 멘토 김은지 선생님, 언제나 곁에서 고민을 들어주며 격려의 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우리 연구실의 활력소 장수현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연구실 식구들의 앞날이 창창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항상 어떤 선택이든 지지해 주는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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