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LDL-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만들어져 혈관을 통해 세포막/호르몬 생성의 재료로써 각 장기에 보급됩니다. 혈중 수치가 높으면, 혈관벽 안쪽으로 파고들어 각종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혈관벽에 침착 되면 죽상동맥경화를 야기시키고, 심근경색, 뇌경색을 초래하므로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 이라고 불립니다. 혈중 LDL-콜레스테롤은 간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LDL-수용체와 결합한 뒤 분해되어 담즙으로 소모 및 배설되는데, LDL-수용체의 수가 세포 표면에 많이 있을수록 혈중 LDL-콜레스테롤 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유전성 과다 콜레스테롤증을 유발하는 유전변이 연구로 PCSK9 단백질이 LDL-수용체를 파괴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PCSK9 억제항체가 개발되어 시판되었고, PCSK9의 억제제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정확한 분해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 분해기전을 본 논문에서 규명하였습니다.
PCSK9이 LDL-수용체를 파괴시키는 데는 CAP1 단백질이 필수적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혈액의 LDL-콜레스테롤이 LDL-수용체와 결합하면, 클라스린이라는 세포 내 유입경로를 통해서 간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LDL-콜레스테롤은 분해 되는 한편, LDL-수용체는 다시 세포표면으로 이동하여 재활용됩니다. 이 때 CAP1단백질이 있으면 LDL수용체-PCSK9-CAP1단백질이 서로 결합하면서 카베올린이라는 세포 내 유입경로를 통해서 들어와서, LDL-수용체는 재활용 되지 못하고 리소좀을 통해 분해됩니다. 본 연구는 정확한 콜레스테롤 조절 기전을 이해하고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질환 연구에 새로운 치료방향을 열었습니다.
우리 랩에서는 2014년 아디포카인인 리지스틴의 리셉터로써 CAP1을 발견, Cell Metabolism에 출간했으며 그 기작을 보고자 CAP1 KO 마우스를 만들었습니다. 호모-낙아웃 마우스는 태어나지 못하였고, 헤테로-마우스는 태어났지만 표현형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대사질환에 역할이 있을 거라 예상, 고지방식이의 플랜을 짜서 진행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 없이 엄청난 양의 동물실험 등으로 지친 학생들과 연구원들을 이끌어야 했고 연구비 투자도 상당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밀어 붙였지만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끝까지 하나하나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 식이 후, CAP1 헤테로-마우스는 정상 마우스에 비해 간세포 표면에서 LDL-수용체가 많았고, 혈중 LDL-콜레스테롤 치가 현저히 낮다는 걸 발견, 리지스틴과 콜레스테롤과의 연관관계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리지스틴의 Trimer가 PCSK9의 CRD 도메인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논문을 보게 되었고, CAP1이 리지스틴과 결합하니 PCSK9과도 결합하여 LDL-수용체를 분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PCSK9과 CAP1이 결합함을 발견, 다각도로 증명하였고 질병과의 연관성을 보기 위해 LDL-콜레스테롤이 현저히 낮은 사람들에서 보고된 PCSK9유전자 변이들을 찾아서, 변이 단백질을 합성하여 CAP1과의 결합을 본 결과 CAP1과의 결합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CAP1이 콜레스테롤 조절에 중요한 단백질이라는 확신이 들어 메커니즘 분석에 몰입했고 이 논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심혈관질환 연구실에서는, 김효수교수님의 지휘아래 6명의 교수와 30명의 연구교수/대학원생/연구원이 줄기세포, 심혈관, 대사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구를 통해 의학/생물학 발전에 기여하고 또 나아가 "Bench to Clinic"으로 치료법/치료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환자를 보며 해결되지 않거나 궁금한 점, 혹은 치료를 위해 연구되어야 할 꼭 필요한 점등을 기초연구의 주제로 삼아 연구 및 개발을 합니다. 매주 화요일 전체 연구단이 모여 Research Meeting을 통해 서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재 연구팀의 원동력을 삼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연구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며, 저희 연구실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 연구자 또는 학위과정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은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심혈관연구실 홈페이지: https://cardiolabacting.wixsite.com/cvstemcell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2000년 초반, 좋은 연수 기회를 얻어 박사과정 중에 아이비리그 대학 중, 의학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펜실베니아 의과대학교에서 면역학을 공부하였고, 박사 학위 후에는 UCLA 에서 Oncology 를 연구 하였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실험실에서의 연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직접 적용되는 것을 보며 나도 무언가 실제 환자 치료에 필요한 기초학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목표로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니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계획을 세워 2011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Ph.D. 로서 병원에 교수로 있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Ph.D. 교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고, 기초연구를 하는 교수들을 위한 확실한 길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를 보지 않는 교수라는 점에서 연구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위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연구라는 게 하나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절대 시간 투자가 필요하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까지 두드러진 실적 없이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바이오산업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중개연구가 필수적이며 앞으로 점점 병원과 정부도 연구의 가치를 깨닫고 있어 전망이 밝다 생각합니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가 실시간 서로 협업하기에는 서울대병원, 특히 우리 연구팀은 더없이 좋은 시스템이며 기초연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더욱 중개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질 거라 기대하고 새로운 시대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라 자부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영국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본격화, 1900년대 후반에 컴퓨터와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큰 격동기와 그에 따르는 발전과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갔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또 한번의 큰 격동기를 거쳐 지금의 응축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도약을 할거라 생각하며 이 때 생명과학이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훌륭한 학생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가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학길이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에 미국에 갔고 당시 한국의 실험실 상황보다 미국이 더 앞서 나갔습니다. 2009년 이후로 미국이 어려워진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는 엄청나게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술이나 자원 등 우리나라의 실험실이 미국에 비해 결코 뒤쳐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실이 많으며 문화와 언어 장벽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물론 유학 가는 길의 장점도 존재합니다. 교육환경차이에서 오는 연구접근 방법 등 배울 점도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경우 미국 유학을 통해 연구 인생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인생의 가능성에 벌써부터 짧은 연구 경험으로 앞날을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바이오 산업은 전초기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R&D 정부투자의 성공률은 96% 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중 사업화는 단 20%라고 합니다. 저는 다가오는 바이오 산업에 맞춰 연구가 직접 환자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치료제/치료약 개발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현재 제가 이끌고 있는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으로 사람의 리지스틴을 분비하는 실험용 생쥐, CAP1이 결손된 쥐등 다양한 실험 모델에서 PCSK9, 리지스틴과 CAP1의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기작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산, 한, 연, 병 협동으로 CAP1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신약들이 고지혈증과 지방간 등 대사성 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을 확인하고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향후 CAP1 단백질에 대한 후속연구 및 기초연구를 계속하여 동맥경화증, 당뇨병 등 성인병 치료의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성인병 치료제로 개발시켜 기초연구와 임상적용 및 개발을 병행하는 성공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오랜 연구기간 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고비마다 항상 넌 잘할 거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며 큰 힘이 되어주신 김효수 선생님, 늘 한발 앞에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믿고 따르는 팀원들, 시험기간인데도 함께 밤을 새워 투고작업 했던 기억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동물실험을 통해 캡1 쥐들이 자식 같다는, 시작부터 함께했는데 어느덧 믿음직한 맏언니가 된 다솜이, 기초연구와 치료제개발 등 맏형으로써 듬직하게 챙겨주는 환이, 굳은 일을 도맡아 하며 묵묵히 실험해준 승지, 눈이 안 좋은데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성찬, 오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 받은 수련화, 리비전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준 지혜와 정환이, 한창 바쁠 때 인턴으로 합류했다가 정신 없이 실험 시작한 막내 현우, 그리고 우리 팀의 어른이자 중심으로 연구에 문제가 생길 때 항상 해결해주는 이현채 박사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임상에서 얻은 노하우와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해주고 마지막 논문 작성까지 애정으로 함께해준 이상언 선생님, 굵직굵직한 실험들을 해결한 양지민 박사, 늘 내일처럼 아껴주고 조언해주고 기뻐해주신 심혈관 연구팀의 선생님들과 연구단 식구들, 또 부족한 저를 채워 주시느라 기꺼이 멀리서 공동연구에 참여해주신 교수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아낌없는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불혹을 넘긴 막내딸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아직도 살뜰히 보살펴 주시는 부모님, 든든하게 내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늘 바쁜 엄마라 미안한데도 한창 엄마가 필요한 나이에 투정부리지 않고 오히려 엄마 공부 열심히 하라며 격려하고 스스로 잘하는 우리 아들, 이 찬, 사랑합니다.
그림. CAP1이 PCSK9과 결합하여 LDL 수용체를 지질 뗏목으로 유도, 카베올린, 리소좀을 거쳐 분해시키는 과정.
[좌]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간세포표면의 LDL 수용체 (LDLR)와 결합해서 세포내로 흡수됨. 이 과정에서, PCSK9, CAP1, 카베올린 (Caveolin1)이 LDL수용체와 복합체를 형성함. 아래는 PCSK9과 CAP1의 결합부위 구조.
[우] 간세포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LDLR와 결합하면 둘 중 하나의 흡수과정을 겪게 됨. 즉, PCSK9, CAP1, Caveolin1과 결합하면 지질뗏목으로 유도되어 카베올라 소낭, 엔도솜을 거쳐 리소좀에서 LDL수용체가 분해됨. 반면 CAP1의 결합이 없을 경우에는 LDL-C / LDL-R 결합체는 클라스린-피복 소낭을 거쳐 재순환 사이클로 유도되어 LDL-C은 세포내에서 분해 사용되고, LDL 수용체는 세포막으로 돌아가서 재활용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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