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포 내 모든 소기관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나 손상을 입었을 때나 생성과 분해의 정밀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소포체는 단백질 합성 후 폴딩뿐만 아니라 칼슘 저장, 스테로이드 합성 및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손상이나 과부하가 걸리기 쉬운 소기관 중에 하나입니다. 이러한 소포체 및 다른 소기관들을 분해하는 기전은 자가포식, 특히 거대자가포식이 매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진행된 소포체 자가포식의 연구 같은 경우에는 주요 매개체 단백질들이 거대자가포식 매개체인 오토파고좀의 LC3 단백질과 직접 결합함으로 인해, 유비퀴틴과 같은 분해 시그널의 기여도나 기전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N-말단/N-데그론 경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N-말단 경로는 단백질의 메티오닌 잔여가 잘려나간 후 노출되는 첫 아미노산 잔여의 정체에 따라 그 단백질의 분해율이 매개된다는 법칙입니다. 이러한 분해를 유도하는 노출된 아미노산들을 N-데그론이라 부르고, 이런 N-데그론과 직접적으로 인식하여 결합하는 단백질들을 N-레코그닌이라 부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저희가 선행 연구로 밝힌 신규 N-레코그닌임과 동시에 대표적인 거대자가포식 어댑터인 p62 단백질이 소포체 막단백질과 E3 리가제인 TRIM13과 결합함으로 인해 소포체 자가포식을 매개한다는 발견을 다뤘습니다. 중요하게도, 이 과정에서 N-말단 법칙 하의 N-말단 아르기닌으로 인한 p62의 활성화 및 TRIM13의 K63-유비퀴틴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러한 소포체 자가포식이 소포체 내 단백질 품질 관리 및 소포체 스트레스 완화를 통해 소포체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p62 단백질을 N-말단 법칙 하에 인위적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하였고, 이 화합물들이 소포체 자가포식을 촉진시켜 실제 간 질병인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의 주요 단백질인 돌연변이 알파-1 항트립신 단백질의 분해를 확인하였습니다.
후속 연구로 현 논문에서 밝힌 N-말단 법칙 하의 소포제 자가포식이 다른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현상이나 질병의 병인이나 진행을 억제시킬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 소속인 단백질대사의학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저희 연구실은 N-말단 법칙/N-데그론 경로, 특히 아르기닌화로 매개되는 단백질 분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연구와 관련해서 실험실 내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지도 교수님 이시자 교신 저자이신 권용태 교수님의 끝없는 지원과 조언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주목받기는 커녕 제 부족한 능력과 함께 빛이 바래졌을 것입니다. 권용태 교수님은 학생들의 과학적인 독자성 및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그 독자성이 빛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심으로서 학생들을 좋은과학자로 키워내기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마련해주셨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연구활동하면서 꾸준히 느꼈던 점은 결국엔 실험 하나 더 하는 것보다 논문을 하나 더 읽거나 토론 한 번 더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모델을 세우고 머릿속으로 논리를 전개 해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였습니다. 대학원생으로서 이 실험 저 실험하면서 정신없이 사는게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이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실질적으로 논문을 작성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순간들은 좋은 실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보낸 시간보다, 그 결과들의 가치를 창출하고 극대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사실 학부 전공이 의생명공학 및 응용수학이었어서 생물학, 특히 세포 및 분자생물학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 외에는 사실상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학부 생활 마지막 2년 동안 존스홉킨스 병원에 있는 소아과 내 세포분자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실험실에서 몸을 담그고 서툴게나마 기초과학이라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부 생활동안 유일하게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 이 기간을 통해 제 진정한 열정을 찾을 수 있었고, 과감하게 예정된 진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느낀바로는 학부때까지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습득하는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대학원 과정은 새로운 지식의 프런티어를 열고 탐험하는 단계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 부족한 경험으로 봤을 때 대학원 과정을 밟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학부때의 전공지식, 스펙이나 배경이라기보다 몸을 부딫혀보고자 하는 의지와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경험의 축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계속 단백질 분해, 특히 N-말단 경로로 매개되는 단백질 품질 관리의 기초과학적인 기전과 경로를 규명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초과학적인 연구로서 단백질이상질환 같은 질병들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인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principal investigator로 제 연구실을 차린 후 위에 언급한 대로 단백질 분해 분야 내에서 연구를 계속하며 후세대 과학자 양육과 질병 치료에 힘을 쓰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끊임없는 지원과 참을성으로 토론해주시고 저를 지도해주신 권용태 교수님을 비롯해서, 같이 실험하고 아낌없이 아이디어를 내준 김희연 학생, 저를 항상 응원해주고 과학적으로나 인성으로나 우러러보는 이수현 학생, 실질적인 라인 버팀목과 활력소이고 부족한 저를 잘 따라와주는 이민주 학생, 한결같은 성실성과 연구에 대한 자세로 모범이 되는 김수빈 학생, 아낌없는 기도와 조언과 도움을 몇 년동안 주시고 계신 홍준만 박사님과 노승언 박사님을 포함한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또한 좋을 때 같이 웃어주고 슬플 때 같이 울어주며, 과학자로서 존경하는 분 중의 한명이고, 없이는 이 실험실 생활을 버티지 못했을만큼 매일 힘을 준 허아정 학생한테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매멀 화이팅! 그리고 불효자이고 속만 썩였던 저를 평생 못 갚을 사랑으로 참아주시고 눈물로 키워주신 부모님과 세연이한테 항상 죄송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여기에서나마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케하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주님이 시작하신 일, 주님이 끝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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