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은 2년전 한빛사에 소개되었던 제 논문(Immunity. 2017)의 후속 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초기 연구들에서 주로 염증(inflammation)과 식세포작용(phagocytosis)에만 국한된 단순한 면역 세포로 인식되어왔지만, 최근 10년동안의 연구들, 특히 오믹스 기술을 이용한 많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이 세포가 다른 조직들 또는 질병 환경에 따라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면역학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적응 면역에서의 immunological memory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인 'innate memory' 또는 'trained immunity'라 불리는 대식세포의 특성은 질병 환경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이 세포를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선 만성 염증 질환(chronic inflammatory disease)에서 대식세포의 의한 염증반응이 정상적으로 억제되지 못하고 계속적인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인터페론 감마(IFN-gamma)에 장기간 노출된 monocyte들이 대식세포로 분화하면 원래의 대식세포와는 다른 성격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표적으로 LPS와 같은 TLR4의 자극에 의해 TNF나 IL-6와 같은 염증성 cytokine의 발현이 훨씬 높게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원래 정상적인 대식세포에선 IL-10 이라는 anti-inflammatory cytokine에 의한 신호 전달과 STAT3 전사 인자의 작용으로 염증 반응이 억제되는데 IFN-gamma에 의해 훈련된 monocyte가 분화한 대식세포에선 이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로 인해 지속적인 만성 염증 반응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에서 IFN-gamma가 어떻게 이러한 항염증과 관련된 TLR4 반응성 유전자들만을 억제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 monocyte를 대식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IFN-gamma 자극을 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이후에 LPS 자극을 주어 어떠한 유전자의 발현 변화(RNA-seq), 후성유전체(ATAC-seq, ChIP-seq)에서의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본 결과, 실제로 많은 TLR4 반응성 유전자 중에 IFN-gamma에 의해 억제되는 유전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IL-10과 관련된 유전자들과 그렇지 않은 유전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능적으로 IL-10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항염증반응, 그리고 그렇지 않은 유전자들은 대식세포의 대사과정(metabolism)과 관련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transcriptome의 변화는 epigenome상의 특히 active enhancer들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특히 enhancer부위 중 STAT3와 STAT1이 결합할 수 있는 STAT motif를 갖고 있는 곳에서 두 전사 인자의 balance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IFN- gamma가 대식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유전자들의 발현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TLR4와 같은 2차적인 자극에 의한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시켜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질병에서 pathogenic한 대식세포의 특성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infection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 발병과의 상관관계들이 이러한 mechanism을 통해 설명되고 이를 target으로 한 치료들이 연구 중에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포스닥 동안 이 연구의 대부분의 실험을 진행하였던 Dr. Lionel B. Ivashkiv lab.은 코넬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과 Hospital for Special Surgery(HSS)에 소속되어 있고, 얼마전 한빛사에 소개되신 코넬의대 민경현(Kyung-Hyun Park-Min)교수님과 UNIST 박성호 교수님, 충북대에 임용된 저를 포함해 총 3명의 한국인이 랩 출신으로 현재 PI가 되었고, 서울대의대 이은영 교수님과 고려대의대 지종대 교수님도 같은 랩에서 연수를 하셔서 한국과의 인연이 많은 랩입니다. 2017년 12월 한국에 들어온 이후 대부분의 NGS 분석과 논문 작성을 하는데 KIST 강릉분원과 현재 충북대학교 생물학과에서 항상 논문이 그렇듯 생각보다 긴 시간에 걸쳐 논문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과 지난번 논문 모두 최종 논문의 완성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아이디어부터 논문의 방향까지 PI와의 미팅에서 전 대부분 순종적인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쉽게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제 스스로 먼저 생각하고 방향을 정하고 PI와 discussion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언쟁이 있기도 하였지만 단순히 이끌려 가기보단 서로간의 접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빨리 가기보단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한 계단씩 밟아서 가는 것이 PI가 되는데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2주마다 만나는 PI와의 개별 미팅을 갈 때 전 요리사가 되어 밥상을 차려 들고 가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논문이라는 밥상에 차려진 요리들(Figures or data)이 입맛을 당길 만큼 잘 차려져 있을 때에만 PI는 discussion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기 위해 계속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기주도적'이 되라는 이야기를 먼저 PI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습니다. 이 분야에서 실력만으로도 노력만으로도 힘들고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결국 운이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실력을 키워놓고 꾸준히 노력하며 '운'을 기다리는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충북대학교 생물학과에서 iPHD(immune Profiling in Human Diseases)라는 이름의 랩을 시작한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rheumatoid arthritis, cancer, allergic rhinitis등과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에서 대식세포와 인터페론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고 있으며 long non-coding RNA(lncRNA)와 같은 분야로 현재의 연구를 더욱 확장시키고자 합니다. 현재 3명의 랩 구성원(유채린, 권근호, 박재우)이 면역학과 생물정보학의 연구를 동시에 잘 배워가며 앞으로 랩에서 하고자 하는 연구들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국에 와서 논문을 마무리하는 걸 허락해주시고 이번 논문의 공동교신저자로 인정해주신 Dr. Lionel Ivashkiv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랩 선배님으로 항상 많은 조언과 더불어 이번 논문에도 도움을 주셨던 UNIST 박성호 교수님, 코넬의대 민경현 교수님께 많이 감사드립니다. 생물정보학 분석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을 서로 주고받고 있는 대학동기 단국대 강근수 교수, 논문 리비젼 실험들을 많은 부분 마무리해준 HSS에 포스닥 Mahesh, 배세연 박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뉴욕에서의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힘이 되어주신 코넬의대 박세웅 교수님, 순천향의생명연구원 류성호 교수님, 영남대 송민석 교수님, 경희대의대 김성현 교수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와서 연구 마무리하게 도와주신 KIST 강릉분원 노주원 단장님, 정상훈 센터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면역학 연구를 처음 시작하게 해주시고 항상 큰 힘이 되어주시는 포항공대 임신혁 교수님께 항상 존경과 감사한 마음입니다. 충북대학교에 와서 막내 교수를 잘 이끌어 주시고 챙겨주시는 조성진, 류호진, 김경환, 박종석 교수님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머나먼 미국땅에 있을 때나 8년 만에 귀국해서 한국에 있을 때나 항상 저보다 더 기뻐해 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부모님, 사위를 항상 든든하게 생각해주시는 장인, 장모님, 한국에 와서 언제 미국에 살았었냐는 듯이 금방 적응해버린 아들 민혁이, 딸 하윤이,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기쁘고 슬프고 때로는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순간들에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 김지영에게 항상 간직하고 있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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