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그동안 암 유전체 연구는 진단 당시 얻게 된 암 조직의 엑솜 염기서열(whole-exome sequence)을 분석하여 암을 일으키는 드라이버 돌연변이(driver mutation)를 찾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The Cancer Genome Atlas (TCGA)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도움으로 현재 상당수의 암에서 드라이버 돌연변이들이 밝혀졌고 일부는 치료와 연관되면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만, 엑솜 염기서열로는 암 유전체 내의 구조 변이(structural variation)를 관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암의 전장 염기서열(whole-genome sequence) 분석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복잡 구조 변이(complex rearrangement)가 발견되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chromothripsis, chromoplexy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복잡 구조 변이들의 형태나 빈도,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폐선암 138개의 전장 염기서열을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폐암에 다양한 형태의 복잡 구조 변이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에 의해 융합 암 유전자(fusion oncogene)가 형성되거나 암 유전자 증폭이 일어나, 정상 세포가 암 세포로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장 염기서열의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와 DNA 복제수 증가(copy number gain)를 같이 분석함으로써 융합 암 유전자의 생성 시점을 추정할 수 있었고, 놀랍게도 폐암이 진단되기 수십 년 전인 어린 시절에 복잡 구조 변이에 의한 융합 유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었습니다.
저의 지도 교수이신 KAIST 주영석 교수님은 이번 연구를 같이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김영태 교수님과 함께 폐선암에서 KIF5B-RET 융합 암 유전자를 처음으로 발견해 2012년 Genome Research에 보고하였으며, 융합 암 유전자에 관심이 많은 분입니다. 이러한 융합 유전자가 단순한 전위(translocation)나 역위(inversion)에 의해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복잡 구조 변이에 의해 생기는 것인지 확인해 보고자 시작한 이번 연구는, 진행 과정 중 흥미로운 현상들이 발견되며 규모가 커져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비용의 감소로 점점 더 많은 암 조직에 대해 유전체 분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장 염기서열을 활발히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암의 구조 변이들이 점차 밝혀지고 있는데, 이번 연구도 그러한 연구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전장 염기서열뿐 아니라 각종 후성유전체 데이터 및 단일세포전사체 데이터를 같이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향후 암의 특성들이 더 자세히 밝혀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KAIST 암 유전체 연구실(https://www.julab.kaist.ac.kr)은 생긴지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현재 십 여명의 구성원들이 암 유전체 분석뿐 아니라, 오가노이드 배양을 이용한 정상 세포 유전체 분석, 단일세포전사체 혹은 후성유전체 분석 등을 진행 중입니다. 자유롭고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즐겁게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암은 인류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수많은 질병 중 가장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우며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무섭고도 중대한 병입니다. 저는 현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암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암 유전체 분석은 복잡한 암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암 유전체를 잘 파악할수록 암 정복에도 조금씩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모든 암 조직에 대해 전장 염기서열 분석, 전사체 및 각종 후성유전체 분석을 하게 될 시대가 올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시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대규모 암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것에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이러한 분석 기술을 활용해서 의미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전체 분석은 데이터 과학 및 생물정보학의 한 분야로 컴퓨터, 수학, 생물학, 의학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공부를 같이 병행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유전체 데이터를 원하는 형태의 정보로 가공하고, 이를 기존에 알려진 지식과 비교하여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됩니다. 의미를 알 수 없던 대량의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입니다. 컴퓨터와 데이터를 활용한 이러한 연구 방법론에 흥미가 있고, 관찰되는 현상에 대해 나름의 설명과 해석을 붙여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 분야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에서는 각종 체세포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그 돌연변이들의 발생 시점을 추정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정상 세포에 체세포 돌연변이들이 누적되면서 세포가 암세포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점차 체세포 돌연변이의 특성이 달라지고 그 누적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시점에서 얻은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해 과거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그 과정을 간접적으로 살펴 보았다면, 앞으로는 정상 세포와 암 세포의 유전체 데이터를 여러 시점에서 분석하여 그 과정을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합니다. 현재 기증된 시신으로부터 얻은 정상 세포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치료 전후를 비롯한 여러 시점의 암 조직 데이터도 추가로 분석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각종 세포에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특성과 암의 진화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유전체 분석 경험이 전혀 없고 컴퓨터도 잘 다루지 못하던 제가 이러한 논문을 완성할 수 있게 지도해주신 KAIST 주영석 교수님과 저희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서울대학교병원 김영태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미국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밤낮으로 노력하시며 이번 연구를 함께 해주신 이준구 박사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그 밖에 여러 도움을 주신 KAIST, 서울대학교병원, 국립암센터 및 KISTI의 모든 공저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특히 도움을 많이 준 저희 연구실 박한솔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깁니다.
또한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연구를 완성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주말마다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시고 저의 연구 활동을 응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감사 드리고, 항상 웃음을 주는 두 딸 수빈이, 수예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아내 최윤선에게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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