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은 길이가 긴 리드(long read)를 활용하여 예쁜꼬마선충 하와이 품종의 고품질 유전체를 만들고, 이를 영국 브리스톨 품종의 유전체인 표준 유전체와 비교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두 품종 사이에 발생한 구조 변이를 밝히고, 대안적 텔로미어 연장(alternative lengthening of telomeres)이라는 텔로미어 유지 기작을 통해 새로운 염색체 끝부분(subtelomere)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염색체 끝부분으로 복제된 유전자들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저는 이렇게 변화한 유전자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적 자원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나, 자연선택의 소재가 되는 게 아니겠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논문에 관한 보다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글을 참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facebook.com/1968285246783710/photos/a.2017300485215519/2362840237328207
예쁜꼬마선충 학계의 최근 동향에 관해서는 다음 두 글을 참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 C. elegans International Meeting 참관기(BRIC VIEW 2017-C08)
/myboard/read.php?Board=report&id=2803
Ecology, Evolution and Genomics of C. elegans and Other Nematodes 2018 참석 후기(BRIC VIEW 2018-C14)
/myboard/read.php?Board=report&id=3049
길이가 긴 리드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을 참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길이가 긴 리드를 이용한 염기서열분석의 응용(BRIC VIEW 2019-R01)
/myboard/read.php?Board=report&id=3149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소속인데, 행정 처리를 진짜 잘 해주셔서 아주 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 연구에 쓰인 데이터는 몇 년 전에 이미 준비되어 있었는데,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했던 공동연구자들이 중간에 두 번 바뀌고,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일을 안 해서 논문이 늦어졌습니다. 덕분에 제가 중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겼던 것이라 저한테는 좋은 일이었지만, 좀 더 일찍 정리됐다면 더 좋은 곳에 나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큽니다. 그래도 논문이 잘 정리된 것은 모두 이준호 선생님과 김천아 선생님 두 분 덕분입니다. 이준호 선생님 위대하신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이야기이니 김천아 선생님 공덕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김천아 선생님께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함께 컴퓨터로 대용량 자료를 다루는 법을 공부하고 염색체 끝부분이 어떻게 진화했을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논문 쓰는 내내 다른 길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이렇게 논문 읽고 공부하는 재미가 없었으면 현실이 됐을 것 같습니다. 학계 남아서 고통 받게 된다면 다 김천아 선생님 탓일 겝니다. 만에 하나, 혹시라도 잘되는 기적이 생긴다면 그건 대부분 제가 운이 좋은 덕분이겠지만, 일정 부분은 김천아 선생님 덕으로 돌려도 좋습니다. 제대로 지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이 연구가 흥미롭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저는 리눅스 컴퓨터를 다루는 법이나 대용량 자료를 처리하는 법을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발 좀 공부하라고 주변에서 많이 등 떠밀어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궁석 선생님과 장혜식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과학 사랑하는 좋은 분들에게 숟가락 얹으려고 열심히 노력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염기서열분석을 시도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하시는 걸로 압니다. 저는 컴퓨터로 실험하는 환경을 준비하는 데 1년 정도 시간을 들였고, 거기서 논문을 내는 데까지 다시 1년 정도 시간을 들였습니다. 혼자서 처음 할 때는 정말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잘 정착돼서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도 약 4주 동안 4회 정도 훈련을 거치고 나면 직접 대용량 자료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이제는 연구실 구성원 중 절반 가량이 본인 자료를 직접 분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분명 고생하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은 셈입니다. 꼭 직접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차피 공동연구는 제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공동연구자는 제 논문에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제발, 직접 분석해서 덜 신경 쓰고 대신 더 고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 앞가림도 똑바로 못하고 있어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다양한 종의 유전체를 완성하고 서로 다른 종을 유전체 수준에서 비교해 진화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공부가 한참 부족하지만, 계통도를 기반으로 유전적으로 가까운 생물을 비교하고 자연선택의 원천이 되는 변이가 어떻게 생겨나고 분포하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는 선충을 이용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후에는 더 다양한 생물을 활용하여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또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의 유전체를 만들어, 전세계 생물 유전체 계통도의 빈틈을 메우는 일에도 힘쓸 길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비 주세요!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브릭 만세입니다.
첨부한 그림은 연구실 제가 퍼즐이란 아이디어를 내어 임성희 선생님이 그려 주셨습니다(daisylim [at] snu.ac.kr). 예쁜꼬마선충은 1998년 유전체 지도가 완성된 최초의 다세포 생물로,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쓰이며 혁혁한 공을 세워왔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염기서열분석 기술의 발전은 기존에 살펴보기 어려웠던 복잡한 반복서열 구조나 다양한 구조 변이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현존하는 기술로도 염색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어낼 순 없다는 한계가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작은 조각을 끼워맞추는 유전체 이어붙이기(genome assembly)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그림은 이 과정을 직소 퍼즐 맞추기에 비유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번 Genome research에 실린 두 논문은 이런 기술을 활용해 서로 다른 두 품종(strain)의 유전체를 새롭게 완성하였습니다. 한 팀은 기존에 연구실 안에서 진화(lab-derived evolution)를 거친 표준 품종인 영국 브리스톨 품종의 유전체를 더 완벽하게 보완하여 단 2개의 빈틈(gap)만을 남겼다고 보고했고(청록색), 우리 팀은 이 품종과 가장 유전적으로 멀리 떨어진 품종 중 하나인 하와이 품종의 유전체를 거의 완벽하게 확보하고 두 품종의 유전체를 비교해 종 내 변이(intra-species variation)와 염색체 끝부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노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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