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잘 아시다시피 화학 합성물은 인간의 생활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하지만 매년 새롭게 합성되거나 조합되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반드시 독성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인체 보형물로 쓰이는 실리콘의 경우나 일부 신약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미처 발견되지 못한 문제를 가진 화학물질을 넣어서 만든 제품이 팔린 후에 뒤늦게 인체에 대한 독성이 발견된다면, 비단 제품이 시장에서 조기 철수되어 개발 비용을 회수 할 수 없게 될 뿐만이 아니라 천물학적인 비용의 손해 배상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이른 개발 단계에서 화학물질의 독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시급히 후보 물질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성 테스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기존 데이타를 이용하는 in silico 방법, 시험관이나 96 well plate에서 세포를 직접 배양하거나 동물 조직을 통해서 테스트 하는 in vitro 방법, 쥐, 토끼, 원숭이 등의 동물 및 때로는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테스트하는 in vivo 방법으로 나뉩니다. 전자로 가면 갈수록 비용이 저렴하고 데이타 처리 속도가 빠르지만 정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반면, 후자로 가면 갈수록 급격하게 비용이 증가하고 속도가 느려지지만 그만큼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많은 그룹에서 어떻게 하면 in vitro 방법을 사용하여 저렴하고 빠르게 in vivo 테스트 결과와 비슷한 정도의 독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2009년부터 화장품과 화학 산업 부분에서 in vivo 동물 독성 테스트가 금지되기 때문에 in vitro 방법을 이용한 대체 기술 개발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은 동물이나 인체 내에서 ADME (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and Excretion)의 단계, 즉 소장을 통한 흡수, 혈관을 통한 분산, 간장(liver)에서의 대사, 신장에서의 배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in vitro 방법으로 in vivo의 독성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in vitro 방법은 단순히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세포들의 독성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ADME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in vitro 방법은 세포들을 96 well plate 표면에 부착해서 배양하는 이른바 2차원적 cell monolayer이기 때문에 3차원적인 세포 조직과는 다른 생리적 특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독성 테스트의 결과 또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는 2005년 cytochromes P450와 같은 인체 내의 약물 대사 효소를 유리 기판 위에 고정화한 후에 항암제의 대사 산물들을 칩 위에서 직접 생산하고, 곧바로 암세포와 반응시켜서 약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MetaChip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칩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DataChip은 3차원적인 세포를 칲 위에 고정화한 것으로 MetaChip과 더불어 사용하면, 약물들의 대사 산물이 미치는 개인별 독성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고, 새롭게 개발되는 약물들 중에서 어떤 약물 후보를 임상 실험까지 해야 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한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들과 약물 대사 물질들 간의 반응을 통해서 신약이 인체의 각 부위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 및 효과를 미리 예측함으로서 약물의 과다 투여로 인한 환자의 사망(adverse drug reaction)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외에도 화학물질의 대사 반응과 세포 독성 테스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새롭게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인체 독성의 간접 테스트, 식품 및 환경 독성 모니터링, 유해 화학물질 생산 공정의 안전성 테스트 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Human cells encapsulated on a DataChip microarray] |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살아 있는 세포를 칲 위에서 고정화시키면 독성 테스트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처음 연구를 진행하고자 할 때 가장 어려웠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스를 설득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왜 그 실험을 꼭 해야하는지 중요한 점을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몰래 실험을 한 후에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온 후에 다시 설득해서 결국 허락을 얻어 내었습니다. 벤처회사다 보니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비록 재미있어 보이고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어도 중요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본격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나서도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가지 예로 처음 인체 내의 세포들을 나노리터(nL)의 극히 미세한 부피 속에 고정화시켰을 때 세포가 잘 자라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원래 전공이 화학공학이라서 세포 배양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까닭에 문제 해결에 더욱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주위의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논문을 처음 Nature에 내었을때 reviewer 중에 한명이 논문을 심사해 주지 않고 2달이 넘게 잡고 있다가 결국 리젝트(reject)되었을 때 다시 한번 주요 저널의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역시 응용 연구로 좋은 저널에 논문을 싣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Proc. Natl. Acad. Sci. USA에서는 논문의 중요성을 인정해서 "In this issue"에서 우리 논문을 하이라이트로 다뤄 주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RPI)는 1824년 설립된 교육 기관으로서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과대학입니다. 특히 RPI는 대학에서 연구 개발된 새로운 기술들을 기업에 전달하여 성공적으로 상업화시키는 산업 현장과의 파트너쉽으로 유명합니다.
같이 연구를 하게 된 Dordick 교수는 MIT 생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University of Iowa의 교수 및 Center for Biocatalysis and Bioprocessing의 부소장을 역임하면서 유기상 효소 반응의 세계적인 대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1998년 RPI 화학공학과 학과장으로 옮긴 후에도 왕성한 연구 활동을 통해서 효소 테크놀러지와 고분자 화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현재 생물공학 분야의 정상급 저널로 알려진 Biotechnology and Bioengineering의 associate editor 및 다른 6개 저널의 editorial board, 여러 회사의 기술 고문을 역임하고 있으며 Who's Who in America에 저명 과학자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Dordick 연구실에는 많은 포닥과 학생들이 열심히 맡은 바 연구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저는 RPI에 방문 연구원이자 Dordick 교수와 UC Berkeley의 Clark 교수가 학교내 벤처로 창업한 Solidus Biosciences, Inc.의 창립 멤버이자 Lead/Senior Scientist로서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NIH, NSF 및 외부 회사들의 펀딩으로 독성 테스트를 위한 칲 개발에 관한 협력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응용 연구를 하는 공학자이기 때문에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위치에 한발더 가까이 가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논문을 쓰기가 상당히 힘이 든 반면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이 항상 열려 있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다는 것은 자칫 둘 다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DataChip 연구는 유럽의 in vivo 독성 테스트 금지와 맞물려 논문이 실리자 마자 미국 언론에 많이 소개가 되었습니다. 보스와 제 얼굴이 TV에 나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이건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Marquis Who's Who in Science and Engineering® 와 Who's Who in America®에 선정되어서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원래 전공이 화학공학이지만 석사는 환경공학으로, 박사는 유기합성으로, 일본에서의 연구과정에서는 효소공학으로, 미국에서는 나노바이오테크놀러지 쪽으로 좋은 연구 주제를 찾아서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제가 석사 학위를 받을 당시인 1995년에는 impact factor가 1 정도 밖에 안되는 외국 저널이라도 논문을 실을 수 있다면 대단히 훌륭한 연구를 했다고 인정을 받는 분위기였고, 박사 학위를 받았던 1999년에는 Nature, Science, Cell과 같은 주요 저널에 논문을 싣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신문에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그런 저널에 논문을 싣는 사람이 너무 흔해져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한국의 연구 능력이 이만큼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길에 들어서려는 후배님들은 더욱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더욱 힘들어 질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남보다 잘 할 수 있고, 무엇이 보다 중요한 연구 분야일까 고민하여 항상 새로운 길을 찾고자 노력하십시오.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십시오.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꿈꾸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도 없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를 진행하던 중간인 1996년 8월에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불임 클리닉을 열심히 다녀도 아무런 소득이 없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에, 정말로 하느님의 축복으로 생긴 소중한 아이입니다. 요즘은 매일 같이 커가는 아이의 모습과 재롱을 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입니다. 항상 저를 격려해 주고 든든한 힘이 되어준 아내에게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희들을 걱정해 주시는 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로 혼자 설 수 있도록 많은 지도와 편달을 해 주신 여러 은사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Received for article January 16,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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