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패혈증 (Sepsis) 은 국내 기준으로 연간 4만명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면서 동시에 사망률이 30~40%에 이르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많은 연구를 통해 패혈증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항생제와 수액 이외의 치료제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패혈증에서 가장 많이 동반되는 장기 손상은 폐이지만, 아직 폐손상에 대한 정확한 기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폐부전 동반시 사용가능한 치료제 또한 없는 실정입니다.
저는 응급중환자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입니다. 수련을 받던 전공의 시절 패혈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같은 혈압을 유지시켜준다 하더라도 예후가 달라지는 환자들을 보면서 장기 관류에 있어서 미세순환 (Microcirculation) 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였고, 미세순환의 측정과 분석, 그리고 그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의문을 품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수련 이후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다행히 생체내 미세영상화연구실 (IVMVL: In Vivo Micro-Visualization Laboratory) 의 김필한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생체내 영상기술 기법 (Intravital imaging) 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Intravital imaging 기법을 기반으로 Sepsis 에서 동반되는 폐부전시 미세순환을 이미징하는 것을 목표로 4년간 본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본 연구는 Sepsis 에서 Pulmonary microcirculation 을 세포적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이미징하여 Functional capillary ratio (FCR) 라는 새로운 정량기법을 통하여 분석을 한 다음, 이 중 non-functional 한 vasculature, 즉 dead space 를 형성하는데 있어, neutrophil 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입니다. 이어서, capillary entrapped neutrophil 이 circulating 하는 neutrophil 에 비해서 Mac-1 이 과발현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Mac-1 inhibitor 를 쓸 경우 capillary entrapment 를 줄이고, FCR 을 증가시켜서, 폐손상을 줄인다는 것을 규명한 연구입니다.
생체내 폐 이미징 (Intravital Lung Imaging) 은 살아 숨쉬는 동물의 폐에서 세포적 수준의 이미징을 해야한다는 역설적인 기술로서, 2011년 이후부터 전세계적으로 약 3,4군데의 선도연구 그룹에 의해서 활발하게 진행되어오고 있는 분야입니다. 기존에 폐조직을 적출하여서 현미경으로 확인해오던 방법을 벗어나, 살아있는 개체의 폐에서 세포의 이동, 분화, 운동성, 상호작용과 같은 동적 특성을 직접 이미징하여 전에 밝혀지지 않은 생리학적 현상과 질병 기전 등을 규명하고 있는 만큼 Intravital lung imaging 분야의 전망은 앞으로도 기대되는 분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처음 연구실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연구실 내에 2m 가 넘는 4개의 광학테이블과 그 테이블 위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레이저, 렌즈, 그리고 광학 부속품들을 보면서 당시 여기가 제가 생각하는 곳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Intravital lung imaging 을 진행하면서 Mouse 의 Intubation, Tail vein catheterization, Thoracotomy, Intravital imaging 이 4단계의 과정 중 한군데라도 어긋날 경우에는 처음부터 다시라는 혹독한 실험과정을 거쳐야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 내내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건졌던 것에 비해서 그래도 졸업할 무렵에는 하루에 10마리 가까운 마우스를 이미징하게 되면서, 스스로 많은 성장을 이루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KAIST 의과학대학원은 이전부터 BRIC 과 한빛사에서 여러차례 소개된 기관으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즉 임상적 경력을 토대로 박사 학위과정의 기둥을 세우는 M.D.-Ph.D. 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대학원입니다. 다양한 임상과 출신의 입학생들은 그들만의 Clinical unmet needs 들을 가져와 해당 질환의 근본 기전을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 생명과학적인 실험은 물론이고, 접목 가능한 수많은 카이스트내의 과학자, 공학자들과의 연계를 통하여 융합적인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과연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저는 KAIST 의과학대학원의 생체내 미세영상화연구실(IVMVL) 의 김필한 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생체내 미세영상화 연구실은 앞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생체내 현미경을 이용한 생체영상기술을 기반으로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생체내 현상을 규명하거나, 치료 후보 물질들의 치료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연구실입니다. 본 연구실은 직접 고속 스캐닝과 3차원 세포 수준의 해상도을 특징으로 하는 레이저 주사 공초점 현미경을 제작하고, 사용 용도에 맞춰서 각 구성 파트를 변형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서 목표로 하는 분자, 세포, 조직 등을 관찰하고자 할때 현미경을 그 타겟에 맞춰서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학, 생화학, 생명과학, 의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서, 그들의 장점 및 배경지식을 잘 활용하면서 협력하여 연구할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사실 저는 응급의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임상의학에서도 가장 실용화된 학문을 기반으로 했던 사람이라서, 처음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했을 때는 많은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같이 Coursework 등을 진행하면서 평소 분자세포생물학에 대한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시험을 치룰 때 보면, 제가 얼마나 생명과학, 기초의학, 연구와 실험방법론 등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동기들, 연구실 식구들과 같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무사히 학위과정을 마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Intravital lung imaging 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제 나름대로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제가 연구하고자 했던 Sepsis 를 중심으로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였다는 점에 기쁨과 함께 감사함을 느낍니다. Intravital lung Imaging 은 UCSF, Washington University, University of Calgary,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의 연구기관에서 Nature, Nature methods, JCI, PNAS, Cell host & microbe 등의 Breakthrough 한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독창적 기술임을 고려하면 본 기술은 앞으로도 여러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와 협력하여 더욱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전도유망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습득하고 있다는 데 있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실 저는 연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연구에 관해서는 지금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알게 해주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KAIST 의과학대학원이라는 좋은 제도를 이용한 덕분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최근 여러 의과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등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들과 그를 뒷받침하는 지원 등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 쪽 후배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실용적 조언은 임상을 계속 하면서 기초연구를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는 전문의 과정을 거치고 학위과정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임상에서의 수요를 충분히 본인이 겪어보고, 동시에 본인의 해당 분야에서의 Scope 이 좁아지고 깊어진 가운데 이런 학위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기초연구를 자신의 분야와 접목시키기에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임상에 뜻이 없고 향후 풀타임 연구자로서 살아가기 원하는 분이라면 수련 전이나 후 어느때에 학위과정을 하여도 큰 차이는 없겠지만, 향후 임상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가급적 수련 후 학위과정을 밟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울러서 이 분야가 정말 자기와 맞는지를 한 번 확인해보는 과정 (Internship 또는 Lab 생활 등을 통하여)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기초 연구의 특성상 임상 연구와 다르게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내기 어려우며,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인내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미리 경험하여 본인의 적성과 맞는 것인지 먼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2018년 3월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임상강사로 재직하면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이셨던 김필한 교수님께서 생체내 3차원 고속 현미경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신 아이빔 테크놀로지 (IVIM technology, Inc., www.ivimtech.com) 의 상용화된 Intravital Microscopy 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전임상실험센터에 반입하여 후속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패혈증과 관련하여서 Immune cell dynamics, direct lung injury 의 pulmonary microcirculation 등에 대한 후속 연구 등을 이어서 하고 있으며, Cardiac arrest model 에서의 application 도 고민중입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응급중증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에서의 의문점과 고민을 벤치로 가져와서 연구하는 의과학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4년 동안 연구에 관해서 여러모로 부족했던 저를 지도해주시고, 필요한 것들을 배려해주시고, 지원을 아끼시지 않으셨던 김필한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구기간동안 논문 지도에 대해서 아낌없이 조언해주셨던 고규영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KAIST 에서 연구하던 분야를 병원에 돌아와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끔 지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식구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IVMVL 연구실 선후배 동료분들 (기백, 윤하, 호원, 은주, 진효, 소연, 지은, 은지, 진구, 률, 수정, 수연, 하은), 의과학대학원 동기들에게도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항상 연구자의 꿈을 꾸게 도와주셨던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4년동안 학위과정을 지지해준 아내와 오랜 시간 함께 보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아들 준수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며 이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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