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에 대해 연구합니다. 평소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되는 자기 항원이 면역 억제 T세포 (regulatory T cells) 결핍상황에서는 강력한 항원으로 작용하여 T 세포의 조절되지 않는 분열을 초래하여 치명적인 림프세포증식병을 일으킨다는 것이 제 논문의 중요한 결론입니다. 자기 항원이 가지는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인지되어 왔습니다.
특히, 찰스 서 교수님 (Charles D. Surh, 이하 찰리 서 교수님)과 Jonathan Sprent 교수님의 지난 연구들에 따르면, 자기 항원은 두가지 측면에서 T세포의 생성/유지/항상성에 중요합니다: 1. 흉선에서 생존 신호로 작용하여 T세포 생성/발달에 중요, 2. 성숙한 T세포의 생존 신호로 작용하여 외부항원을 만나기 전까지 T세포를 유지시켜 주며, 외부 항원에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이뿐만 아니라, 면역 억제 T세포의 생성에는 자기 항원과 상대적으로 높은 친화도를 보이는 항원 인지 수용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부항원대한 면역 반응의 결과로 모든 기억 T세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되어 왔으나 저희 연구실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실험쥐가 외부 항원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자란다 하더라도 여전히 기억 T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므로 상당 부분 자기 항원에 의해 기억 T세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지요. 면역 억제 세포와 기억 T세포의 많은 부분이 자기항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자세한 생물학적 기작은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떤 특성의 자기 항원이 이러한 T세포 분화를 일으키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T세포 생물학에서 아주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현상이므로 분명히 사람의 질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포항공대 융합생명공학부의 찰리 서 교수님의 연구실에 대학원생으로 입학을 하였고 지도 교수님께서 기초과학연구원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의 단장이 되시면서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찰리 서 교수님께서는 T세포의 생성/유지/사멸에 이르는….T세포 분야중에서도 아주 기초적인 측면을 주로 연구해 오며 많은 업적을 쌓으셨지만, 본 연구단을 시작하시면서 당신께서 해오시던 분야뿐만 아니라, 장내 공생 세균과 면역 시스템의 상호 작용 및 음식물 항원이 장내 면역 체계에 주는 영향에까지 연구분야를 확장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연구실 내에서 실로 다양한 연구 주제가 넘쳐났고 랩미팅 시간만으로는 서로의 연구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워 연구실 일상 생활 속으로 활발한 디스커션이 이어 졌던 적이 많았습니다. 평소에 가깝게 지냈던 한대희 박사님과 함께 형산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열띤 토론을 하다 보면 어느덧 빨간 노을이 시야에 들어 오고, 한대희 박사님께서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던 추억이 눈에 선하네요…
자유 분방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셨던 찰리 서 교수님이셨지만, 결코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쉽게 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연구에 쓰이는 시약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셨는데, 특히나 과량으로 사용되는 단일클론 항체들은 대학원생들이 hybridoma를 키워 직접 생산해서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우리가 사용하는 시약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며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전에 찰리 서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독립적인 과학자"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독립적인 과학자는 "독립적인 생각을 하고 연구를 수행해 그 내용을 나머지 세상과 소통(논문 출판)을 효과적으로 잘 해내는 사람이다."라고 수없이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교육 방침하에, 저의 초기 대학원 생활은 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큰 범주에서의 연구 범위는 정해지지만 그 안에서 연구 주제를 세워 나가는 것을 학생 스스로에게 맡기셨기에, 시행 착오를 수없이 반복만 하다가 "이러다가 과연 졸업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밤에 잠이 들곤 했습니다. 이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안맞는지 고민하며 다른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4년차에 접어들면서 다행히 운 좋게 비교적 뚜렷한 연구주제가 생겼습니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지도 교수님의 건강문제가 대두되었고 그때부터 별세하실때까지 3년동안은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서 연구 지도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지도 교수님께 감사한 것이,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했던 제외하고는 저의 성가신 이메일에 성심껏 답해 주려고 항상 노력하셨습니다. 임종하시기 불과 며칠전까지도 건강에 문제가 전혀 없는 분처럼 저와 연구 얘기를 하셨습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셨고요. 교수님 별세 이후에는 시드니에 있는 Garvan Institute에 계신 Jonathan Sprent 교수님의 도움으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두 교수님과 이메일과 화상 채팅에 의지에 연구를 진행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과정이 험란했던 만큼 많은 성장을 이룬 기간이라 믿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연구를 하더라도 어려움은 언제나 따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해 2월에 졸업을 하고, 3월부터는 제 아내와 함께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에서 포스닥을 시작합니다. 이번 논문에 이어 자기 항원 특이성이 T세포 항상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찰리 서 교수님 별세 이후, 남은 학생들이 끝까지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신 연구단의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논문 지도에 최선을 다해주신 Jonathan Sprent 교수님께 특별한 감사 드립니다. 제한된 기간안에 급히 프로젝트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만족스러운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이 모든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논문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또, 어려운 여건속에서 저와 함께 출산/육아/졸업을 잘 해나가고 있는 아내 너무 너무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이 모든 것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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