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본 연구는 세포 노화로 인한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 병과 루이소체 치매가 감염성 질환 형태로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퇴행성 뇌질환의 공통적 병리학 소견은 환자 뇌에서 발견되는 특이 단백질 응고체 (misfolded aggregates)입니다. 파킨슨 병과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뇌병변엔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인 a-시누클레인 (a-synuclein) 응고체가 발견됩니다. 이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은 선천적으로 비정상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주변 환경의 변화 (예를 들면, 유전자 돌연변이나 활성 산소에의 노출)에 의해 쉽게 응고됩니다. 우리 연구는 a-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응고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감염인자들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일부 연구자들이 주장해왔던 '퇴행성 뇌질환 = 감염' 이론을 뒷받침할 중요한 증거라는 것이 피어 그룹의 평가입니다. '퇴행성 뇌질환 감염 이론'의 사실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이 예방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퇴행성 뇌질환이 감염의 일종이라면 면역체계와 관계되기 때문에 이론상 항체 치료가 가능하고 궁극적으론 백신을 통해 면역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예방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보고되고 있는 '장 미생물균 유전체 (gut microbiota)가 파킨슨 병을 비롯한 여러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는 이 감염 이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고, 우리 연구 또한 이 이론에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 단백질 구조 연구팀으로부터 a-시누클린 단백질을 공급 받았습니다. 캠브리지에서 a-시누클린 단백질 초기 형태를 만들면 런던에 있는 우리팀에서 이를 받아 다양한 세포 배양에 주입하여 독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독성 실험은 2년에 걸쳐 무제한 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캠브리지에서 수립한 이 초기 형태 단백질은 매우 불안정해서 온도 변화나 pH 변화에 의해 쉽게 다른 구조의 단백질로 변형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합성된 단백질은 48시간 이내에 세포에 주입되어야 합니다. 양측 연구자들은 단백질 합성에서 주입까지를 단 48시간 내에 마치기 위해 매번 단백질 합성이 끝난 즉시 샘플을 아이스박스에 밀봉해 직접 들고 달려 기차를 이용해 전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캠브리지 기차역까지 족히 백번은 오고 간듯 합니다. 철도 민영화 덕분에 고작 50분 거리의 기차 요금의 한국의 두세배는 족히 넘으니 철도 회사로 흘러간 연구비도 꽤 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본 연구는 영국 국립 신경 전문 병원 UCL 신경학 연구소 (UCL institute of Neurology, National Neurology & Neurosurgery hospital, London) 소속의 파킨슨 병 연구실 (팀 리더: Dr Sonia Gandhi), 영국 캠브리지대 화학과 (University of Cambridge, Department of Chemistry)의 단백질 구조 연구실 (팀 리더: FRS David Klenerman), 영국 캠브리지대 수의학과 면역학 연구실의 공동 협력으로 완성되었습니다.
National Neurology & Neurosurgery hospital, London은 영국 유일의 국가 지정 뇌질환 전문 병원으로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소속입니다. 제가 속한 UCL institute of Neurology는 이 병원이 보유한 희귀 뇌질환 샘플과 국가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이를 통한 독창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 최고의 뇌질환 연구 기관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7년, 국가 주도 치매 연구 사업인UK Dementia Research Institute (DIR)을 독자 유치함에 따라 영국 내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중추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본 연구는 단백질 구조학, 면역학, 신경학, 각기 다른 이 세 분야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연구진이 협력하여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물리적 위치나 연구 분야가 다른 연구진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는 연구 목적, 결과의 해석, 성과의 분배 등에 있어 의견이 갈리고 이 가운데 각자의 이익을 취하기 급급해 중도에 파트너십이 붕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민주적 숙의 과정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고 아이디어도 공유함으로써 실험을 설계, 진행, 완성하였습니다. 논문의 작성과 수정 과정에서도 세 연구진이 책임있는 파트너십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과정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수용하는 교신 저자 교수들의 열린 자세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뇌과학 분야는 아직 탐구할 여지가 많고 여러 선진 국가들에서 국정 과제로 지원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미래를 투자하기에 충분히 매력적 분야입니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는 뇌의 복잡성만큼이나 설계와 검증 과정이 어렵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길고 지루한 실험을 인내할 수 있는 분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가능한 최근의 레퍼런스를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간단한 실험이라도 새로운 기술이라면 한번쯤은 직접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외 연구 기관에서의 연구 경험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뇌과학 분야는 거의 모든 나라의 관심 분야이기 때문에 유수 해외 연구 기관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지식과 생각을 공유합니다. 기회가 생긴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잡으세요.
5. 다른 하시고싶은 이야기들현재 파킨슨병 환자 피부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하여 분화시킨 환자 뇌세포에서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초기 응고 현상을 최초로 관찰한 후속 연구 논문이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퇴행성 뇌질환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단백질 응고 병리 현상을 생리학적으로 이해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한 'Wellcome Trust', 함께 참여한 공동 저자들, 우리 연구실의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