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폐증은 전 세계의 약 1% 아동에게서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적 질환입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6년 동안 한 반에 자폐 아동이 한 명씩 있어 함께 공부하는 곳에 다닌 지라 자폐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초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서른이 된 지금까지도 마땅한 명약이나 치료법은 나오지 않고 있어 상당히 어려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원인 유전자와 다양한 환경이 개개인마다 다른 형태로 발병하기에 인과관계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또한 현재까지 많은 연구들은 자폐증이 이미 발병한 이후 정상인과 환자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자폐의 행동학적 전조증상이 생각보다 훨씬 일찍 (생후 6개월) 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자폐 관련 유전자의 상당수가 태아 혹은 영아기의 뇌 발달시기와 맞물려 강하게 발현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자폐증의 원인을 연구해야 할 시기가 생각보다 이른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마침 저희 실험실에서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서울대, 연세대와 공동으로 Shank2라는 자폐 관련 유전자를 결핍시킨 생쥐가 사회성에 문제가 있고 NMDA 수용체의 기능 저하가 그 원인임을 밝혀 2012년 Nature 지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쥐를 물려받은 저는 이미 관찰한 시기 (생후 21일 이후) 보다 훨씬 더 어린 시기 (생후 14일 경) 에는 뇌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그 시기의 문제를 바로 잡는다면 향후 자폐증상이 예방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Shank2 결핍 생쥐의 경우 생후 14일경에는 생후 21일 이후와는 달리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증가되어 있음을 발견하였고, NMDA 수용체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인 Memantine을 증가된 시기에만 처리하자 생후 21일 이후에 보였던 사회성과 NMDA 수용체 기능저하 현상이 예방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Shank2 결핍 생쥐에서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자폐 원인 유전자 결핍 생쥐들에서도 일어나는 일인지는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폐 증상을 어릴 때 약물 처리를 통해 미리 예방 할 가능성이 있음을 생쥐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것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를 하면서 특정 시기에 약물을 꾸준히 처리해야 하는 실험이 무척 많았습니다. 쥐의 나이에 정확히 맞추어 약물투여를 시작하고, 한번 시작하면 쥐가 있는 장소로 하루에 두번씩 차를 타고 왕복 30분 되는 거리를 오가면서 약물투여를 했습니다. 어떨 때는 제가 연구자가 아니라 자폐 생쥐의 간병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쥐의 일생에 맞추어 나의 생활이 돌아가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실험을 함께 고생해준 하승민 박사, 권용한 학생 등 팀원들과 이를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버틴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 연구는 대전에 위치한 KAIST 생명과학과 및 IBS 소속 김은준 교수님의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에서 수행하였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시냅스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여러 단백질이 생쥐의 행동 및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합니다. 또한 시냅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사람에게서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유전자들에 대해 마우스 모델을 만들고 자폐증 관련 행동학적, 전기생리학적,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실시하여 발병원인을 찾는 연구를 합니다. 40명이 넘는 연구인력과 연구지원인력이 서로 협력하며 일하고 있는 대형 연구단이므로 처음 들어와서 이름을 다 외우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만큼 분자생물학, 전기생리학, 구조생물학, 데이터과학, 임상의학 등 다양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시너지를 내며 훌륭한 데이터를 내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프라도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생쥐로 하는 대부분의 신경과학 실험은 바로 수행 가능한 수준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를 하면서 자신이 지식을 캐는 광부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광물을 얻을지는 캐봐야 알 듯 과학적 지식도 실험을 통해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게 됩니다. 문제는 숨은 금맥을 발견하기 매우 어렵듯, 신기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생물학은 숨은 인자가 너무나 많아 기존 논리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에 도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옛날 17~18세기 귀족 출신 과학자들은 '되면 좋고' 라는 생각으로 실험을 했겠지만 현대의 생계형 과학자들에겐 이 도박과 같은 면이 그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기 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자연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결과를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논리에 맞게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구에겐 그냥 꽝이고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결과인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발견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옛날에 금맥을 찾다가 금은 못찾았지만 처음 보는 지저분한 검은 액체를 찾았는데 오랜 시간 뒤에 알고 보니 석유인 것과 마찬가지로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대사회에서는 혼자서 과학 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과학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때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논문에도 30여 명의 전기생리, 분자생물, 구조생물, 생물정보, 약학, 의학 전문가 분들이 참여하여 시너지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또한 이 논문을 투고했을 때 심사하는 분도, 이 연구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 담당자도 사람입니다. 따라서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마음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원활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연구하는 것이 좋은 연구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주제 혹은 방법론 측면에서 조금 틀어서 그 분야 최고 대가 실험실에 가서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틀지는 현재 저도 최대의 관심사인데 다양한 분야를 염두해 두고 조사중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참고로 이번 논문은 투고 후 2년간 6군데의 submission, 5번의 reject, 3번의 revision, 2번의 appeal, 11명의 리뷰어를 거치며 가설이 가차없이 깨지고 수정되며 다듬어졌습니다. 그 고생을 끝까지 함께한 지도 교수님이신 김은준 교수님과 공동 제1저자 하승민 박사께 우선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또한 과학이 더 이상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생물정보학에 문외한인 저에게 큰 도움을 주신 강효진 박사님을 비롯한 스물 일곱 분의 공저자 분들이 없었더라면 이 논문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IVF 팀과 5층 여사님들, 행정팀, 그리고 랩 모든 분들의 도움 감사드립니다. 저의 영원한 사수이신 마원, 원혜정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관심 가져 주시는 이은재 교수님, 연구 외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박한울 박사님, 만나면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정우석 교수님 감사합니다. 제가 이 논문을 마칠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 묵묵히 지지해 주신 부모님 감사드립니다. 무늬만 박사인 시절에 저를 믿고 새로운 가족이 되어주신 장인, 장모님,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 우현에게도 감사합니다.
등록일 201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