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잎이나 꽃잎 등 특정 organ을 몸체로부터 분리시키는 과정을 통틀어 abscission 이라고 하는데요. 벚꽃의 낙화와 가을 낙엽 등 우리에게도 무척 친숙한 현상입니다. Abscission은 식물에게 있어 때론 자손번식의 수단으로, 때로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열매나 곡식의 abscission은 수확량과 직결된 문제라 기초과학에서뿐 아니라 응용과학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는 포스닥 기간 동안 뿌리의 내피세포에서의 리그닌의 기능 및 생성원리를 공부했던 터라, 한국에 돌아와 abscission 연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 했던 것이 리그닌의 패턴이었습니다. 리그닌이 abscission이 일어난 후 남아있는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었는데, 논문을 찾아봐도 어디에 어떻게 리그닌이 형성된다는 보고가 없었거든요. 처음 가졌던 생각은 리그닌이 떨어지고 난 후의 조직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들의 공격으로부터 본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그 생각을 확인 해보고자 했었는데요. 본체 쪽이 아닌 떨어지는 조직 쪽에 리그닌이 존재하는 것을 처음 발견 했을 때의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해서 리그닌의 새로운 역할을 탐구하는 연구가 시작되었는데요. 연구하는 내내 새로운 발견이 주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IBS, 식물 노화 수명연구단, 전 Group II (PI 곽준명 교수)에서 섹션리더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그룹은 제가 이끄는 Cell biology 섹션과 김윤주 박사님이 이끄는 Epigenetics 두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스닥, 석사연구원, 학생으로 구성된 각 섹션은 섹션리더와 함께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2017년 말에 GroupII 프로그램의 closing이 결정되어 현재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며 정리하는 중에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탐구하는 즐거움은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인데요.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이 분야를 조금 더 연구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즐거움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연구결과에 대해 산림청이나 농진청에 계신 연구자분들과 토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작물이나 과수, 산림에 있어 abscission 조절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시며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아직은 시작점에 서있기는 한데요. 내가 하는 연구가 다방면에 걸쳐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 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인순이가 들려준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의 가사에요. 포스닥을 나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기는 한데 불안한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남편을 두고 혼자 떠나자니 미안하기도 해서 주저하고 있을 때 제 등을 떠밀었던 노래에요. 그 노래….후배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은 독립적인 PI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IBS에 있을 때에도 연구자체는 독립적으로 수행했지만, 연구단의 폭넓은 지지와 보호 속에 있었던 거죠. IBS에 처음 인터뷰했을 때 단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포스닥에서 독립적인 PI로 성장해가는 좋은 중간 단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하셨거든요. 이젠 그 보호막을 벗을 시간이 왔구요. 그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곳에 자리잡고 그곳에서 시작한 연구의 뿌리를 내리는 것. 향후 5년 동안 제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포스닥을 마치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IBS에 조인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실험실 테이블을 디자인하고 오피스 책상 위치를 정하고 하면서 셋팅부터 시작한 연구실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식물을 키우는 growth room 공사가 늦어져 6개월 이상을 식물을 키우지도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함께 일할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워 석사연구원들만으로 팀을 꾸려 실험을 진행해 가면서 겪었던 숱한 시행착오들. 그러한 시간을 거쳐서 이제는 연구에 있어서도 길을 잡았다 생각한 순간에 찾아온 IBS GroupII 프로그램의 closing 결정…이런 저런 사이에 찾아온 Cell의 acceptance letter는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남기고 간 종자들과 DNA 박스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걸 만들기 위해 투자했던 노력들은 언제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던 곽준명 교수님, 함께 고생해온 우리 팀원들, 그리고 실험실 식구들 모두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