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지난 수십년간 진행된 연구들로 인해 병원성 미생물의 감염과 숙주인 인간의 면역 반응에 관한 연구는 이제는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닙니다만, 근래에 장내 미생물균총과 인체 건강의 연관성을 검증하고 있는 연구진들과 장내 병원성 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진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개념이 인간과 다종 병원체 간의 집단적 상호작용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막대한 수의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체내에서 microbiome 혹은 virome들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유래물질들이 자신들과 인간에게 작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종의 미생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인간이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었을 때 체내 보유한 미생물들의 구성에 따라 병원성에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론입니다. 이런 이종 병원체 간의 crosstalk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는 것이 향후 미생물의 병원성 조절이나 이에 대한 인체 면역반응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와중에, 간염바이러스의 보균자들이 비브리오균에 감염될 경우 급성 사망할 확률이 높은데, 특이하게도 이들에게서 급성 간염 혹은 간경변이 나타난다는 임상논문들을 참고로 하여 이번 연구를 시작했었는데요. 지도교수님이신 오종원 교수님과 논의해본 결과 이런 현상을 유도하는 주된 원인물질로서 비브리오균의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를 담당하는 물질인 cyclo(Phe-Pro)를 우선 고려하였었고, 다행히도 큰 어려움 없이 cyclo(Phe-Pro)가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증가시키는 매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결과들이 애초의 계획이나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무난히 진행되었고 최종적으로 좋은 논문에 게재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분자바이러스 연구실은 제가 대학원생활을 시작해서 졸업 후 지금까지 근 9년 동안 몸담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복제 및 병원성에 대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숙주와의 상호작용, 면역반응 조절, 만성감염으로의 영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주제를 아울러, 마우스와 환자 시료에서의 병리학적 분석, 분자생물학적 분석, 그리고 면역학적 분석 등을 거쳐 최종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연구 수행에 대해서는 개인이 결정한 주제에 대해 독립적,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탐구해 나가는 형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 덕분인지 재학생들이 석사학위에 그치지 않고 연구실 내외로 박사과정에 지원하여 연구생활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지요. 지도교수님이신 오종원 교수님께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함께 연구방향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쉽게 잘 그려주십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대학원생들간의 자율적인 토론 분위기가 잘 형성되어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그동안 실험이 전혀 되지 않았던 적도, 겨우 얻은 실험결과의 의미조차 해석하지 못하여 고민하던 적도 무수히 많았고 앞으로도 많겠지요.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채워져 가는 목표들에 보람을 느끼게 되고, 겸손함만 잃지 않는다면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희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바이러스와 숙주간의 상호작용 분야에 대해 표현하자면, 바이러스가 세포와 만난 순간부터 세포 내부를 휘젓고 나갈 때까지 남겨놓은 세포 내의 발자국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분석해서 행동패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면식도 없던 바이러스의 일상생활을 스토킹하듯 공부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머물던 장소인 세포의 변화 전후를 모두 살펴야 한다는 부담이 학위과정 초반에 겪는 큰 어려움이지요. 그러나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유전자를 통해 오밀조밀하게 발현하는 단백질들로도 자신만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런 활용도 높은 바이러스 단백질들을 생명공학적 분야의 모듈로 활용할 생각한다면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물론 현재도 조금씩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모으고 있지만, 이후에도 장내 바이러스의 감염 및 병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내 세균총의 면역적 활용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당분야 해외 권위자들의 연구실에 박사후과정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벌써 9년이나 연구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여 언젠가 바이러스 치료 분야에 도움이 되는 업적을 남기는 연구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많은 교수님들과 선배님들, 동료들과 함께 특히 저의 지도교수님의 헌신적인 지도와 도움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통해서 한번 더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