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포 내에 핵을 가진 진핵 생물의 유전자(DNA)는 염색질(Chromatin)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유전정보를 포함하는 DNA와 히스톤(histone) 단백질로 구성되어 매우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전사 인자가 유전자 조절 부위에 작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 유전자를 포함하는 염색질 주변의 복잡한 구조가 풀어져 전사 인자와 같은 조절단백질이 쉽게 DNA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야만 합니다. 이같이 크로마틴 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후생유전학적 조절(epigenetic regulation)이라 하며, 크로마틴 구조의 리모델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것 중의 하나가 Mi-2/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입니다.
본 논문에서는 적혈구 생성과 글로빈 발현의 조절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으며, 적혈구 분화 과정에서 transcription factor와 epigenetic factor 사이의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조절 메커니즘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 하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Mi-2/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의 구성 성분인 Mbd2가 erythroleukemia (MEL) 세포와 Bone marrow 세포의 혈구 분화 과정에서 발현이 급격히 감소되며, 이러한 Mbd2의 발현 감소로 인해 생성된 Mbd2 free-NuRD 복합체가 전사 인자 CP2c 복합체의 기능을 조절하여 적혈구 암세포의 분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게다가, 미분화 MEL 세포에서 Mbd2-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는 Gata1/Fog1을 통해 표적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모집되며, 또 다른 복합체 구성 성분인 p66α를 매개로 하는 direct interaction을 통해 전사 인자 CP2c의 DNA 결합을 방지하고 CP2c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여 글로빈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을 확인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적혈구 분화 과정에서 Mbd2가 결여된 NuRD 복합체는 크로마틴에서 해리되지 않으며 CP2c 복합체가 크로마틴에 모집되는 것을 돕는 전사 보조 활성제로서 작용하여 활성 헤모글로빈 합성 및 적혈구 분화를 유도함을 확인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Mbd2-CP2c loop에 의한 적혈구 분화의 조절 메커니즘을 확립 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적혈구 암세포 분화 과정에 있어서 transcription factor와 epigenetic factor의 cross talk이 중요함을 보임과 동시에, 적혈구 암세포 분화 에 관여하는 유전자들 간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분자 메커니즘을 알아낸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 암세포의 분화 유도는 최종적으로 암 세포의 분화 유도 치료 요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본 연구 결과는 향후 암 치료 연구의 좋은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은 한양대학교 분자유전학 실험실 (Laboratory of molecular immunology) 로서 한양대학교 자연과학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철근 교수님을 중심으로 박사 후 연구원 1명과 6명의 석, 박사 과정 학생들이 연구를 이끌어가는 실험실입니다. 본 실험실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첫째, 적혈구 분화 과정에서 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가 분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cancer 세포의 EMT 과정에서 역할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둘째, 암세포 특이적인 펩티드 기반 항암제를 개발하여 이에 대한 항암 효능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셋째, computer simulation을 이용하여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표적으로 하는 small molecule inhibitor를 동정하였고, 이들의 기능에 대해서 연구하고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분야가 동일 하겠지만,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연구 과제든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경우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하나하나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며 실험을 진행할 때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꾸준한 지원과 격려, 선후배들과의 팀플레이가 시너지를 이루어 좋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에 보고되어 있던 여러 문헌들의 내용을 잘 연결하여 세웠던 가정이 실험을 통해서 증명이 되고,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때 큰 성취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연구자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분야는 외국과 비교하였을 때 연구실의 규모와 그 다양성에서 조금은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부딪히는 난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논문을 읽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방법이나 기술을 접목하여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분명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실험을 하다 보면 엄청난 좌절과 시련이 함께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실험실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실험실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즐겁게 지내고 실험적으로는 자신 스스로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분명 멋진 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하는 사람, 특히 생물학을 하는 사람들은 배우는 기간이 참 길다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에서 박사 후 연구원 기간까지 하면 정말 많은 시간을 어찌 보면 비 정규직으로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국내건 외국이건 이 길을 같이 가는 친구들, 선후배들과 얘기 하다 보면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길이 험난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얼마나 복잡하게 이어져 있든 그 끝은 분명 있을 것이며, 함께 이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이 있으니 동료들과 나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부지런히 나아간다면 모두들 다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하면서 좌절과 벽에 부딪힐 때 이 모든 것도 내가 잘 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차분히 그리고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정말 멋진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은 이곳 실험실에서 학위 과정 동안 배우고 터득한 것들을 이용해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볼 계획입니다. 일단은 이번 논문의 연장선상으로 적혈구 암세포 분화 유도 기전에서 또 다른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의 영향과 서로 다른 복합체들간의 cross talk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최근 Mi-2/NuRD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가 암세포의 EMT 현상에 밀접하게 관련 있음이 알려졌기에 이번 논문에서 밝힌 적혈구 암세포에서의 분석 결과와 연결하여 Mi-2/NuRD 복합체가 EMT 현상에 미치는 연구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모든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실험은 나 혼자 잘나서 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열정적인 연구 활동의 동기부여를 해주시는 지도교수님이신 김철근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실험실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승한이, 그리고 우리 분자유전학 연구실 식구들에게 고맙단 말은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는 길을 믿고 뒤에서 지켜봐 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과학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발전해서 생명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