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면역억제제의 발달로 심장이식후의 생존율이 개선되었지만 과도한 면역억제제의 사용은 단기적으로는 중증 감염의 위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이식 혈관 병증과 신장 기능 저하 및 암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이식 수술 후 수혜자의 면역 기능이 적절히 억제되지 않으면 이식한 심장에 대하여 심각한 거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면역억제제 투여 시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심장이식의 경우 이식 장기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대체할 수 있는 치료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장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10년 이내에 약 20%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특징을 갖는 심장이식 환자에서 무엇 때문에 어떤 종류의 암이 발생하는 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매우 부족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200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심장이식을 받은 전 세계 환자 중 이전에 암 병력이 없고, 1년 이상 생존한 17,587명을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이식 후 5년 내에 10.7%에서 새롭게 암이 발생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암종별로는 피부암이 7.0%로 가장 많았고, 다른 종류의 고형암이 4.0%로 뒤를 이었고 약 1%에서는 혈액암에 해당하는 림프증식성질환이 발생하였습니다. 피부암처럼 일반인에서 생존율이 양호한 암일지라도 심장이식 환자에게 발생하면 생존율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특히 최근에 수술을 받은 심장이식 환자에서 암 발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데이터 분석 시기를 2000~2005년과 2006~2011년 두 가지로 구분했을 때 2000~2005년에 피부암과 기타 고형암의 비율이 각각 6.4%, 4.0%인 반면에 2006~2011년에는 피부암과 기타 고형암의 비율이 각각 8.4%, 4.5%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본 논문은 이전에 암 병력이 없던 환자만을 대상으로 심장이식 이후에 새롭게 암이 발생할 경우, 어떤 종류의 암이 언제 발생하는지, 암 발생 이후에 임상적인 예후는 어떠한지, 그리고 각 유형별로 암 발생의 위험인자는 무엇인지를 최초로 보고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좋은 저널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외국 저자들이 공동 저자로 되어 있어서 논문 작성의 각 단계에서 저자 모두로부터 확인을 받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많은 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문의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한림대학교 의료원은 산하에 총 6개의 병원이 있는 의료기관으로 총 병상 수는 4,000 병상이 넘고 의료원 소속 교수가 700명 가량되는 매우 큰 규모의 의료기관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동탄성심병원은 가장 최근에 지어져 2012년에 개원하였고 현재 병원장이신 순환기내과 유규형 교수님은 전국적인 규모의 심부전 레지스트리를 최초로 구축함으로써 우리 나라 심부전 연구의 초석을 놓으신 분입니다.
본 연구는 개별 의료 기관의 자료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세계심폐이식학회 (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 ISHLT)의 지원을 받아 ISHLT 레지스트리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연구입니다. ISHLT는 심부전, 심장이식, 폐동맥 고혈압, 폐이식, 심장 및 폐 보조 장치 등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자들이 함께 모이는 학회로 매해 Grant 심사를 통해서 선정된 주제에 대하여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해당 지원자와 함께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제가 2015년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조교수로 근무할 당시 Cedars-Sinai Medical Center의 Jon A. Kobashigawa와 연세의대 강석민 교수님을 멘토로 Transplant Registry Early Career Award에 선정되어 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임상의사로서 진료, 행정 업무에 치우치다 보면 연구 분야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연구를 위한 연구’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저 역시 이제껏 상당 부분 그래왔습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논리적으로 찾아 가는 과정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과 가치가 있는 활동인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자료로 무슨 논문을 쓸 수 있을까’ 보다는 ‘정말 의미 있는 질문은 무엇이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자료를 얻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심부전이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몸 전체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심부전은 특정한 질병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사망률이 높고 심장 돌연사도 많은 질환으로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부전의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수술적인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말기 심부전 환자의 근본적인 치료는 심장이식과 기계적 심장 보조 장치입니다. 앞으로 사회 전체가 고령화되면서 심부전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의 질병부담이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심부전, 심장이식에 대한 기초, 중개연구가 활발한 반면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많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Heart Failure: Crossing the Translational Divide”라는 주제로 Keystone Symposium에 참석하였는데 심부전 관련하여 임상의사와 기초과학자, Industry에서 서로의 unmet need를 공유하고 각자의 연구 결과물에 대하여 서로 토론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심부전, 심장이식 관련하여 기초과학자, 임상의사, 공학자, Industry에서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하여 심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암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은 확인되었지만 레지스트리 데이터의 한계 때문에 그 기전은 밝히기 어려웠습니다. 면역억제제의 투여 용량이나 약물 농도가 아니라 실제로 면역 기능이 억제된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이러한 지표가 암 발생과 연관이 있는 지를 조사해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심장이식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Cedars-Sinai Medical Center와 협력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전부터 심혈관계 질환에서 ‘면역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번 논문을 작성하면서 ‘장기 이식 – 면역노화 – 암 발생’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가설을 검증해 볼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별로 맞춤화된 면역억제 프로토콜을 개발함으로써 면역억제제 사용에 따른 합병증을 최소화하거나 면역 관용을 유도하여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장기 이식 방법을 찾는 연구와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의 병인 기전에 있어서 ‘면역노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새로운 치료의 타겟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심장이식을 받고 나서 새롭게 암이 발생하였던 환자분을 직접 진료하면서 품게 되었던 아주 원초적인 질문이 여러 계기를 거쳐서 결국 논문으로 완성되고 또한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이 논문이 의학자로서의 소박한 첫 걸음이라면 이 소박한 출발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무엇보다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심부전, 심장이식의 분야로 이끌어 주시고 진실된 마음으로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몸소 보여주시고 좋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연세의대 강석민 교수님, 그리고 면역학에 대하여 막연한 관심만 갖고 있던 저에게 값진 기회를 주셔서 의과학자로서 어떻게 현상에 대하여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가는지를 보여주시고 특히 ‘면역노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갖고 중개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도와 후원을 해 주시고 계신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가 병원에서 임상 및 중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 양면으로 도와 주시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한림의대 동탄성심병원 유규형 병원장님, 한성우 과장님, 최석원 교수님, 이선기 교수님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함께 해온 사랑하는 아내와 늘 저에게 힘을 주는 사랑하는 예지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