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carp edema virus (CEV) 감염에 의한 koi sleepy disease (KSD) 가 국내 비단잉어에서 발생한 것을 최초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Koi sleepy disease 라는 이름은 발병 시 감염 개체가 마치 조는 것처럼 중심을 잃고 기우뚱 거리며 수조 바닥에 가라앉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KSD를 야기하는 바이러스인 CEV는 family Poxviridae에 속하는데, 감염 시 집단 내 폐사율이 80~100%에 육박하며 잠복감염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큰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시중에 판매되는 비단잉어 25마리에서 KSD의 발병을 관찰 하였는데 20일만에 폐사율 100%를 기록하였습니다. 폐사체 전수부검 및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개체에서 CEV PCR detection이 양성으로 나타났으며 기존에 보고되어 있던 서열들과 함께 계통수 분석 해 본 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CEV는 영국과 폴란드에서 발견된 CEV와 유연관계가 가장 가까운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기생충 검사, 세균배양 검사, 바이러스 PCR detection등을 통해 다른 감별진단 목록 상의 질병들은 rule-out될 수 있었습니다.
KSD는 일본에서 최초 발견된 이래 최근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발병 보고가 앞다퉈 이뤄져 왔으며, 2016년에는 인도와 중국에서도 보고 되는 등 그 확산이 매우 빠른 상황입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KSD 기존 발생 국가는 일본임에도 바이러스 유연관계가 영국, 폴란드의 것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KSD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의 박세창 교수님께서 맡고 계시는 수생생물의학 실험실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이 실험실에서는 수생생물에 대한 질병 예찰, 진단,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수생생물’은 이매패류, 갑각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및 수생포유류까지 해당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세균성 질병에 대한 파지 치료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폭 넓은 연구범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각자의 연구적 관심사를 최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추고 있는 실험실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사실 본 연구에 쓰인 비단잉어들은 처음부터 이 질병을 진단할 목적으로 들여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실험실로 들여온 개체들이 갑자기 폐사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교수님께서 (그리고 실험실 선배님도) 어떤 질병인지 진단 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논문이었습니다.
KSD는 koi herpes virus (KHV) 감염병과 임상 증상이 매우 유사합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임상 증상만 보고 KHV 감염으로 지레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저 역시 이 질병을 당연히 KHV 감염병 이겠거니 하고 넘겼더라면 이 논문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덕분에 지레 짐작하는 행위가 학문을 함에 있어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입학 5개월만에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고, 이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조언 해 주신 교수님과 선배님의 혜안에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조언들을 놓치지 않고 국내 발병 기록이 없는 질병들까지 고려하여 감별진단 목록을 만들었던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전세계적으로 잉어 생산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FAO FishStat 2017). 이들은 관상어로도 아주 오랜 기간 사랑 받아 왔을 뿐더러 여러 국가에서 중요한 단백질원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FAO, 2014). 잉어와 비단잉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질병 예찰, 예방 및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요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KSD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잠복감염이 가능하고 발병 시 폐사율이 100%에 육박하는 만큼 매우 큰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 질병에 대한 예방 및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현재 CEV를 배양할 수 있는 세포주 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아 바이러스의 배양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많지 않으므로 아주 기초부터 연구되어야 하는 질병이며, 성공적인 배양 및 치료법이나 예방 백신 등이 개발 될 경우 이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입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보다도 CEV 배양 세포주 확립과 같이 KSD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적 여건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건이 허락 된다면 국내 KSD 전파 상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싶은데, 이를 통해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집단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물고기가 힘없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그저 속상해하며 끝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신 박세창 교수님과 김현중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체로 죽어나가는 비단잉어들을 부검하고 분석하느라 정신 없던 제게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셨던 모든 실험실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