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박사 재학 중, 학위 테마를 발굴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수 백 편의 논문을 읽으면서 심사숙고한 끝에 지도교수님께 Helicobacter pylori의 pathogenesis (type 4, type 5 secretion system)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렸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정말 긴장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지 않습니까? 우리 연구자들은 모두 깊이 동감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의외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저의 제안을 반기셔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도교수님의 반응을 나중에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지도교수님께서 1990년 전후, 국내에서 헬리코박터 연구를 최초로 수행했던 팀의 일원이셨더라구요. 지도교수님이 제가 학위 테마 발굴을 위해서 읽었던 여러 논문의 저자이신 것을 뒤늦게 발견한거죠. 이처럼 지도교수님께서 헬리코박터와 관련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계시다 보니 제자의 제안을 반갑게 여기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박사 재학 당시까지는 제가 관심을 가진 영역에 대한 연구가 그리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던 상황이어서 연구 정보를 획득하기 위하여 2-DE Proteomics, NGS 분석, 등을 수행해야 했고, H. pylori 의 type 5a secretion system을 조절하는 SecA molecule에 대한 항체를 직접 제작하는 등,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세명대학교 임상병리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번에 Molu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저널에 게재된, "Regulatory Effects of Black Rice Extract on Helicobacter pylori Infection-Induced Apoptosis" 논문은 본인이 박사과정 동안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 임상미생물학 연구실(김종배 교수님 지도)에서 수행했던 연구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기능성작물부와의 공동 연구 성과이기도 합니다. 연세대학교 임상미생물학 연구실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큰 사안들, 예를 들어 세균에서의 항생제 내성 기전이나 병원성 기전,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세균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등의 천연물 유래 신규 항균물질 발굴입니다.
저는 현재 '세명대학교 임상미생물학 및 면역학 연구실' (SMIL; Semyung Microbiology & Immunology Laboratory)을 운영하면서 대학원생과 함께 Clostridium difficile, Mycobacterium tuberculosis, 등 다양한 세균의 pathogenesis 및 신규 항균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직 임용 5년차 새내기 교수라서 한창 새로운 연구 테마들을 발굴하는 중입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연구실 영문 약자에서 연상하실 수 있는 것처럼 늘 웃는 얼굴로 의미있는 연구 업적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배양조건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수년간 다루다 보니, 다른 대학 연구팀이나,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로부터 배양을 의뢰받거나 동물실험 노하우 전수를 요청 받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된 것과는 별개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균제 관련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저희가 2015년도부터 국내 모 제약회사와 인체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객관성 확보를 위하여 공인 기관에서 저희 결과에 대한 재연실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었는데, 그 때도 헬리코박터 배양 자체가 되지 않거나, 동물 감염 모델을 제작하지 못 하여 결국 저희가 실험에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헬리코박터를 routine하게 배양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는 임상균주 배양 성공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배양 문제나 동물 감염 모델 제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구자가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나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계시는 훌륭한 연구자들이 우리 분야에 많이 계십니다. 이 분들과 함께 대한민국 의생명과학 분야를 개척해나갈 미래의 과학자들을 환영합니다.
저처럼 Clinical Microbiology를 전공하고 신규 항균제 발굴에 관심을 가지는 후배들이 있다면, 여러분의 연구 결과가 항생제 내성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인류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논문을 게재한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측 reviewer 들이 revision 중에 이와 관련된 전임상 동물실험이나 인체 임상시험 수행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조만간 관련된 논문들을 동일 저널에 지속적으로 투고, 게재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