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Glaucoma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이 망가지고 실명에 이르는 병으로서, 성인 시기에 발생하는 실명의 주된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전 세계 40세 이상 성인 인구의 약 3.5%가 녹내장을 앓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전체 녹내장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인 원발개방각녹내장의 경우 발생 원인을 분자적 수준에서 밝히기 어려워 그 동안 근본적인 치료법 마련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녹내장은 눈 속에 차 있는 체액인 방수를 배출하는 장치가 고장나면서 발생합니다. 방수는 눈 내부에서 생성된 후에 섬유주를 지나 쉴렘관을 거쳐 혈관으로 배출됩니다. 안압은 방수가 생성되는 만큼 배출되어야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원발개방각녹내장의 경우 방수유출경로의 저항이 커지면서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어떤 이유 때문에 저항이 커지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2014년에 쉴렘관에서 발현되는 Prox1 전사인자가 쉴렘관 내피세포의 integrity를 반영하는 biosensor라는 점을 밝혀낸 바가 있습니다. 림프관은 혈관에서 빠져나온 여분의 체액을 다시 체순환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림프관의 형성 과정에서 Prox1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쉴렘관이 림프관과 형태적, 기능적 및 분자 수준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알아내었습니다. 한편,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는 혈관 및 림프관의 성숙과 안정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후 발달 시기에 쉴렘관의 형성 과정에 이 신호전달체계가 관여하며 원발선천성녹내장의 발생에 연관되어 있음이 보고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가 쉴렘관 형성에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었고, 특히 대부분의 녹내장은 성인에서 발생하므로 성체기에 쉴렘관의 integrity를 유지함에 있어서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여 이를 연구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가 쉴렘관의 integrity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이 신호전달체계가 저해될 시에 성인에서 발생하는 원발개방각녹내장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또한 쉴렘관 내피 세포에서 강하게 발현되는 Tie2가 원발개방각녹내장의 주된 위험인자인 노화 과정에 동반되어 감소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Angiopoietin1/2를 억제하여 쉴렘관을 망가뜨려 안압을 상승시킨 눈에 Tie2 활성화 항체를 투여했을 때 쉴렘관이 회복되어 안압이 감소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결국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가 쉴렘관의 항상성을 유지함으로서 안압을 조절해 녹내장의 발병 및 진행을 막도록 하는 것임을 시사하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동안 완치가 어려웠던 녹내장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세계적인 학술지의 표지 논문으로도 채택이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고규영 교수님께서 이끄시는 저희 연구실은 KAIST 의과학대학원과 기초과학연구원 (IBS) 혈관연구단에 속하여 있습니다. 이 곳에서 여러 학문적 배경을 지닌 약 30명의 연구자들이 모여 서로 다른 장기에 위치하여 있는 혈관 및 림프관의 다양한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혈관이 혈액과 혈구 세포들이 이동하는 수동적인 도관으로서 생각되어졌으나, 근래까지의 활발한 연구들은 혈관이 혈액 순환과 조직의 사이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접점으로서 기능함을 밝혀내었습니다. 즉, 조직의 미세환경에 대한 혈관의 조절은 정상적인 조직 발달 및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염증으로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질병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이 알려짐으로써 혈관 생물학 분야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혈관 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획기적인 발견, 개념의 진보 및 인식 체계의 대전환을 일으키겠다는 궁극적인 목표 아래 장기별로 내피세포의 이질성, 혈관형성, 림프관형성, 심장발생 및 혈관 재구조화 등의 현상을 더욱 심도있게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이번 연구의 성과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제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문과로 수능을 응시, 법대와 의대에 동시에 합격한 후 의대에 진학했으나 늘 저에게는 과학적인 사고 체계가 부족함을 절감해왔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전공의 시절에는 처음으로 작성한 임상 논문이 문과적인 관점에 치우쳐 비과학적으로 쓰여졌다는 지적을 은사이신 정태영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바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 성과는 제가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일종의 자격 증명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인고의 시간 동안 확립한 과학적인 사고 체계를 바탕으로 향후에 의과학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걷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임상 의사로서 안과 전문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혈관 생물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택한 것은 대부분의 안과 질환이 혈관 및 림프관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혈관 생물학 분야는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유망한 분야입니다. 또한, 고규영 교수님께서는 지도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 주제를 탐색하고 스스로 파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장려를 해주시며, 기초과학연구원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여 최첨단의 연구 기법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저희 실험실입니다. 다만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심이 반드시 있어야 하므로 굳은 각오가 필요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저는 현재 이번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와 쉴렘관 integrity 사이의 연관 관계와 관련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또한 연령관련황반변성을 비롯한 여러 안구 혈관 질환의 발생 및 치료에 있어서 Angiopoietin-Tie2 신호전달체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추후에 제 연구의 성과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에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 졸업 후에는 전안부 분야의 전임의로서 배움의 길에 들어설 예정에 있으며, 안과 질환 발생 기전 연구 및 치료법 개발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임상 안과 의사의 시각에만 머물러 있던 제가 과학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고 배려해주셨던 고규영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혈관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신 교수님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쉴렘관 연구의 길로 저를 이끌어 주었던 박대영 박사님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쉴렘관에 대한 박대영 박사님의 해박한 이해 덕분에 이번 연구가 시작되고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동료 및 선후배인 배호성, 박도영 박사님, 김동규 박사님, 이충근, 송석현 박사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여러 실험실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인체 조직을 제공해주시고 이번 연구의 임상적 의미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의 정태영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박사 과정의 긴 시간 동안 큰 힘이 되어 주셨던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에게 감사드리며, 끝으로 연구자의 고된 시간을 함께 하여온 아내와 아들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