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특정 질병이나 조직과 같은 주변환경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떠한 특성을 갖는지를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들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immune cell profiling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류마티스 관절염 (rheumatoid arthritis)과 같은 질병에 있어 염증(inflammation)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 (macrophage)'의 특성을 밝히는데 있습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과 제가 소속되어 있는 랩에서의 선행 연구들을 통해 interferon-gamma (IFN-γ) 자극이 어떻게 염증반응을 증가시키는 'M1' 대식세포 타입의 특성을 갖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잘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IFN-γ 처럼 염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대식세포의 어떠한 특성들을 억제하는지, 이와 관련된 메커니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small-scale 방법들과 비교해 볼때 NGS 기술을 통해 나오는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은 'unbiased approach'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r. Carl Nathan Lab (Weill Cornell Medicine)에서 발표한 2001년 JEM 논문에서 처음으로 IFN-γ를 처리한 대식세포를 microarray를 이용하여 전사체(transcriptome) 수준에서 분석하였을 때 기존에 잘알려진 염증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유전자들의 발현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16년 동안 IFN-γ에 의해 억제되어지는 유전자들에 관련된 메커니즘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전사체학(transcriptomics)의 기술인 RNA-seq을 이용하여 IFN-γ에 의해 '억제되는 유전자들'의 특성을 분석하였을 때 흥미롭게도 'M2' 타입과 유사한 대식세포의 특성들(wound healing, angiogenesis)이 억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후성유전체학(epigenomics)의 기술인 ChIP-seq, ATAC-seq을 이용한 enhancer profiling을 통해 메커니즘으로 특정 유전자 조절부위에 결합하고 있던 MAF 라는 전자조절인자(transcription factor)의 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은 실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활액 대식세포(synovial macrophage)와 아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는 보다 많은 질병들과 조직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면역세포들의 연구로 점차 확장될 것입니다. Single-cell RNA-seq과 같은 최신 NGS 기술들은 더 정확한 면역세포의 profiling을 가능하게 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분야와도 연결되어 질병의 치료와 진단에 있어서도 충분히 다방면으로 흥미로운 많은 연구들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와 관련하여서는 그동안 어떠한 특정 질병이나 자극에 의해 '유도'되는 유전자들에만 대부분의 연구들이 초점을 맞춰왔지만, 반대로 '억제'되는 유전자들 역시 상당수 존재하며 이들의 기능과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힐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Weill Cornell Medicine은 뉴욕시 Manhattan에 Upper East Side에 위치한 코넬대학교의 의과대학으로 이미 여러분들이 소개해주신대로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Rockefeller University와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Core facility와 PhD, MD-PhD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여러 세미나들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으며 많은 공동 연구들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보내고 현재 포스닥으로 일하고 있는 Dr. Lionel B. Ivashkiv 랩이 위치한 Hospital for Special Surgery는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잘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No.1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류마티스학 분야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의사분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와 같은 실제 환자의 샘플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으며, 2013년부터 설립된 HSS Genomics Center를 통해 현재 많은 유전체학 관련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처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울 때 가장 재미를 느끼면서 또한 많은 좌절을 느끼기도 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만큼 내가 세운 가설과 똑같은 연구를 찾지 못했을 때 처음엔 잠시 기뻐하다가 항상 두가지의 생각을 합니다. 첫째로, 이 가설은 과학적으로 별로 흥미가 없어서 남들도 재미없어할 이야기이거나 둘째로, 이 가설을 증명하는게 너무 어려워서 다들 생각은 하지만 잘 풀려고 시도하지 않는 '난제'이거나 둘중에 하나일꺼라 생각합니다. 후자의 경우 하나의 논문으로 최종 완성하기까지 길고 긴 여정의 도전과 실패가 기다리고 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이 있다는 것을 배우고 겪었습니다. 어려운 길을 선택하면 분명 힘이 들고 때로는 운이 따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할 때도 있지만 그 길을 지나가는 중간 과정에서 분명히 쉬운 길을 갈 때보단 배우고 느끼는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도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중간 과정에서 여러 새로운 실험들을 익히고 그 결과들을 스스로 분석도 해보면서 면역학과 생물정보학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를 흔히 마라톤에 비유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하나의 큰 꿈을 가지고 묵묵히 한 길을 꾸준히 걸어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도 공감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는 이 분야의 길이 수많은 100 m 달리기의 연속이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내가 가진 최대한의 능력으로 전력질주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위해 잠시 쉬어갈 줄도 알아야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야구에서 좋은 선발투수들이 투구의 완급조절을 잘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논문을 준비하기 훨씬 더 이전부터 먼저 진행에 오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 올하반기까지 최대한 논문으로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연구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연구자가 된다면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과 관련된 연구로 확장하여 보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연구들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힘든 시기도 여러번 있었지만 처음 프로젝트의 구상부터 실험계획, 논문작성까지 많은 부분을 항상 자유롭게 스스로 해보도록 지도해주신 Dr. Lionel Ivashkiv께 가장 먼저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 진행중에 어려운 난관들이 있을 때마다 많은 디스커션과 격려를 해주시고 실제 이번 논문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신 코넬대 박사과정 같은 실험실 선배님이신 민경현(Kyung-Hyun Park-Min) 교수님, 박성호 박사님께는 정말 감사드리고 그동안 제가 많은 신세를 진 것 같습니다. 이번 논문에 많은 NGS 데이터들을 분석할 때 저의 대학 동기인 단국대 강근수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빨리 좋은 결과들을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커미티 미팅 때마다 어려운 질문들로 저를 많이 힘들게 하셨지만 결국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신 Dr. Alexander Rudensky, 날카로운 질문과 도움이 되는 코멘트를 해주신 Dr. Ming Li 두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은 제가 처음 면역학을 시작할 때 배웠던 경험과 지식들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길을 처음 알려주시고 계속 발전하길 격려해주시는 포항공대 임신혁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학 학부시절부터 저의 최고의 든든한 인맥이자 항상 힘이 되어주는 생명과학 연합 동아리 '바라' 사람들과 코넬에 유학 오기까지 그리고 적응하고 지내는 동안 여러모로 도와주신 '바라' 큰형님 코넬대 박세웅 교수님께도 항상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구 반대편 먼땅으로 떠난지 벌써 7년이 되어 그동안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하는 큰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 형을 대신해서 효도 많이 하고 힘이 되어주는 동생. 큰사위를 든든하게 생각해주시고 믿어주시는 장인, 장모님. 박사과정 동안 태어나서 아빠가 슬럼프에만 빠져서 지쳐있지 않도록,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많이 웃게 만들어준 아들 데릭이, 딸 하윤이. 마지막으로 낯선 미국땅에 같이 와서 누구보다도 가장 곁에서 제일 큰 힘이 되어주고 의지할 수 있게 해준 사랑하는 아내, 김지영에게 어떤 말로도 부족하겠지만 이렇게 글로 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