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본 연구는 "나노기술이 생물학 (줄기세포) 연구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세포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줄기세포의 특성에 착안하여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된 의약품으로는 치료가 쉽지 않은 간경변, 급성 심근경색, 파킨슨병과 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 기술을 많은 과학자들이 현재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노 기술은 머리카락 보다 10만 분의 1정도의 작은 크기를 갖는 입자를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같은 물질이라 할지라도 나노입자 크기일 때 물리·화학적으로 특이한 특성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나노입자 특성을 이용하여 에너지, 화학, 전자, 광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노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기 위해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 가지 과학적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줄기세포의 다분화성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분화에 실패할 경우 암세포와 같은 해로운 세포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2) 줄기세포가 생체 내로 주입되었을 때 몸 안에서 세포의 이동을 살펴 줄기세포가 체내에서 잘 기능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체내에 주입된 줄기세포를 질환 부위로 잘 이동시키는 것은 치료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줄기세포 연구의 세 가지 쟁점들을 나노 기술을 통해 한 번에 해결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나노입자는 산화철 나노입자입니다. 철이온은 저희 몸에도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나노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화철 나노입자는 자기장 존재하에서 초상자성을 띄기 때문에 마치 철가루처럼 자석에 달라붙게 됩니다. 이러한 자성 특성 때문에 산화철 나노입자는 자기공명 영상(MRI) 장치의 조영제(造影劑)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나노입자는 세 가지 종류의 물질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주요 물질들은 아주 작은 6 nm 입자 크기의 산화철 나노입자, 제약에서 사용되는 생체적합성 고분자, 형광물질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입자의 표면에는 양이온성의 끈적끈적한 고분자 물질을 코팅하여 음이온성을 띠는 유전자가 정전기적인 인력을 통해 잘 달라붙도록 했습니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나노입자는 유전자를 전달하여 줄기세포를 저희가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는 동시에 형광영상과 자기공명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체내에서 줄기세포를 추적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의 자석을 이용해서 나노입자를 머금고 있는 줄기세포를 저희가 원하는 부위로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도우미 기술인 나노기술을 활용하여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의 세 가지 중요 과학적 쟁점들(세포분화, 세포추척, 세포이동)을 동시에 해결했다는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나노기술은 다양한 바이오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실제 인류를 위협하는 많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본 연구는 한국과 미국 연구진의 협업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한국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박근홍 교수 연구팀과 제가 박사후 연구원 소속된 미국 노스웨스턴 파인버그 의과대학 방사선과(Northwestern University Feinberg School of Medicine, Radiology) 김동현(Dong-Hyun Kim) 교수 연구팀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박근홍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생체재료를 개발하는 한편 줄기세포에 적용하여 효능을 평가하는데 특화된 세계적인 연구팀입니다. 특히 줄기세포 배양 및 유전자 전달과 같은 수준 높은 조직공학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훌륭한 과학적 성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김동현 교수 연구팀(
http://dhkimlab.weebly.com)은 임상 적용 가능한 나노입자를 발굴하고 다양한 생체 영상장비 (자기공명 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를 활용하여 중계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팀은 임상의, 생체영상 분석 전문가, 재료공학자, 생명공학자, 동물 실험 전문가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학제적인(Interdisciplinarity) 의공학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제적인 선도 연구팀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제가 하는 연구는 비교적 새로운 학문인 나노·바이오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나노기술을 생물학 또는 생명공학기술에 활용하여 어떻게 인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노를 도우미 기술이라고 합니다. 나노기술은 그 자체로도 연구할 것이 무궁무진한 학문이지만, 오히려 다른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도우미 기술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과학자의 길이 이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스스로 빛나기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연구의 많은 부분은 정신적인 일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는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샛말로 표현하면 멘탈 관리가 중요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독서가 완벽한 정신적 위로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필립 길버트 해머튼의 '지적 생활의 생활의 즐거움'이라는 책입니다. 해머튼은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매하고 순수한 진리를 열렬히 추구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과학자의 길을 걷는 이유가 단순히 사회적 명성이나 직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과학자는 남들이 아직 밝히지 않은 것들을 탐험하며 스스로 즐기고 더 나아가 대중들과 나눌 때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가는 본인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칭하며 어려운 지식을 곱씹어 보다 쉽게 만들어 대중과 나누려 노력합니다. 제 페이스북 지인 중 한 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영문잡지에 실린 과학 기사를 번역해서 대가 없이 대중들과 공유합니다. 모두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 나눔을 베푸는 과학자가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무엇인가 연구하는 것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합니다. 하지만 저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제가 연구한 결과가 인류에게 공헌 되는 것입니다. 현재 다양한 특성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하고 다양한 질병 모델에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기술이 하루빨리 실제 병원에서 고통받는 환자에게 쓰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자의 길을 걷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무엇보다도 제가 기대한 것보다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를 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차의과학대학교 박근홍 교수님과 박지선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가족처럼 제 연구와 진로뿐만 아니라 인생 멘토가 되어 주고 계신 노스웨스턴 대학교 김동현(Dong-Hyun Kim)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먼 곳에서도 항상 제자 걱정하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가톨릭대학교 나건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학문적으로 큰 영향을 주신 미국 유타대학교 배유한(You Han Bae)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포닥 동료로서 의지가 되는 조수정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객지에서 한인 과학자들의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교 한인 과학자 협회(NUKA) 김석조 회장님 및 임원진들께 감사드립니다. 미국 생활 적응에 큰 도움을 주신 시카고 이모님(Angela Yun)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와 같이 객지에 나와 고생하고 있는 아내(박신정 박사)에게는 미안하고 또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아내를 성심껏 지도해주시고 계신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홍승표(Seoungpyo Hong)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고향에서 항상 저희 부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부모님(박상백, 김미애), 장인·장모님(박재경, 황병순)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언급하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