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연구하는 폐암은 암관련 사망원인의 세계 1위로 매년 130만명의 폐암 환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무서운 암입니다. 폐암의 가장 큰 문제는 약 85% 정도의 환자가 진단 시 이미 전이가 된 상태 (locally advanced or metastatic disease)에서 첫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전이된 암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법이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폐암환자의 절반 정도가 1년 안에 사망합니다. 최근 High-throughput sequencing of lung cancer genomes 덕분에 폐암 (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 약 85% 의 폐암환자가 NSCLC 환자입니다) 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자변이가 많이 밝혀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oncogenic KRAS mutation 과 STK11 (LKB1 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loss of function mutation 가 가장 높은 빈도로 변이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유전자는 한 암에서 같이 변이되는 경우 (concurrent mutations) 가 많은데 concurrent mutations 이 발견되는 암은 매우 악질이라 전반적인 전이는 물론 특히 악질 중에 악질인 뇌전이를 많이 일으킵니다. 이렇게 폐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 지금까지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데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KRAS 와 LKB1 모두 undruggable 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치료를 위해 이 두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막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악질의 암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이 유전자를 타겟으로 삼지 않고, 정상조직이 암이 될 때 대사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주목하여 (metabolic reprogramming in cancer), 이 두 유전자 모두 metabolism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이 두 유전자가 동시에 망가졌을 때 과연 암 대사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를 metabolomics 와 gene set enrichment analysis 등과 같은 bioinformatics analysis을 이용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 두가지 omics를 이용, KRAS/LKB1 co-mutant 폐암에서 요소 회로 (urea cycle)에 관련된 대사물질이 증가하는 것과, 그와 관련하여 이 urea cycle 에서 가장 중요한, 간 특이적 미토콘드리아 효소인 carbamoyl phosphate synthetase 1 (CPS1) 의 발현증가를 확인하였습니다.
여기서 특이했던 점은 이 유전자가 폐암에서는, 보통 자신의 역할인 장기에서의 암모니아 제거가 아닌, nucleotide 인 pyrimidine synthesis 에 필요한 carbamoyl phosphate (CP) 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독소제거에 필요한 CP는 간특이적 효소인 CPS1이 암모니아를 이용하여 만들고 nucleotide synthesis에 필요한 CP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CPS2 (CAD) 라는 효소가 글루타민을 이용하여 만듭니다. 그리고 이 세포질에서 만들어지는 CP와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지는 CP는 섞이지 않고 각자의 공간에서 다르게 쓰인다고 알려져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연구를 통해 우리는 폐암에서 미토콘드리아 CP가 세포질로 나와 암이 잘 클 수 있도록 nucleotide 합성에 필수적인 대사물질을 제공한다는 것을 밝혔고, conventional chemotherapy 와 병행하여 이 유전자의 발현을 막았을 때 암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것으로 다시 한 번, 암은 대사질환의 일종이기에, 평범한 대사관련 효소가 암이 되면 완전 다른 일을 하는 데 쓰여서 암생성과 전이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암이 의존하는 특이적 대사 pathway를 막아 기존에 치료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암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되어있는 UT-Southwestern Medical Center at Dallas, Texas는 대사연구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여섯분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소입니다. UTSW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연구실이 경쟁하지 않고 활발하게 공동연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부분에서도 서로서로 돕는 문화가 발달하여 스트레스 별로 없이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Children's Research Institute 는 UTSW 내에서도 엄청난 연구실적을 자랑하는 과인데, 특히 제 지도교수님인 Ralph DeBerardinis 는 cancer metabolism field 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들 중 한 분이시고 요즘은 실제 암환자에서 어떻게 대사가 변하는 지 수술하는 동안 stably labeled isotope (13C glucose etc.) 를 이용하여 각각의 대사 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심도있게 연구하고 계십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자부심이나 보람보다는 연구를 계속 하면서 조심해야겠다고 느낀 점이 많은데요. 서로서로 도우면서 연구하고, 늘 데이터에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또 내 프로젝트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설과 다르게 결과가 나왔을 때 가설에 억지로 짜맞추려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데이터를 조작하게 되는데 그 부분이 가장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잘 못하는 부분인데 틀릴까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남의 논문을 읽을 때도 ' 아 그렇구나. 잘 했네' 보다는 '왜 이렇게 했지?' '이게 정말 맞는 것인가' 하며 비판적으로 읽는 연습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그리고 토론 많이하고 세미나 많이 들어가고, 기회가 되면 학회도 자주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달을 때가 참 많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두 유전자가 변이될 때 생기는 다른 metabolic liability에 대해서 후속 연구중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job market에 나갈 계획입니다. 제 연구실을 열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암과 대사관계, 그것을 이용한 암치료를 연구할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대학원 (Duke University) 때 알게된 모든 분들과 UTSW 에서 알게된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